치코커피 대표 윤치운

  본교 중문에서 월곡역을 향해 내려가는 길에는 나만의 비밀 아지트 같은 카페가 고요히 자리하고 있다. 반려동물과 함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야외 테라스부터 귀여운 초롱이까지. 언제나 감미로운 음악이 흘러나오는 ‘치코커피’에는 사장님만의 배려가 여기저기 묻어있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월곡동 동덕여대 앞에서 치코커피를 운영하는 윤치운이라고 합니다. 제 이름이 ‘치운’이잖아요. 치운’s eco friendly cafe를 줄여서 치코커피예요. 카페는 21년도 4월에 개업해서 지금 2년 반 정도 됐어요.

치코커피는 어떤 공간인가요
  처음 개업할 때 이곳에서 누구든 편하게 쉴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거기에 맛있는 음료를 곁들이면서 몸과 입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려고 했습니다. 요즘 카페들을 보면 의자는 불편하고 테이블도 손바닥만 한 데가 많잖아요. 그런 불편함보단 편안함에 초점을 맞춰 가구를 골랐어요. 힘들이지 않고 전체 좌석에서 콘센트를 이용할 수 있도록 배전함이 들어있는 파티션도 직접 만들어 비치했죠.

치코커피를 운영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제가 스타벅스에서 5년 정도 일했었어요. 다들 취직하면 아시겠지만 보통 4, 5년 차쯤에 권태기가 와요. 매너리즘에 빠지면서 항상 ‘이게 맞나?’ 싶었죠. 또 스타벅스는 365일 내내 엄청 바쁘잖아요. 근데 월급은 항상 똑같아요. 그래서 저는 ‘내가 하는 만큼 받고 싶다. 일 안 하면 안 받아도 되고, 열심히 하면 그만큼 보상이 돌아왔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이 들어 치코커피를 운영하게 됐습니다.

치코커피는 환경 실천에 동참하는 ‘그린 카페’입니다. 그린 카페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그린 카페는 쓰레기가 없어야 해요. 이게 가장 기본 모토예요. 그래서 웬만해서는 재사용이 가능한 제품을 씁니다. 만약 피치 못할 사정으로 일회용품을 쓴다면 재생 가능한 바이오 플라스틱 PLA(polylactic acid) 같이 다시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는 친환경 제품을 사용합니다.
  저도 친환경에 크게 관심이 있던 건 아니에요. 제가 아까 스타벅스에서 일했다고 했잖아요. 스타벅스는 옛날부터 그린 카페처럼 운영돼 왔어요. 일종의 주입식 교육이었을까요. 근무하면서 관련 교육을 받다 보니까 점점 친환경에 관심이 생겼죠. ‘친환경에는 이런 장점이 있구나,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환경을 지켜야겠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몸에 밴 것 같아요.

현재 치코커피는 손님들이 반려동물을 데리고 올 수 있도록 ‘애견 동반 카페’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운영 방식을 선택한 까닭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치코커피가 어떤 공간이냐는 질문이랑 연결되는데요. 그 어떤 손님도 배제 없이, 방문하는 모두가 이곳에서 편안함을 느끼시길 바라요. 거기에는 반려견을 동반하시는 분들도 포함되는 거죠. 저도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어서 알아요. 동물과 함께 산책하다 보면 어디 들어가서 잠깐 쉬고 싶고 또 커피 한잔하고 싶은데 눈치 보일 때가 있잖아요. 그때마다 편안하게 있다 가시라는 의미에서 애견 동반 카페로 운영하게 됐어요.

치코커피의 마스코트, ‘초롱이’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초롱이는 이제 7살 된 여자아이고요. 원래 집에서 키웠는데, 너무 혼자 있다 보니까 미안해서 함께 출퇴근하고 있어요. 예상보다 많이들 좋아해 주셔서 무척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초롱이의 출퇴근 시간은 저랑 똑같아요. 일주일을 기준으로 낮에는 무조건 카페에 있고, 저녁은 화, 금, 토에 있어요.

매달 새로운 시즌 메뉴를 개발하고 계십니다. 계속해서 신메뉴를 출시하는 이유가 있다면요
  프랜차이즈 카페는 끊임없이 신메뉴를 출시하면서 새로움을 주는 반면, 개인 카페는 좀 정적인 느낌이 있어요. 멈춰 있는 느낌이랄까요. 물론 그걸 좋아해 주시는 분도 있지만 저는 계속 고인물이 아니라 흐르는 물이라는 걸 보여드리고 싶어요. ‘아, 여기 사장님은 계속 연구하고 꾸준히 노력하고 있구나.’ 이런 생각을 하게끔 만드는 거죠. 그리고 제가 호기심이 좀 많아서 이것저것 실험해 보다가 괜찮은 게 있으면 바로 출시하는 편이에요. 보통 신메뉴 테스트는 알바생이나 지인들과 하는데, 사실 저는 제 입맛을 믿어요. (웃음)

동덕여대 학생들을 위해 마련한 학과별 스티커 이벤트 ‘OO아 치코가자!’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작년 1학기, 2022년 3월부터 시작했어요. 저희 알바생이 추천해 줬는데, 그 친구가 고려대 부근에서 술을 마시다가 학과별로 페트병에 병뚜껑을 모으는 이벤트를 봤대요. 학과 간의 소속감과 경쟁심을 유발해 이를 장사에 활용하는 이벤트였죠. 거기서 착안해 이벤트를 기획하게 됐어요.

현재 준비하고 있거나 구상 중인 이벤트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내년에 만우절 이벤트를 하나 하고 싶어요. 아직 구상뿐이긴 한데 그날 하루만 냉면을 제공해 드리면 어떨까 해요. 육수도 직접 끓여서 ‘치코 면옥’ 느낌으로요. 제가 잘할 수 있는 메뉴가 냉면이기도 하고, 또 호불호가 크게 없는 음식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리고 냉면이 좀 비싼 음식이잖아요. 그날만큼은 저렴하게 드리는 거죠. 한두 개만 나와서 아쉬웠던 소고기 고명도 그날 하루는 한 주먹씩 푸짐하게 드리고 싶어요.

현재까지 기억에 남는 손님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두 분 정도 계십니다. 한 분은 과거형이고 한 분은 현재형이에요. 과거형 손님은 오픈 초창기 때부터 오셨어요. 카페 근처에 남자친구가 자취하고 있어서 거의 일주일에 세 번씩 오셨죠. 그때마다 저랑 스몰토크도 많이 하고 음식도 맛있게 드시던 분이에요. 남자친구랑 헤어지고 한동안 안 오셨는데, 어느 날 갑자기 오셔서 유학을 간다고 했어요. 카페에서 3~4개월 정도 잘 쉬다 간다며 선물이랑 편지를 주셔서 아직도 기억이 나요. 떠나신 지 2년 3개월 정도 됐는데 언젠가 빨리 오셨으면 좋겠네요. 현재형인 분은 동덕여대 학우분이에요. 식사할 때, 쉴 때, 과제 할 때마다 무조건 오세요. 그분의 마음속에 이 카페가 평수를 크게 잡고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되게 뿌듯해요.

사장님만의 신념이나 철학은 무엇인가요
  손님들이 오셔서 최대한 힐링하고 편하게 있다 가셨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공간을 좀 더 확장하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여기가 넓은 공간은 아니라서 자리가 금방 꽉 차거든요. 만석일 때 그냥 가시는 손님을 보면 좀 마음이 아파요. 
  맛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소위 ‘인스타 맛집’을 가면 사진만 찍고 음식에 대해선 실망할 때가 있잖아요. 하지만 저는 맛만큼은 절대 저버리지 않아요. 물론 비주얼에도 신경을 쓰고 있지만 맛을 절대적 1순위로 해요.

마지막으로 동덕여대 학생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학교생활도 힘들지만 직장생활은 훨씬 더 어려울 거예요. 누군가에게 가스라이팅을 당할 수도 있고, 구박받을 수도 있고, 혼날 수도 있어요. 그러나 힘든 와중에도 자신이 가장 소중하단 걸 잊지 않았으면 해요. 또, 삶에 기준이 있어야 하는데 그 기준은 항상 나여야 해요. 그래야 결단이 설 때가 많아요. 저처럼 확 직장에서 나올 수 있도록 말이죠. (웃음) 그리고 경쟁력을 길러야 해요. 그래야 어딘가에 휩쓸리지 않고 자기 주체적으로 살 수 있거든요. 마지막으로는…. 초롱이가 너무 짖어서 죄송합니다. 카페를 들어오실 때 놀라시는 분들이 꽤 계시더라고요. 초롱이는 집을 지키는 일을 하는 거니까 귀엽게 봐주시길 바라요. 감사합니다.

이나윤 수습기자 dmhmm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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