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린이, 골린이, 테린이, 탁린이, 수린이, 축린이, 농린이 그리고 배린이까지. 실제로 쓰이고 있는 신조어들이다. 다수가 알고 있듯, 운동이나 스포츠 종목에 ‘어린이’를 결합한 것으로 운동에 갓 입문한 초보 수준의 참여자를 의미하는 용어이다. 코로나19 시기와 맞물리면서 요즘 길을 지나다 보면 심심치 않게 운동 어린이들이 눈에 띈다. 완성도 높은 애슬레틱 패션으로 무장한 MZ세대부터 배낭에 라켓을 꽂은 중년까지. 이렇게 세대를 막론하고 운동 어린이가 유독 많아진 이유가 뭘까.

  적절한 운동이 신체 건강에 미치는 효과는 지극히 상식적인 얘기가 됐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시간과 비용을 아낌없이 투자하면서까지 즐기는 데에는 무언가가 있지 않고서는 그럴 이유가 없지 않은가. 필자가 연구하는 학문 분야로 접목해 본다면 아마도 운동이 주는 정신 건강상의 혜택이 더 크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쉽게 연상되는 혜택부터 말해보자. 운동하는 그 순간만큼은 일상 스트레스를 벗어나 자유와 해방의 기쁨을 누릴 수 있다. 여기에 운동을 배우면서 느끼는 ‘재미’ 요소와 더불어 연마한 운동 기술이 실전에 통했을 때의 짜릿한 성취감은 인간의 순수하고 자발적인 내적 동기를 불러일으킨다. 바로 그 맛에 한 번 입문하고 나면 대회출전까지 바라볼 정도로 오랜 지속력을 보인다. 운동 어린이가 되었다는 건 이미 일상적 여가(casual leisure)에서 진지한 여가(serious leisure)로 전환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들임이 분명하다.

  속된 말로 운동은 ‘장비빨’이라고 하는데, 이는 맞는 얘기다. 라켓이 좋을수록 컨트롤이 잘되고, 신발이 기능적일수록 방향 제어가 잘된다. 운동용품부터 의류, 신발까지 첨단 과학과 패션이 만나 세대가 요구하는 기능과 디자인을 모두 충족한 제품들이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운동 어린이들은 이러한 경향을 반영하여 적극적인 소비를 통해 자신만의 스타일을 완성하고, SNS로 소통하며 최신 트렌드를 공유하기도 한다. 자기 존중감 높은 운동 어린이이자 인플루언서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농구 명장 존 우든은 언제나 선수들에게 양말을 똑바로 신고, 운동화 끈을 제대로 묶는 것을 강조했다. 운동의 혜택과 재미를 알고, 운동 준비를 실천하는 그들. 이 시대의 운동 어린이에게 전해주고 싶은 말이 아니었을까.


이용현 (자연정보과학대학 체육학전공)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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