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꾼 고양이 한 마리를 아는가. 현대 물리학의 모태라 불리는 ‘슈뢰딩거의 고양이’는 양자역학을 설명하는 대표적 사고실험이다. 여기 불투명한 상자 안에 고양이와 계수기, 망치, 그리고 청산가리가 든 병이 들어있다고 상상해 보자. 이때 상자 내부에서 방사능이 유출될 확률은 50%로, 계수기가 이를 감지하는 즉시 청산가리는 망치에 의해 깨진다. 과연 한 시간 뒤에 고양이는 살아있을까. 정답은 ‘살아있는 고양이와 죽어있는 고양이 모두 동시에 존재한다’이다. 

  모든 사실이 관측으로 결정된다는 양자역학에 따르면 세상은 중첩 상태로 현존한다. 그러나 인간이 이를 두 눈으로 직시하는 순간 중첩 상태가 깨지며 단 하나의 입자만이 남는다. 한 마디로, 우리는 상자를 열기 전까지 고양이의 생사를 알 수 없다.

  최근 개봉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영화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속 주인공 마히토는 화재로 엄마를 잃은 11살 소년이다. 아버지의 재혼과 이사가 달갑지 않던 그는 우연히 어린 날의 엄마가 존재하는 세계로 이동하고, 그곳의 창조자인 선대에게 자신의 뒤를 이어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그리운 이가 존재하는 달콤한 유토피아와 벗어나고 싶은 현실이라는 두 가지 선택지에 놓인 마히토. 아이러니하게도 소년은 후자를 택하고, 영원할 것만 같던 허구의 세계는 종말을 맞는다. 누군가는 그런 주인공을 우매하고 미련하다 할 테다. 그러나 마히토는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상자를 열었을 뿐이다.

  우리는 종종 고양이의 죽음이 두려워 상자를 덮어 두길 택한다. 하지만 이는 나머지 50%의 행운을 버리는 어리석은 짓이다. 상자를 연 마히토는 마침내 온전히 바라본 현실에서 행복을 찾는 법을 배웠고, 영화는 훌쩍 성장한 그를 비추며 막을 내렸다. ‘두렵더라도 매 순간을 살아라.’ 누군가는 이미 늙어버린 거장이 전하는 지루한 메시지라 하겠지만, 이것이 우리가 살아가야 할 방식임은 틀림없다. 고양이가 알려준 세상의 이치처럼 말이다.

 

이지은 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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