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를 위해 아침 7시에 지하철을 탄 적이 있다. 별생각 없이 올라탄 지하철은 정말 지옥이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는 편이 아닐뿐더러 필자의 고향엔 지하철이 없다. '지옥철'이라 불리는 것에 면역이 아예 없단 의미다. 금방이라도 뛰쳐나가고 싶었지만 내릴 역까지는 한참이나 남아있었다. 할 수 있는 거라곤 얼굴도 모르는 서로에게 몸을 맡긴 채 그저 서 있는 거였다.

  온갖 것들을 저주하며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데 갑자기 반짝임이 느껴졌다. 한강을 지나는 중이었다. 햇빛에 반사된 강물을 보니 한결 차분해진 기분이었다. 그리고 그제야 주변이 눈에 들어왔다. 몸보다 큰 책가방을 멘 학생, 눈 밑이 퀭한 직장인, 한껏 꾸민 모습으로 핸드폰을 보는 사람. 성가시게만 느껴지던 사람들이 각자의 사정을 가진 개인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아침 일찍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는 건 필자뿐만이 아니다. 사람들은 모두 각자의 삶을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은 이렇게 말했다. "모든 사람에게 친절하라. 당신이 만나는 모든 사람들도 그들만의 힘든 전투를 하고 있다." 우리는 길, 학교, 직장 등에서 수많은 사람을 만난다. 그들 모두 저마다의 사정이 있고, 힘듦이 있다. 그러나 가끔 이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는 듯하다. 내 삶도 바빠 죽겠는데 다른 사람들 신경 쓸 겨를이 어딨냐는 거다. 더욱 안타까운 점은 이 생각이 필자를 비롯한 사람들에게 점차 통념으로써 자리 잡고 있단 것이다. 바쁜 현대 사회가 사람들에게서 여유를 빼앗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친절을 말하고 싶다. 친절은 타인에 대한 관심과 배려 다. 뒤에 오는 사람을 위해 문을 잡아주는 것, 상대가 좋아했던 것을 기억하고 후에 선물하는 것,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웃으며 인사하는 것. 친절은 소소하지만, 세상을 맑게 하고 선하게 만든다. 힘든 삶 속에서 우리를 숨 쉬게 하는 것은 타인의 작은 친절일지도 모른다.

이나윤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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