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전라도에 위치한 작은 도시에서 태어났다. 대학을 위해 상경해 서울을 돌아다닐 때마다 매번 놀라곤 한다. 수많은 마천루와 배차간격이라곤 최대 5분 남짓인 대중교통들, 매일 다양하게 누리는 문화생활까지. 고향에선 전혀 볼 수 없는 풍경이다. 낮은 상가들만 존재할 뿐 높은 빌딩이라곤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버스의 배차간격은 기본이 20분, 길면 1시간으로 지하철은 당연히 존재하지도 않는다.

  우리는 현재 ‘서울 공화국’에 살고 있다. 서울 공화국이란 우리나라의 인구와 인프라가 전부 수도인 서울과 그 주변, 즉 수도권을 중심으로 집중되는 것을 말한다. 실제로 국가통계포털(KOSIS)이 조사한 행정구역(시군구)별 인구수에 따르면 2023년 12월 기준 대한민국 인구 5,132만 명 중 2,601만 명이 수도권에 거주하고 있다. 이는 전체 인구의 약 50.7%로 2명 중 1명이 수도권에 거주하고 있다는 의미다. 대한민국 영토의 고작 12%를 차지하는 수도권에 대한민국 인구의 절반이 살아가고 있다.

  대한민국이 가진 수도권 집중 개발의 역사는 생각보다 길다. 1960년대부터 시작된 9개의 지하철 노선 개발과 경인고속도로 건설 사업. 심지어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등의 상업시설도 모두 수도권이 그 시초다. 교육 부분에서도 수도권과 지방은 큰 차이를 보인다. 수도권 아이들은 새벽부터 대치동의 대형 입시학원 맨 앞자리 오픈런을 한다. 하지만 지방에 입시 컨설팅이나 대형 학원들이 어디 있겠는가. 그저 작은 학원에서 배우거나 인터넷 강의를 듣는 것이 전부다. 이 때문인지 지방 학생들이 지방 소재 대학에 입학하면 평균이지만, 서울이 고향인 학생이 지방 소재 대학에 입학하면 ‘공부 못하는 애’가 된다. 분명 같은 대학인데도 말이다.

  심해지는 서울 공화국 현상에 지방은 점차 소멸하고 있다. 지방의 인구는 날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으며 의료 시설이나 교통은 물론, 문화 시설도 턱없이 부족하다. 또한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떠드는 소리가 들리지 않은지도 오래다. 그나마 남아있는 아이들마저도 서울로 올라가기 위해 혈안이 됐다. 누군가는 “당연히 서울이 수도니까 사람이 많고, 인프라가 좋은 것뿐이지 무슨 공화국까지냐”며 발끈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생각해 보라. ‘서울 공화국’, ‘지방대’라는 말의 반대어가 과연 존재하는지. 존재하지 않는다면 그 이유가 무엇일지 말이다.

이보리 대학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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