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3주 전, 정신을 차려보니 5평짜리 방에 이삿짐을 옮기고 있었다. 4년 내내 기숙사에서 지내겠다는 버킷리스트 1번 항목이 무작위 선발 때문에 가차 없이 지워졌기 때문이다. 마음에 드는 집 찾기가 어렵다는 대학교 근처에서, 그것도 모두가 눈에 불을 켜고 매물을 찾 는 1월에, 당장 잘 곳을 찾는 여정에 합류했다. 그 뒤부터 이삿날까지는 휘몰아치는 일정과 그 사이에 자리잡은 알 수 없는 불안감 속에서 지냈다. 지금 생각해 보니 그것은 내가 내 삶을 꾸려나간다는 설렘과 함께 생겨난, 내가 움직이지 않으면 삶을 지속할 수 없다는 불안감이었다.

  기숙사에 살 때, 자취는 대학생 로망 중 하나였다. 기숙사에서는 못 했던 요리를 맘껏 하고 내 취향대로 방을 꾸미고 살 거라는, 적당한 수면과 맛있는 음식, 청결한 환경 속에서 지내겠다는 다짐이었다. 이 다짐을 지키기 위해서는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 나를 돌본다는 것의 범위가 단순히 먹고 자는 것보다 넓다는 것을 자취 시작 24시간도 채 안 된 때 깨달았다. 5평 방은 특성상 공간 분리가 어렵다. 공부하다가 운동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공부하던 것을 치우고 운동할 환경을 만들어야 하는 크기이다. 결국 내가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미래의 내가 할 일은 늘어나는 구조인데, 그렇다고 해서 움직이지 않을 수는 없었다. 주민등록등본의 세대주에 ‘본인’이 찍힌 순간부터 내가 아니면 내 의식주를 해결하고, 내 상황을 변화시킬 수 있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움직여야 한다는 책임감, 그리고 더 좋은 환경에서 지내고 싶다는 욕심. 이 감정들은 단순히 자취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삶 전체를 관통하는 감정이다. 내가 내리는 결정이 앞으로의 내 삶을 결정할 것이 라는 책임감이 뒤따를 테고, 사람의 욕구는 끝이 없으니 항상 최선이 무엇일지 고민하며 나의 미래에 욕심이 생길 것이 다. 2학년이 되자마자 생긴 이 변화가 앞으로 일어날 많은 변화의 예행 연습이라고 생각한다. 대인관계로도 채울 수 없 는 인간의 공허함을 채우는 유일한 방법 은 자기만의 세계를 구축하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2년 뒤, 집 계약이 끝나는 날 에는 방이 하나의 세계인, 온전한 1인 가 구로 발전해 있길 간절히 빈다.

현진주 학생 논설위원(보건관리23)

저작권자 © 동덕여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