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대, 컵, 병, 배달 용기 등. 플라스틱은 우리의 삶 어디를 둘러봐도, 그 어디에나 있다. 하지만 이런 플라스틱의 과다 사용은 환경 오염과 밀접한 관계를 이룬다. 그린피스에서 발표한 ‘2023 플라스틱 대한민국 2.0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기준 1인당 연간 일회용 플라스틱 소비 발자국은 △생수 페트병 109개(1.6kg) △일회용 플라스틱 배달 용기 568개(5.3kg) △일회용 플라스틱 컵 102개(1.4kg)이다. 이 수치는 우리가 얼마나 많은 양의 플라스틱을 소비하는지 보여준다.

플라스틱을 재탄생시키는 사람들
  최근 재활용되기 어려운 작은 플라스틱을 활용해 새 상품을 만드는 ‘새 활용’이 유행하고 있다. 새 활용은 버려지는 자원에 디자인을 더하거나 활용 방법을 바꿔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재활용 방식이다. 숏폼 속 종종 등장하는 ‘병뚜껑을 녹여 키링을 만드는 콘텐츠’가 이에 해당한다. 플라스틱을 최소한으로 사용하는 게 환경에 가장 좋지만 불가피한 상황이라면 이런 활동에 참여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숏폼 속 사람들은 어렵지 않게 플라스틱 병뚜껑을 녹여 키링을 만든다. 먼저 테프론시트 등의 종이 위에 형형색색의 병뚜껑을 배치한 후 이를 접는다. 이후 종이를 펼치면 마법처럼 병뚜껑이 녹아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과정을 반복하다 마음에 드는 색 조합이 나오면, 그때 자신이 원하는 틀을 이용해 녹은 병뚜껑을 찍는다. 고리까지 달아주면 세상에 하나뿐인 병뚜껑 키링이 완성된다.

  다만 영상 속 과정이 전부는 아니다. 영상은 편집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마치 종이에서 열이 나오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사실은 종이를 접을 때 프레스 인두기 등을 이용해 열을 가한다. 그러므로 집에서 가볍게 만들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플라스틱방앗간, 그리고 참새클럽
  이 때문에 플라스틱을 새 상품으로 재탄생시키는 과정을 담은 영상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로, ‘플라스틱방앗간’이 있다. 플라스틱방앗간은 곡류를 가공해 식재료를 만드는 방앗간처럼 작은 플라스틱 쓰레기를 분쇄해 새로운 제품으로 재탄생시키는 곳이다. 이곳에서는 ‘참새클럽’이라는 이름의 참여자들이 모아온 작은 플라스틱을 새 활용한다. ‘참새클럽’은 참새가 방앗간을 지나치지 못하는 것처럼, 작은 플라스틱 쓰레기를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시민들이 모인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작은 활동으로 큰 변화를 만들어 가고 싶은 사람 누구나 이 활동에 참여할 수 있다.

  기존 서울에서 하나의 ‘공간’으로 운영되던 플라스틱방앗간은 작년부터 ‘찾아가는 플라스틱방앗간’으로 운영 중이다. 그들은 공간의 제약에서 벗어나 더 많은 시민과 자유로운 자연순환 캠페인을 진행하고자 운영 방식을 변경했다. 해당 캠페인에 참여하고 싶다면 플라스틱 병뚜껑(HOPE)과 한 손에 들어오는 크기의 재질 표기가 된 PP 플라스틱을 모아 플라스틱방앗간에 방문하면 된다. 이곳에선 방문수거 외에도 직접 새 활용 과정에 참여해 볼 수 있는 사출 체험이 가능하다. 한곳에 머무르지 않는 이곳의 위치와 일정은 ‘플라스틱방앗간 홈페이지’의 공지사항이나 공식 인스타그램을 통해 알 수 있다.

△플라스틱방앗간 홈페이지의 메인 화면이다
△플라스틱방앗간 홈페이지의 메인 화면이다

함께 만들어가는 변화
  플라스틱방앗간에서 자연순환 캠페인만 하는 것은 아니다. 재활용이 어려운 이중 고무 패킹 생산을 멈추도록 하는 ‘이중 병뚜껑 아웃’, 핸드폰 케이스의 복합재질 생산 또는 부실한 규제 등의 문제를 발견하는 ‘잠자는 케이스를 찾습니다’와 같은 다양한 환경 캠페인을 진행하기도 한다. 이를 통해 플라스틱 생산 과정부터의 변화를 촉진하는 것이다.

  플라스틱 줄이기는 단 한 사람의 노력만으로, 또 하루아침에 이뤄낼 순 없다. 플라스틱방앗간도 참새클럽의 참여가 있어야 유지될 수 있다. 갑자기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는 게 어렵다면, 버려지는 플라스틱을 모아 새 상품으로 생산하는 활동부터 시작해 보는 건 어떨까. 다함께 꾸준히 노력한다면 더 깨끗한 지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박서현 기자 seose01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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