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이면 삼일절이나 여성의 날이 끝 아냐?” 이는 3월에 대한 큰 오해다. 의외로 많은 기념일이 존재하는 이달. 화이트데이 뒤에 숨겨진 파이데이부터 우리나라 상공의 진흥을 위한 상공의 날, 물의 소중함을 되새기는 세계 물의 날, 지구를 위해 불을 끄는 어스 아워까지. 3월엔 어떤 기념일들이 있었을까. 본지가 3월의 기념일을 파헤쳐봤다.

박서현 기자 seose011@naver.com
진효주 기자 hyoju_press@naver.com
이다현 기자 baejjanglee@naver.com
황정윤 기자 yun1nd1@naver.com

3월의 색다른 재미, 파이데이

  3월 14일이라고 하면 보통 연인 간 사탕을 주고받는 ‘화이트데이’를 떠올린다. 하지만 화이트데이는 과거 일본의 전국사탕과자공업협동조합이 매출 증진과 재고 처리를 위해 상업적인 의도로 기획한 기념일이다. 이 때문에 일본 인근 아시아 국가에서만 3월 14일을 화이트데이라고 부른다.

  아시아 국가에서 3월 14일은 주로 연인 간에 작은 재미를 주고받는 날이지만, 아메리카 권역 국가에선 이날을 ‘파이(π)데이’라 칭한다.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 파이데이는 원의 둘레와 지름의 비율을 나타내는 기호인 파이(π) 값에서 따온 날이다. 1988년 미국인 물리학자 래리 쇼(Larry Shaw)가 파이와 수학 전반의 중요성을 기리기 위해 샌프란시스코 익스플로라토리움 과학관에서 기념한 것이 그 시초다. 당시에는 과학관 직원들과 방문객들이 함께 파이를 먹는 작은 행사였지만, 이후 꾸준한 호응을 얻어 2009년에는 미국의 국가 공식 기념일로 지정됐다.

  파이데이를 기념하는 방법은 학교나 기업, 기관에 따라 다양하다. 가장 대표적인 방식은 끝없이 이어지는 원주율을 암송하는 경기를 펼치는 것이다. 또, 과자 파이(pie)를 만들어 먹거나 판매하며, 판매가를 $3.14로 책정해 재미를 더한다. 과자 파이를 먹기 전 파이의 지름과 둘레를 활용해 원주율을 계산하는 것도 이를 즐기는 좋은 방법이다. 파이(pi-)로 시작하는 음식을 먹기도 하는데, 예를 들어 파인애플을 먹거나 피자에 파인애플을 얹어 먹는 식이다. 이외에도 영화 <파이(Pi)>를 시청하거나 수학 동화 『Sir Cumference and the Dragon of Pi』를 소리 내 읽고, 일상생활에서 숫자 3.14를 찾아보는 시합을 하는 등 여러 방식으로 이날을 기념한다.

  지난 14일, 당신은 어떤 ‘데이’를 즐겼을까. 1년 후 다시 찾아올 3월 14일에는 각자 독특한 방식으로 ‘파이데이’를 즐겨보길 권한다. 이를 통해 수학의 재미를 찾아보고, 수학이 우리 생활에 얼마나 깊이 녹아있는지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상공의 날, 그게 뭐 하는 날인데?

  우리나라 인구 중 경제 활동을 하는 인구수는 약 2,800만, 그중 소상공인은 700만 명이다. 경제 활동을 하는 인구 중 1/4이 소상공인인 셈이다. 상공(商工)이란 상업과 공업을 아울러 이르는 말로, 상품을 사고파는 행위와 유용한 물자를 만드는 행위를 뜻한다. 즉 기업은 물론 작은 구멍가게도 상공의 범위에 속한다. 이렇게 우리의 일상과 맞닿아 있는 상공을 기념하는 날이 있다. 매년 3월 셋째 주 수요일, ‘상공의 날’이다.

  법정기념일인 상공의 날은 우리나라 상공업의 진흥을 촉진하기 위해 1974년 등장했다. 1974년 3월 20일 대한상공회의소(이하 상의)가 처음으로 개최한 ‘상공의 날 기념식’은 올해 제51회를 맞이했다. 1952년에 상의가 상공회의소법을 제정하면서 우리나라의 상공업은 더욱 단단해졌다. 또한 상의는 현 지구의 숙제인 환경오염을 막기 위해 ESG 경영을 하는 기업에 많은 지원 중이다.

  우리나라에서 상공업과 깊은 관련이 있는 장소는 어딜까. 여러 물건이 사고 팔리고, 개중에는 수공업으로 만든 것도 심심찮게 보이는 이곳, 바로 시장이다. 올해 상공의 날은 3월 20일, 기자는 상공의 날을 기념하기 위해 남대문 시장에 방문했다. 오후인데도 활기찬 상인들과 다르게 시장 길거리는 한산했다. 길거리엔 ‘임대’라고 쓰인 현수막이 종종 눈에 들어왔다.

  시장 바닥을 정처 없이 떠돌다 중앙에 자리한 남대문꽃종합상가에 들렀다. 달큰한 향기가 가득한 한편 ‘신부 꽃집’의 사장 김 씨(49·여)는 “코로나 때 죽은 상권이 아직 안 살아났는데, 지금은 지원금조차 안 들어온다”며 한탄했다. 그 말을 증명하듯 바닥에는 바싹 마른 꽃가지와 팔리지 않아 꽃이 가득 담긴 양동이가 즐비했다.

  상공의 날을 기념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자신과 맞닿아 있는 상공인을 떠올리고, 찾아가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우리나라의 상공업 진흥을 위해, 매년 3월 셋째 주 수요일엔 가까운 시장에 들러보는 건 어떨까.


물의 가치를 되짚어 보는, 세계 물의 날

  ‘물’이라 하면 무엇이 제일 먼저 떠오르는가. 기자의 머릿속에는 ‘물 부족’이 스친다. 물 부족 현상은 세계적인 이슈로, 한 논문에 따르면 2030년 7억 명이 물 부족에 시달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UN은 심각해지는 물 부족과 수질 오염을 방지하고 물의 소중함을 되새기고자 3월 22일을 ‘세계 물의 날(World Water Day)(이하 물의 날)’로 제정했다. 1992년 11월 제37차 UN 총회에서 제정돼 1993년에 시작된 이 기념일은 올해 32번째를 맞이했다.

  UN은 매년 물의 날 주제를 발표한다. 올해의 주제는 ‘Leveraging Water for Peace(평화를 위한 물의 활용)’다. 유네스코에 따르면 올해 물의 날은 평화를 위한 통로로써 △물관리의 이점 강조 △협력 강화 △물 관련 분쟁 예방을 위한 효과적인 메커니즘과 도구 선보이기를 목표로 한다.

  물의 날은 세계적인 기념일인 만큼 각국에서 다양한 행사로 기념하고 있다. 특히 세계물위원회(World Water Council, WWC)와 개최 도시가 공동 주최하는 ‘세계 물 포럼’은 물 분야 최대 규모의 국제 행사다. 이 행사는 1997년 처음 개최된 이후 3년마다 물의 날 전후로 1주일 동안 열린다. 지난 2015년엔 대구·경북 지역에서 제7회 세계 물 포럼이 개최되기도 했다. 당시 주제는 ‘Water for our Future(우리의 미래를 위한 물)’로, 물 문제 해결을 위한 4개의 주요 과정(△과학기술 과정 △주제 과정 △지역별 과정 △정치적 과정) 논의와 시민포럼, Water EXPO & Fair 등으로 꾸며졌다.

  안동에는 해당 행사의 성공적인 개최를 기원하는 의미에서 ‘세계물포럼기념센터’가 건립되기도 했다. 이곳에서는 디지털 매체를 통해 물의 과거, 현재, 미래를 느낄 수 있는 ‘워터 갤러리’, 세계 각국의 생수를 볼 수 있는 ‘워터 바’ 등 물과 관련된 다양한 전시가 이뤄진다. 물의 날을 기념해 이곳에 들러 보자.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물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작은 노력이 모여 큰 변화를, 어스 아워

  기후위기, 날이 갈수록 심해져 이젠 ‘더워지는 지구’가 아닌 ‘끓어오르는 지구’라 불린다. 이런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할 수 있는 행동엔 무엇이 있을까.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는 것, 육식을 지양하는 것, 한번 구매한 물건을 되도록 오래 사용하는 것 등이 있다. 하지만 무엇하나 꾸준히 하기란 쉽지 않다. 카페에 갈 때마다 텀블러를 챙기는 일도, 내 식사가 비건인지 아닌지 일일이 확인하는 일도, 소비 사회에서 새 상품의 유혹을 떨치는 일도 마음처럼 되진 않는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순 없는 법. 작은 행동이라도 많은 사람이 함께하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다. 그 예로 1년에 단 하루, 한 시간 동안 불을 끄는 행사인 ‘어스 아워(Earth Hour)’가 있다. 매년 3월 마지막 주 토요일 오후 8시 20분에 진행되는 어스 아워는 2007년 호주에서 처음 시작됐다. 현재는 190여 개국이 참여하는 대형 행사로, 한국에서도 남산타워, 롯데월드타워, 63빌딩 등 유명 랜드마크가 참여한다.

  어스 아워의 취지는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리는 것이다. 또, 한 시간 동안 에너지 사용을 줄임으로써 저탄소 사회를 위한 실천을 할 수도 있다. 기자는 행사 당일은 아니었지만 하루 날을 잡아 시간에 맞춰 소등 해 봤다. 저녁 시간에 불을 끄는 게 불편하긴 했지만 한 시간은 생각보다 금방 지나갔고 일상에 큰 지장도 없었다.

  ‘잠깐 불을 끈다고 해서 변화를 만들 수 있을까’란 의문을 가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작은 행동은 ‘내가 무언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북돋을 뿐 아니라 지구를 위해 이렇게 많은 사람이 실천한다는 것을 직접 경험할 수 있다. 환경을 위해 뭐부터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우선 한 시간 동안 불을 꺼보자. 그리고 ‘밤다운 밤’을 즐겨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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