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사이비 종교를 다룬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
△한국의 사이비 종교를 다룬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
△사이비로 의심되는 SNS 메시지다
△사이비로 의심되는 SNS 메시지다

전국을 놀라게 한 다큐멘터리 시리즈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이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게 불과 1년 전이다. 우리 사회에는 JMS(기독교복음선교회)부터 오대양, 아가동산, 만민중앙교회 등 여전히 사이비 종교가 만연하다. 이는 대학가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이미 뿌리 깊숙이 자리 잡은 채 제대로 모습을 드러낼 순간만을 노리고 있다. 사이비 종교들이 가장 활발히 활동하는 때는 단연코 3월. 갓 고등학교를 졸업한 새내기와 아직 사회를 본격적으로 경험하지 못한 사회초년생들이 그들의 주된 표적이다.

“이것도 사이비예요?”
  새학기가 시작할 때 본교 에브리타임은 동아리, 소모임, 무료 체험 이벤트, 창업 설문조사 등 다양한 형태로 위장한 사이비 종교 선교 글이 가득하다. 이에 ‘사이비 당할 뻔’, ‘사이비 돌아다녀요’라는 제목으로 사이비 종교의 선교를 경고하는 게시글이 하루에도 몇 번씩 게시글이 올라온다. 사이비(似而非)는 겉으로는 비슷하나 속은 완전히 다름을 의미하는 한자어다. 즉 거짓 또는 가짜를 의미하는데, 이 단어가 붙은 ‘사이비 종교’는 말 그대로 종교인 척 위장하고 있으나 실상은 비종교적인 목적을 추구하는 단체를 말한다.

  사이비 종교와 유사한 개념으로 ‘이단’이 있는데, 둘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이단은 어떤 종교집단의 내부에서 정통교리에 벗어난 이들을 의미한다. 기존 종교의 교리를 잘못된 방향으로 해석하거나, 아예 교리에서 벗어나 어떤 개인의 사상이나 이념을 전파하는 것이 특징이다. 반면 사이비 종교는 애초에 종교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 반사회적, 비윤리적인 성격을 가졌으며 신이나 절대적 존재가 아니라 그저 인간인 ‘교주’를 신격화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신도에게서 금품, 노동력, 성을 부당하게 착취해 사회의 병폐로 자리한다. 종교로 위장한 채 교주 개인과 집단이기주의에 빠져 있는 범죄조직인 셈이다.

위장 선교, 저희는 사이비 아니에요
  스무 살 대학생 A 씨는 오후 3시 의문의 전화를 받는다. “A 씨 맞으신가요?” 이는 어젯밤 아무 생각 없이 했던 한 설문조사 때문이었다. 낯선 이가 이름을 안다는 경계도 잠시, 상대의 화려한 언변에 A 씨는 완전히 긴장이 풀렸다. 본인이 답한 설문조사를 토대로 이어지는 대화였지만 자신을 이해하는 듯한 상대의 말과 ‘말이 통한다’는 느낌은 A 씨를 방심시키기에 충분했다. 직접 그를 만나기까지 한 A 씨는 “사이비일 거라곤 상상도 못 했어요”라며 이 이야기를 들은 선배가 알려주기 전까지 의심조차 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길거리를 돌아다니다 보면 다들 한 번씩은 ‘도를 아십니까’를 접해봤을 것이다. 이는 사이비 종교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선교 방식이다. 그러나 최근엔 이런 직접적인 대면 선교보단 위장 선교가 주를 이룬다. 위장 선교는 종교와 전혀 무관한 주제로 접근해 선교하는 방식으로, △과외 △동아리 모집 △스터디 △창업 및 연구 설문조사 등 다양한 곳에서 그 모습을 보인다. 에브리타임의 홍보 게시판 혹은 인스타그램 다이렉트 메시지로도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위장 선교가 자주 이뤄진다.

  사이비 종교 선교 게시글에는 전형적인 특징이 있다. 대학생들이 관심 가질 만한 흥미로운 주제로 글을 쓰는 것이다. 동물, 색채 심리상담, 퍼스널 컬러, MBTI 등 당시 유행하는 주제를 미끼로 한다. 또한 검사나 이벤트에서 무료가 아닌 ‘추첨을 통한 상품 증정’이란 키워드가 들어가는 경우가 대다수다. 이처럼 트렌드와 상품추첨을 통해 학생들을 무사히 설문조사로 끌고 오면 전화 통화로 이어진다. 이때 나이, 대학, 주소 등의 개인정보와 좋아하는 색, 키우는 동물 등 부담 없는 질문을 교묘히 섞어가며 순식간에 온갖 개인정보를 빼간다. 

  사이비 종교 선교의 다음 단계는 선교 대상을 ‘정신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존재’로 만드는 것이다. ‘언제나 웃고 있지만 속으로는 상처를 가득 품고 있다’, ‘겉으로는 강하나 속은 여리다’ 등의 기본적인 이야기가 주로 사용된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선교 대상의 심리적 취약점을 공략하는 것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사이비 종교 신도들이 심리상담을 해준다는 이야기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설문조사, 심리상담, 멘토링 등 접근 방법은 다양하지만 대체로 그 본질은 같다. 다양한 수단을 통해 정보를 수집하고 대상의 심리를 파고든 후, 정신적으로 의지하도록 만드는 식이다.

“저한테 왜 이렇게 잘해주세요”
  대학에서 이뤄지는 사이비 종교의 선교 방법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앞서 설명한 에브리타임의 설문조사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교내·연합·중앙동아리 혹은 소모임에서의 선교다. 설문조사를 통한 선교는 주로 졸업생이나 외부인이 접근하지만, 동아리에서의 선교는 같은 학우의 모습으로 다가온다.

  특히 동아리를 통한 선교는 에브리타임에서 많이 보인다. 이들에게도 몇 가지 특징이 있는데, 가장 흔한 건 동아리 대표자 정보 부재다. 대표자의 전화번호, 이메일은 물론 관련 SNS 계정조차 나와 있지 않다. 또한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은 동아리가 많으며, 동아리의 구체적인 정보가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주로 구글폼으로 지원서를 수집한다. 모집 대상을 전국, 수도권과 같이 넓게 설정한 것이 또 하나의 특징이다.

  사이비 종교가 위험하고, 접근해서 좋을 게 없단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사이비에 빠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사이비인지 아닌지 판별하는 것부터가 쉬운 일이 아니다. 김지은 심리상담사는 한 인터뷰에서 “처음에는 아주 평범한, 심지어 주변의 다른 어떤 이들보다도 믿을 만한 모습으로 다가서는 게 사이비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사이비 종교 신자는 자신의 표적에게 무척이나 공을 들인다. 그렇게 쌓은 신뢰로 라포를 형성하고, 사람의 심리를 교묘하게 파고들어 가장 힘들 순간에 다정하게 말을 건다. 이렇게 발을 들인 사이비 집단은 그 어떤 단체보다 강한 소속감을 주기 때문에 빠져나가기도 쉽지 않다.

사이비 종교 관련 교육 부재한 현실
  A 씨는 “사이비 종교가 우리 일상과 매우 밀접해 있다”며 그런데도 학창 시절을 떠올려 보면 관련 교육을 받은 기억이 없다고 말했다. 사이비 종교에 빠졌을 때의 위험성은 과거 많은 사건·사고를 통해 증명됐다. 그러나 해당 내용과 관련된 교육은 어디에서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교육이 부재한 현실에서, ‘바른미디어’는 건전한 신학적 소양을 갖추는데 필요한 콘텐츠를 제작하며 사람들에게 큰 도움을 주고 있다. 바른미디어는 “사이비 종교는 결국 모든 관계의 끝을 성경 공부 모임으로 유도한다는 사실을 반드시 기억하라”고 전했다.

이나윤 기자 dmhmm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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