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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주식은 더 이상 쌀이 아니다
1인당 연 쌀 소비량이 한 가마니(80kg)에도 못 미쳐
2015년 09월 22일 (화) 17:20:18 동덕여대학보 ddpress@dongduk.ac.kr
   
   
흔히 한국인은 밥심으로 살아간다는 얘기를 하곤 한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식생활 사에서 쌀이 차지하는 부분은 절대 작지 않다. 조상들은 쌀밥을 먹지 않으면 식사를 하지 않았다고 여겨 “밥이 보약이다”라고 할 정도로 쌀밥을 최상으로 쳤다. 세계적으로 보면 인도는 BC 7,000-5,000년대에, 중국은 BC 5,000년에 벼를 재배했다고 한다. 한국에는 기원전 2,000년경에 중국으로부터 들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에 쌀이 보급되기 이전에는 피, 기장, 조, 보리, 밀 등의 잡곡이 주식이었으나 1천여 년 전, 통일신라 시대부터 벼의 생산량이 많아지면서 쌀이 우리 식생활의 커다란 부분을 차지했다. 결국, 쌀이 들어오면서 분식에서 쌀밥 중심의 식생활로 전환하게 됐다.
 
우리나라는 여름철과 겨울철의 탁월풍 방향이 거의 정반대인 몬순(Monsoon)형 기후 지대에 살고 있다. 몬순형 기후대에서는 작물 대부분이 자라기 좋은 6-8월의 한여름에 비가 많이 온다. 따라서 이 지대의 평야는 여름에 물에 잠기기 쉽다. 더울 때 물에 잠긴 논에서 잘 자라면서 광합성의 양도 많은 작물이 무엇일까. 그게 바로 벼다. 벼의 겉껍질을 벋긴 것이 쌀이다. 벼는 밀, 옥수수와 함께 같은 면적의 땅에서 수확량이 매우 높은 작물에 속한다. 그러므로 몬순형 기후대에 사는 사람이 쌀을 주식으로 삼은 것은 자연과 조화되게 사는 지혜를 터득한 산물이기도 하다. 
 
그러나 ‘한국인의 힘은 밥심’이란 말도 이제는 옛말이 됐다. 지난 27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4년 양곡 소비량 조사’에 따르면 가구 부문 1인당 하루 쌀 소비량은 178.2g으로 전년 대비 5.8g이 감소했다. 이는 1963년 통계 작성 이후 1인당 하루 쌀 소비량이 가장 많았던 1970년 373.7g의 47.7%에 불과하다. 밥 한 공기가 쌀 100g 정도인 점을 고려하면 하루에 먹는 밥의 양이 두 공기도 채 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런 현실에 우리 학교 학생들은 쌀밥을 얼마나 자주 먹을지 궁금했다. 지난 11일부터 17일까지 본교 학우를 대상으로 쌀 소비에 대한 인식조사를 실시했다. 총 190명의 학우가 답해준 이번 설문에 대한 결과로 다소 현 세태와 다른 추이를 나타냈다. 쌀밥 섭취 빈도에 대한 질문에 61.1%가 ‘일주일에 5일 이상’이라고 답했다. 그 뒤를 이어 37.3%가 ‘일주일에 2-4일’, 1.6%가 ‘일주일에 1일 이하’라고 답했다. 하지만 ‘학교 주변에 쌀밥을 먹을 수 있는 식당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까’라는 질문에는 60%의 학우가 ‘아니오’라고 답했다. 일주일에 쌀밥을 먹는 일수가 적을수록 ‘아니오’라고 답한 응답자의 비율이 높았다.
 
점점 주는 쌀 소비, 그 원인은
 
이렇게 쌀 소비가 급격하게 떨어지는 이유로 국민의 서구화된 식습관을 들 수 있다. 지난달 30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식품수급표에 따르면 지난 30여 년간 식단 서구화로 설탕·기름·육류섭취가 늘고 양곡 섭취가 줄었다고 한다. 1980년에 쌀, 감자, 콩 등 양곡 비중은 76.3%였으나 2013년에는 49.9%로 줄었으며, 쌀(132.9㎏→77.8㎏), 보리(14.1㎏→0.94㎏), 감자·고구마 등 서류(21.5㎏→14.8㎏)는 공급량이 큰 폭으로 줄었다. 같은 기간에 설탕류(4.5%→8.2%), 유지류(4.9%→17.1%), 축산물(5.6%→13.6%)은 그 비중이 늘었다. 설탕·유지류·동물성 식품을 합한 에너지 공급 비중은 2013년 기준 42.2%였다. 육류(13.9㎏→49.2㎏), 계란(5.9㎏→10.3㎏), 우유(10.8㎏→61.4㎏) 등 축산물 역시 공급량이 모두 늘어났다. 
 
거리를 걷다 보면 밥집보다는 패스트푸드점을 훨씬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런 상황은 본교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설문조사에 응한 학우 중 대다수는 “식당 자체가 많지 않아 선택의 폭이 좁다”, “한식을 전문으로 하는 음식점이 많이 없다”라며 쌀밥을 접할 기회가 많지 않다는 점을 꼽았다. 실제로 학교 주변의 음식점을 살펴보면 쌀밥을 판매한다는 사실이 가게의 주 홍보대상이 되는 곳은 한 손에 꼽을 만큼 적다. 대체로 피자, 파스타 등의 양식류나 고기, 부대찌개, 분식류가 대다수였다. 이미 서구화된 젊은이의 입맛에 맞게 본교 앞의 가게도 서구화된 음식을 많이 팔아 한식을 먹을 기회가 적다. 실제로 서울의 특1급 호텔 25개 중 한식당을 운영하는 곳은 5곳에 불과하다.
 
이러한 식습관의 변화는 한국인의 체형을 비만으로 만들었다. 서구화된 식습관의 특징인 높은 콜레스테롤이 주 요인이었다. 국제연합(GAIN)과 글로벌 기업 암웨이가 5일 발표한 ‘세계 영양 불균형 지도’에 따르면, 한국 성인의 과체중 비만도는 빠르게 증가 중이다. 20세 이상 1980년-2013년 극동아시아 기준 한국은 36%, 일본(28%), 중국(25%), 북한(19%) 순으로 조사됐다. 이 기간에 1인당 하루 단백질 공급량은 73.6g에서 99.2g로 34.8% 증가했고, 지방 공급량은 36.3g에서 96.9g으로 166.9% 늘었다. 다이어트와 더불어 웰빙에 관심을 두는 국민이 많아지자 모두 잡곡으로 식단을 바꾸기도 해 쌀 소비량이 주는 데 한몫했다. 실제로 “다이어트 대체 식품으로 끼니를 때우는 경우가 많아 하루에 쌀밥을 한 번도 먹지 않은 날이 수두룩하다”라고 의견을 남긴 학우도 있었다. 
 
가구 형태가 다양화되면서 한식의 수요가 준 탓도 있다. 웰빙푸드, 슬로푸드로 여겨지는 한식은 간편화된 식품으로 개발되는 수가 적어 바쁜 현대인에게 외면받기 일쑤다. 맞벌이 부부와 일인 가구가 급속하게 늘면서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빵이나 국수, 시리얼 제품과 같은 대체식품을 찾는 사람이 증가했다. 바쁜 탓에 밥을 먹을 시간이 없다고 답한 응답자도 있었다. 황인주(정보통계 13) 씨는 “연달아 강의가 있을 때는 아무래도 오래 앉아서 먹어야 하는 밥보다는 빨리 먹을 수 있는 빵이나 샌드위치를 고르게 된다. 또한, 인문관 1층 카페에서 판매하는 컵밥은 제육, 김치 볶음 등 냄새가 심해 수업 중에 먹기가 힘들다”라며 한식을 잘 먹지 않게 된다고 말했다. 일부는 쌀이 맛이 없어서 먹지 않는다고 답하기도 했다.
 
위협받는 식량 안보
 
 급감하는 쌀 소비량에 국내 벼 재배면적도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사실 매년 감소추세였지만 80만 ha 이하로 떨어진 것은 올해 처음이다. 통계청은 지난달 27일 ‘벼 재배면적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는 올해 면적이 799,344ha로 전년(815,506ha)보다 2% 감소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벼 재배면적은 통계청이 현재 통계 기준을 도입한 1975년 1,218,012ha 이후 꾸준히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 같은 감소 추세는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다. 
 
이런 흐름에 일각에서는 식량 자급률 문제도 제기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곡물 자급률은 24%에 불과하다. OECD 34개 회원국 중 32위다. 그나마 쌀은 자급자족이 가능한 상태지만 현 추이를 봐서는 이마저도 지키기 어려운 상황이다. 농어민의 소득증진을 위해 노력해야 할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최근 규정을 어겨가며 지난해 1월부터 올해 9월까지 지속적으로 밥쌀용 수입쌀을 낮은 가격으로 판매해 온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미국산 1등급 밥쌀의 경우 1,790원에서 1,350원으로, 중국산 1등급 밥쌀은 1,596원에서 1,220원으로 판매됐다. 수입쌀의 공매 입찰 최저가를 낮춰 판매하는 것은 국가계약법시행령과 정부비축사업관리규정에 어긋난다. 해당 법령은 수입산 쌀의 최저가가 시중 도매가격의 70% 이상을 지킬 것을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공사는 태국산 밥쌀을 평균 수중 도매가의 45%로 최저가를 책정했다.
 
식량 자급률이 줄어드는 속도가 가속화될 수밖에 없는 환경에도 국민은 그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 식량 자급률이 줄어들면 생기는 문제는 꽤 심각하다. 식량 곡물은 필수적인 소비재이기 때문에 어느 나라든지 식량 안보를 위해 최대한 국내생산을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현재는 마치 비교우위를 따져서 수입하는 방안이 훨씬 효율적이라고 생각할지 모르나 가격 탄성치가 낮은 곡물의 경우 작은 수급변화에도 가격변동이 크게 나타난다. 국제 곡물 가격이 급등한 상황에서 국내 곡물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결국 불리한 조건으로 곡물을 수입할 수밖에 없다.
 
2010년에 들어서부터는 세계적으로 기상악화 및 자연재해로 인해 곡물 가격이 급등하고 있으며 한국은 곡물 자급률의 지속적인 하락, 생산기반의 약화로 수입량을 계속 늘리는 추세다. 이에 대해 대안을 모색하고자 재단법인 행복세상은 국가위기관리학회, 산업정책연구원, 한국정책포럼, 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과 함께 ‘기로에 선 한국의 식량과 에너지 정책’을 주제로 국가위기관리 토론회를 지난 10일 프레스센터에서 개최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성명환 연구위원은 “국제 곡물 가격 급등락이 불확실성을 높여 국민 경제 전체를 위협하고 있다. 물가 및 가계 안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농업생산기반 등 농업 분야 관련 산업에 대한 투자 기피가 생길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향후 식량 위기 발생 원인이 다양해져 국내 차원의 식량 안보를 위해 다수확·고품질 식량 작물 종자 개발 및 보급을 확대하고 주요 곡물의 비축제도를 늘려야 한다”라고 제안했다. 농협중앙회 위남량 양곡사업부장은 “국내 생산량만 높이자는 것은 일시적인 대책”이라며 “증산에 맞게 수요를 촉진하는 수급 균형 대책과 함께 수입산과 국산의 가격 차이를 좁혀 나갈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향후 ‘침묵의 쓰나미’처럼 언제 들이닥칠지 모르는 ‘식량 위기’는 무엇보다 국민의 인식 제고가 선행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정부의 대책에도 속수무책
 
이런 상황에서도 정부는 쌀 가격 안정화를 위한 이렇다 할 대책을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09년의 상황도 올해와 다르지 않았다. 쌀농사 풍년으로 생산량이 10%가량 증가하면서 쌀 공급이 수요를 초과해 쌀값이 2008년에 비해 5.4%나 폭락했다. 당시 경북도의회 이현준 의원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수입 쌀 저가판매를 중단하고 쌀 재고량의 20% 이상을 정부가 조속히 매입해 일정 기간 시장으로부터 격리조치 할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적절한 대안이 마련되지 않았고 그 이후로 쌀값은 곤두박질쳤다. 
 
쌀 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농민 스스로 자금을 조성하려는 ‘의무자조금’ 도입에 대한 필요성에 제기되고 있다. 이미 한우, 한돈, 낙농, 양계 등 축산자조금에서는 이를 시행하고 있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는 최근 쌀 의무자조금 토론회를 도별로 개최했으며 이에 쌀 전업농 대부분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쌀전업농중앙연합회는 내달 31일까지 전국적으로 국회 청원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빠른 시일 내에 농가 의견을 수렴하고 거출방식·수납기관을 논의할 공동준비위 구성에 돌입할 것이라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 역시 한계적인 대안이라는 의견이 있다. 의무자조금이 특정 단체 중심으로 조성되거나 사용될 여지가 있는 데다 이로써 농산물 소비 확대나 소비자의 인식전환을 야기하기에는 부족하기 때문이다. 임종완 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 회장은 “본질적으로 쌀 시장을 유지, 발전시킬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정부는 국가적 역량을 발휘해 농민의 불안한 마음을 달래고 본질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소정 기자 gisele_2@naver.com
강연희 기자 yhadella@naver.com
신혜수 수습기자 shs96060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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