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 속에서 생기는 갈등은 정말 많다. 친구 사이에도 진심으로 상대방의 성공을 빌어주기란 쉽지 않아 결국에는 싸움으로 번진다. 잘 생각해보면 이 모든 갈등은 ‘나의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다. 때때로 마음속에는 원망과 질투라는 감정의 공이 튕긴다. 이때 우리가 취해야 할 행동은 그 공을 받아치지 않는 것이다. 마음이 지옥이면 그가 있는 곳이 지옥이라는 말처럼, 다른 이를 원망하고 질투하는 사람은 불행해지기 마련이다. 자신의 감정에만 집중하느라 상황을 풀 수 있는 해답을 찾지 못하기 때문이다.

가장 충격을 받은 사건은 추석 당일 30대 아들이 취업에 대해 잔소리를 하는 60대 아버지를 흉기로 찔러 상해를 입힌 일이었다. 정황을 살펴보니 평소 단기 취업과 아르바이트만을 반복하던 아들은 아버지와 취업 문제로 골이 깊었다고 한다. 갈등이 심해지다가 결국에는 가족과 화목한 시간을 보내야 할 명절에 안타까운 일이 벌어진 것이다.

사회는 이 사건을 보며 30대 아들을 패륜아라며 손가락질하기 바빴다. 나 또한 아버지에게 흉기를 휘두른 아들이 잘못했다는 것에 동의한다. 하지만 내심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아르바이트를 해왔다는 사실을 보면 아들도 나름대로 돈을 벌기 위해 노력했을 것이다. 그러나 나이를 먹을수록 변변한 직장을 갖지 못한 것에 대해 좌절했을 것이고, 스스로 무력감을 느꼈을 것이 상상됐다. 반대로 그런 아들을 보는 아버지의 심정도 매우 힘들었을 것이다. 제대로 된 뒷바라지를 해주지 못해 벌어진 일 같아 마음 아파하는 날들이 계속됐을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이들이 서로의 입장에서 조금 더 생각하는 자세를 지녔다면 부자간의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취업이 어려운 사회의 구조적 문제가 작용했겠지만, 개인적인 측면에서 상대를 위해 마음을 썼다면 결말은 달랐을 것이다. “남을 위해 불을 밝히면 내 앞까지 밝아지느니라”라는 옛 성인의 말처럼, 아버지와 아들이 서로의 입장에 서서 격려하고자 했다면 어려운 상황을 극복해나갈 힘이 더욱 생겼을지 모른다.

다른 이를 위하는 마음은 결국 자신에게 되돌아오기 마련이다. 상대에게 배려함으로써 나 또한 배려받는 기회가 늘어날 것이다. 불교 철학자 이케다 다이사쿠는 뇌를 쓰면 쓸수록 강해지는 것처럼 마음도 쓰면 쓸수록 강해진다고 말했다. 덧붙여 배려가 상대를 위한 행동인 것 같지만, 결국엔 자신을 위한 행동임을 강조했다. 작은 배려의 실천이 결국 스스로 마음을 지키는 행동인 셈이다.

유자연(프랑스어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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