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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의미 없다! 오로지 재미만 추구한다
2015년 11월 24일 (화) 15:44:32 이소정 기자 gisele_2@naver.com
   
 
  우리나라의 1인 가구가 급증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2000년 1인 가구는 226만 가구로 전체 가구 대비 15.6%를 차지했으나 올해는 2배 정도 증가한 506만 가구(26.5%)로 조사됐다. 20살에 독립한 후 결혼할 때까지 10년 정도는 혼자 사는 경우가 태반이다. 이런 자취생을 위해 무료로 셀프 인테리어를 도와주는 사람이 나타났다. 그가 ‘오지랖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꾸며준 남의 집만 60채에 육박한다.
 
  희대의 오지랖퍼, 셀프 인테리어계의 아이돌이라는 수식어에 그의 블로그를 정기구독하는 사람만 9만6천 명이 넘는 파워블로거인 제이쓴. 수차례의 방송 출연과 인터뷰에도 불구하고 정작 그의 본명과 나이는 물론 눈을 본 자는 아무도 없었다. 이렇게 비밀에 꽁꽁 싸인 그를 지난 8일에 만나봤다.
 
 
자기소개 먼저 부탁해요
안녕하세요. 취미로 남의 집 셀프 인테리어를 도와주고 있는 제이쓴이라고 합니다. 이제 곧 졸업하는 대학생이기도 하면서 강연도 다니고 책도 썼어요. 벌써 2권이나 출판한 작가랍니다. 또 종종 방송에 나가기도 하죠.  
 
굉장히 바빠 보여요. 하루 일과가 어떻게 되나요
저는 사실 프리랜서처럼 일하기 때문에 규칙적으로 생활하진 않아요. 바쁠 땐 밤을 새워가면서 작업하기도 하고, 한가할 때는 온종일 누워서 천장만 바라볼 때도 있죠. 최근에 가장 바빴을 때는 하루에 미팅을 4개까지 한 적이 있었어요. 아침부터 저녁까지 종일 회의의 연속이었죠. 인터뷰, 잡지촬영, 집필 등 활동을 다 하고 나면 어느덧 새벽 3시가 돼 있기도 해요. 그 다음 날 7시에 또 일어나야 하니, 하루 평균 4시간밖에 못 자는 경우도 있었죠. 지금은 집중하고 싶은 일이 생겨서 충전할 겸 쉬고 있습니다. 근 1년 동안 주말도 없이 바빴거든요. 이번에 방송 프로그램에 고정 패널로 참가하게 됐어요. JTBC에서 12월부터 방영될 <헌 집 줄게 새집 다오>라는 프로그램이에요. 방송을 위해 자료조사를 하기도 하고 책도 읽고 있습니다.
 
인테리어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요
대학에 합격하고 보니 어쩔 수 없이 자취할 수밖에 없었어요. 본가는 천안에 있거든요. 서울에 연고지가 없어서 집을 구하려 다녔죠. 그때 같은 가격에 풀옵션과 다세대 주택이 있었는데 저는 좁은 집에서는 못 살겠더라고요. 그래서 넓은 다세대 주택을 선택했죠. 그런데 벽지에 나비랑 꽃이 그려져 있었습니다. 상남자인 제가 여기서 어떻게 살아요. (웃음) 그전까지는 인테리어에 관심이 없었는데 그 벽지를 보고 나서 셀프 인테리어를 해봐야겠다고 다짐했죠.  
 
이 외에도 소방대원, 봉사활동 등 다양한 일도 하고 있네요
전 어떤 일이든 하고 싶은 건 해야 직성에 풀리는 성격이에요. 재밌어 보이는 건 무조건 해야 하죠. 그래서 야학에 다니면서 소방대 일을 배웠어요. 봉사활동을 하게 된 것도 재밌을 것 같아서였어요. 저는 지금 영어를 가르치는 봉사활동을 하고 있어요. 초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한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하는 활동이죠. 한 선배가 수업시간에 이 활동에 대해 발표를 했는데 그게 멋있어 보여서 시작하게 됐죠. 벌써 4년째 하고 있네요. 제 영어수업을 들으신 한 할머니께서 이제는 대학준비를 하고 계세요. 정말 대단하시죠. 할머니의 남편분이 저에게 편지까지 써주셨어요. 세상을 보는 방법을 알려줘서 감사하다고요. 단지 재밌겠다는 이유로 시작했지만 느끼는 바가 커요.
 
이 중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역할은 무엇인가요
아들 제이쓴. 의외의 답변이죠? 제 삶의 원동력은 가족이에요. 부모님께 맛있는 음식 사드리고 싶고, 행복하게 사셨으면 좋겠어요. 사실 전 스무 살에 대학을 그만뒀어요. 정신적으로 물질적으로 독립하려고 애쓰면서 학교에 가질 않고 아르바이트도 하고 여행도 많이 다녔습니다. 어머니는 제가 평범하고 안정된 삶을 살기 바라셨거든요. 부모님 기대에 못 미친다는 걸 잘 알고 있죠. 저에 대해 실망을 많이 하셨을 거예요. 그래서 더욱 잘해드리고 싶어요.
 
인생에서 힘들었을 때는 언제인가요
전 공부에 관심이 없었어요. 실업계 고등학교를 나왔어요. 공부에 관심이 없었으니 인문계 고등학교에 가기도 힘들었죠. 하지만 어머니가 절 꼭 인문계 고등학교를 보내야겠다고 하시더라고요. 압박감이 너무 심했죠. ‘내가 지금 잘못 살고 있나’라는 생각마저 들었어요. 그 이후로 제가 하고 싶은 대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 같아요. 그래서 대학도 그만두고 20살에 백화점에 취직해 돈을 벌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외국인 손님이 매장이 찾아왔었어요. 한국인 친구와 함께 영어로 대화하며 쇼핑을 하더라고요. 그때 순간 저도 모르게 자존심이 너무 상했어요. 그 대화를 알아들을 수 없다는 사실이 싫었죠. 어떻게든 한국인 친구보다 영어를 잘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어요. 그래서 무작정 배낭을 메고 40일 동안 동남아 여행을 떠났습니다. 계획도 안 세우고 무작정 비행기에 몸을 실었어요. 가이드북에 실린 영어 회화문장을 더듬거리면서 읽었죠. 그렇게 온몸으로 부딪치며 다녔습니다.
 
여행을 좋아하나 봐요
저를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는 낯선 곳에서 혼자 사색하는 것을 즐깁니다. 동남아 여행 중에 영장만 나오지 않았더라도 좀 더 머물렀을 거예요. (웃음) 성인이 되자마자 혼자 간 여행은 제 철학과 가치관을 정립하는 데 큰 도움이 됐어요. 그 시간이 없었으면 지금의 제이쓴은 없었을 거예요. 
입대하기 일주일 전에 입국했어요. 훈련소에 들어가니까 마음이 정말 싱숭생숭하더라고요.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전 바다와 함께했는데 지금은 군대에 있다니요. 그래서 군인월급을 모아 다시 해외여행을 가야겠다고 다짐했죠. 그러다 제 후임으로 캐나다에서 오래 유학한 친구가 들어와 자연스레 외국의 삶에 관심을 가지게 됐고, 제대 후 돈을 모아 호주로 3년간 떠나게 됐죠. 
 
한국에 돌아오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호주에서 지내다 보니 세계여행을 하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누나한테 전화했죠. 세계여행을 떠날 거라고 제일 먼저 알렸어요. 통화하다가 누나가 저에게 “좋겠네. 근데 너 세계여행 끝나면 뭐할 거야?”라고 물어봤어요. 언제까지 떠돌면서 살 거냐고 그러더라고요. 그때 아차 싶었어요. 제가 내일만 보고 살고 있더라고요. 그때 누나가 대학에 가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고 저도 양질의 교육을 받길 원하던 차였기에, 일주일 만에 차, 보험 등 다 처분하고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요즘 셀프 인테리어가 유행하고 있죠. 이런 사회 분위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지금 대한민국은 셀프 인테리어 열풍이 불 수밖에 없는 구조에요.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니 집 장만도 힘들 뿐 아니라 결혼도 늦어지고 이집 저집 떠돌아다니며 살아야 하죠. 그런데 그냥 주어진 집에서 살기에는 젊은 층의 문화적 수준이 정말 높아졌어요. 하지만 인테리어를 시공사에 맡기기엔 비싸기도 하고 인건비도 많이 들고요. 미국도 마찬가지예요. 그들도 직접 고쳐서 살죠. 저는 이게 그냥 유행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다들 자신만의 공간을 위해 능동적으로 꾸미는 게 이젠 일상이 될 거예요. 
 
10년 뒤의 제이쓴은 어떤 모습일 것 같나요
작은 작업실을 열고 싶어요. 기숙사를 보면 1층에 다 같이 모여서 TV도 보고 밥도 같이 먹을 수 있는 공간이 있잖아요. 그런 장소를 만들고 싶어요. 혼자 사는 사람이 찾아와 커피를 마시면서 대화도 나누고, 파티도 하고, 같이 드라마를 볼 수도 있고요. 그러다 제 인테리어 지식을 나누기도 하고 공구를 빌려주기도 하고요. 사실 인테리어 분야가 정보의 비대칭성이 심해요. 저는 이런 벽을 허물어서 셀프 인테리어에 도전하는 사람들에게 쉽게 다가가고 싶어요. 저에게 배우고 싶은 사람은 쉽게 올 수 있게 말이죠.
그 작업실 옆에는 페인트 가게, 브런치 카페, 맥줏집, 공방도 열고 싶어요. 그 거리를 ‘제이쓴 거리’로 만드는 게 제 목표입니다. 
그리고 성적을 위한 공부가 아닌 진짜 학문을 공부하고 싶어요. 지금 관심이 있는 것은 의학이에요. 이런 계획을 세우다 보면 정말 내일이 기다려져요. 설레지 않나요?
 
현재 20대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나요
청춘을 청춘답게 쓰라고 얘기하고 싶어요. 제 동기들이 저한테 상담 많이 들어와요. 앞으로 자기는 어떻게 살아야 하냐고 저한테 물어봐요. 그럼 전 이렇게 얘기해요. 뭘 해보지도 않고 고민부터 하냐고요. 왜 가만히 앉아 남의 에세이 들여다보면서 부러워하냐고요. 그런 곳에 시간 낭비하지 마세요. 즐길 수 있는 것, 누릴 수 있는 것들 모두 충분히 누리세요. 제 버킷리스트에 평생 지울 수 없는 항목이 하나 있어요.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죽기’ 이건 언제나 제 행동지침 1번이랍니다.
또 자신만의 한방을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저는 숨겨둔 제 칼자루 하나 정도는 가지고 있거든요. 그게 바로 인맥이에요. 제가 오지랖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정말 다양한 의뢰인을 만났어요. 다들 사회에서 남부러울 것 없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더라고요. 이들과 꾸준히 연락을 취하고 인연을 이어가고 있어요. 제가 인테리어로 그들에게 힘이 돼줬다면, 언제가 그들은 제가 힘이 돼줄 거예요. 누군가 나를 짓밟았을 때 치명상을 입힐 수 있는, 그런 최후의 무기는 꼭 만드시길 바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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