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 오랜만에 학교를 찾았다. 기말고사가 끝난 후 한 달 만에 간 학교 정문에는 올해 입학하는 신입생을 환영하는 글의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동덕에서의 현재가 당신의 찬란한 미래를 만듭니다’ 와 ‘세상이 감당 못 할 우리, 세상을 감동시킬 우리가 바로 동덕인입니다’라고 써진 글귀는 재학생으로서 자부심을 품게 해줬다.
 그러나 신입생을 위해 제작된 30개가량의 현수막은 새 학기가 시작된다는 설렘을 느끼기도 전에 모두 떼어졌다. 성북구가 깨끗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모든 현수막을 회수하겠다고 공지했기 때문이다.
성북구는 4월 30일까지 지정 게시판 외에 선정된 6개 지역을 중심으로 약 3개월에 걸쳐 설치된 현수막을 강제 철거한다고 밝혔다. 본교를 포함한 고려대, 한성대, 석계역 주변 거리 등 총 6개 구역에 불법으로 광고물을 부착하는 행위자에게 경각심을 심어 주겠다는 의미에서 시행됐다.
 이와 같은 활동이 시작되기 전, 성북구에 부착된 불법 광고물 개수는 어느 정도였을까. 2015년에 단속된 불법 고정·유동 광고물의 수는 총 100,250건이나 되지만 이 중 실질적인 과태료가 부과된 것은 161건에 그쳤다.
 성북구가 이번 정책을 통해 불법 부착 광고물이 위법사항임을 알리고 깨끗한 거리 질서를 확립할 수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아쉬움도 남았다. 본교 정문과 후문에 부착된 현수막은 올해 입학하는 신입생을 맞이하는 의미에서 재학생과 졸업생 총 15명이 공들여 준비했다. 현수막 프로젝트 팀장인 동덕여대 졸업생 이유림(정보통계학과 16년 졸) 씨는 “물론 구청에서 폐기할까 봐 먼저 우리가 회수한 것도 맞지만, 후문의 길가나 자전거 보관소 근처에 붙여진 현수막 중 5-6개는 더러워지고 찢어졌기 때문에 떼어냈다”라고 말했다. 또한, “학교 근처에 현수막을 붙이는 것을 구청에 미리 연락하면 어느 정도 편의를 봐준다 해 개강 주에 다시 재부착할 예정이다”라고 덧붙였다.
 스스로 기획, 모금, 제작, 홍보 등의 전 과정을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학생 자치 프로젝트인 만큼 팀원 구성부터 현수막 부착에 이르기까지 본교 학우의 많은 노력과 시간이 소요됐다. 이 프로젝트를 직접 진행한 학생은 15명밖에 되지 않지만, 현수막 제작 비용이 모일 수 있도록 기부하고 SNS로 이를 홍보하는 등 많은 학우가 참여했다. 하지만 구청의 제재가 있기 전, 사람들이 자전거를 제대로 놓지 않고 현수막이 잘 관리되지 않아 쉽게 훼손될 수밖에 없었다. 이번 현수막 프로젝트는 신입생을 반기는 마음에서 준비한 것이기도 하지만 재학생의 애교심을 드높이기 위해 계획한 일이기도 하다. 앞으로 개강 주에 다시 붙여질 현수막은 프로젝트를 시작한 15명을 포함해 우리 학우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동덕여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