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혼수상태에서 깨어난 크리스티아네를 간호하는 알렉스
  <굿바이 레닌>은 최근 본 영화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영화이다. 나는 이 영화를 보기 전 단순히 사회주의가 물러나는 과정을 그린 지루한 정치 영화가 아닌가 생각했다. 그러나 유럽영화는 지루하고 이해하기 힘들다는 나의 편견은 이 영화를 보면서 깨졌다.
  크리스티아네는 동독 사회당 열혈주의 교사이다. 그녀는 아이들에게 사회주의를 가르치고, 공산주의사회에서 자신의 이념을 실현시키기 위해 사회에 봉사한다. 그러던 어느 날 크리스티아네는 자신의 아들 알렉스가 베를린 장벽 철거를 주장하는 시위대에 속해있는 모습을 보고 그 자리에서 쓰러져 혼수상태에 빠진다. 크리스티아네가 혼수상태에 빠져있는 8개월 동안 독일에서는 베를린 장벽이 무너져 동독과 서독이 통일된다. 동독에는 자본주의를 상징하는 건물, 물건 등이 자리 잡게 된다. 이러한 과정은 알렉스의 내레이션으로 처리되는데, 딱딱하고 무미건조한 말투는 독일이 통일되는 상황을 담담하게 표현하는 것 같아 미묘한 긴장감을 느끼게 했다.
  이런 상황에서 동독 사회당원인 크리스티아네가 깨어난다면 충격에 빠질 수 있다고 판단한 알렉스는 혼수상태에서 깨어난 그녀에게 지상 최대의 거짓말을 시작한다. 알렉스는 코카콜라 광고판을 보고 당황하는 엄마를 위해 "코카콜라가 동독의 발명품이라는 게 증명됐다"라는 가짜 뉴스를 만들어 보여주고, 크리스티아네의 생일날 아이들에게 사회주의의 이념이 담긴 노래를 부르게 한다. 알렉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크리스티아네는 밖에 나갔다가 서독 청년들을 보고 놀라 그 자리에 주저앉는다. 그리고 한 달 뒤 크리스티아네는 세상을 떠난다.
  영화는 알렉스가 엄마를 위해 하는 행동들을 심오하거나 무겁지 않고 경쾌하게 담아내고 있다. 사회주의와 자본주의라는 무거운 소재를 다루고 있지만 잔잔하고 유쾌한 영화의 분위기 때문에 지루하지 않았다.
  <굿바이 레닌>은 분단국가인 우리나라의 상황에서 재조명해 볼 필요가 있는 영화인 것 같다. 또한 사회주의에 대해 반감이 심한 우리나라에서 살아가는 국민 중 한 명으로서 동독과 모습은 다르지만 사회주의 이념을 가진 북한 주민의 삶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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