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즈 인 더 트랩>은 대학을 배경으로 한 청춘 멜로 드라마다. 하지만 이 드라마에는 멜로라는 장르를 무색하게 만드는 캐릭터가 대거 등장한다. 주인공 유정을 짝사랑하는 인물 남주연은 그가 홍설을 좋아한다는 사실 때문에 그녀를 질투해 괴롭히려 하는데, 이때 벌이는 일은 범죄에 가깝다. 취객을 홍설이 혼자 있는 건물로 들여보내 무언가 벌어지길 기대하는 것이 범죄가 아니고 무엇일까.
  홍설을 쫓아다니며 괴롭히는 오영곤 역시 그는 사랑이라고 말하지만 사실 스토킹이나 마찬가지다. 또한, 자신의 성적을 위해 홍설이 갖고 있던 유정의 노트를 훔쳐가는 선배 김상철은 그 도둑질이 발각되고도 그렇게 당당할 수가 없다. 홍설의 헤어스타일부터 모든 걸 따라하고 심지어 그녀의 물건은 물론, 리포트 아이디어까지 훔친 인물 손민수 역시 자신이 무슨 잘못을 저지르고 있는지 인지하지도 못한다.
  홍설의 주변 인물도 그렇지만 이 드라마의 주인공인 유정은 이런 범죄적인 느낌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캐릭터다. 그는 연인 홍설에게는 그토록 부드럽고 자상할 수 없지만, 자신을 비난하는 사람에게는 마치 사이코패스처럼 처절한 응징을 가한다. 스토킹하는 오영곤의 동영상을 찍게 해 학과 게시판에 공개함으로써 그가 학교생활을 하는 것 자체를 어렵게 만들기도 하고, 손민수가 홍설의 남동생 사진을 무단으로 찍어 핸드폰 바탕화면에 설정했다는 사실을 공개해 그녀를 곤혹스럽게 만들기도 한다. 심지어 김상철에게 인턴 시험이라는 미끼로 덫을 놓아 합격한 회사조차 포기하게 한다.
  이들 캐릭터가 갖는 불편함들은 대학을 배경으로 한 청춘 멜로로 보기에는 지나치다. 도대체 이들은 왜 이토록 범죄적인 느낌마저 주는 대학생활을 보여주고 있는 걸까. 물론 저마다의 이유는 각각 다르지만, 그 밑바탕에 깔린 정서는 경쟁적인 대학 생활에서 찾을 수 있다. 아마도 과거 8, 90년대에 대학을 다녔던 이들이라면 이 드라마 속 학생들은 사뭇 낯설게 다가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때의 경쟁은 지금처럼 첨예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드라마 속 등장인물이 대학생이라고는 보기 힘든 놀라운 행위를 하고 있는 건 그들이 본래 그런 악한 존재였다기보다는 이런 경쟁적 환경이 그들을 그렇게 부추기고 있다는 인상이 강하다.
  물론 <치인트>가 그리고 있는 대학생활의 풍경은 극화된 면이 크다. 하지만 그 과장을 빼고 보면 지금의 대학 현실과 그리 다르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도대체 우리네 사회의 어른들은 이 순수하고 풋풋하게 피어나야 할 청춘에게 무슨 짓들을 저지르고 있는 것일까. 원치 않는 무한 경쟁 속으로 밀어 넣고, 태생이 모든 걸 결정하게 만드는 현실 속에서 서로가 서로를 가시 돋친 경쟁자로 여기게 만드는 짓. 과연 이래도 되는 걸까.
 

정덕현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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