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자 공효진이 책을 냈다. 이름하여 『공효진 책』. ‘패셔니스타'인 그녀와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환경에 관한 책이다. 일종의 에세이인 이 책의 내용은 단순하다. 고지서봉투를 버릴 땐 봉투에 붙은 비닐을 분리해서 버린다. 일회용 컵보단 머그잔을 이용하고 샤워할 땐 물로만 씻는다. 책에 소개된 방법들은 모두가 알고 있지만 실천하지 않는 것들이다. 한 연예인의 소소한 실천기가 담긴 이 책은 출판된 지 세 달이 지났을 뿐인데 이미 3만 여권이 넘게 팔렸다.
『공효진 책』뿐만 아니라 올해 출판계는 ‘에코'가 트렌드라고 할 정도로 환경에 관한 책들이 많이 나왔다. 작년에 출판되어 꾸준히 주목받고 있는 『노 임팩트 맨(No Impact Man)』은 미국의 환경운동가 콜린 베버 가족의 실화를 다룬 책이다.
콜린 가족은 일 년간 휴지나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고 탄소를 배출하는 자동차를 타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전기도 쓰지 않았다. 환경을 지키기 위한 한 가족의 다양한 도전을 담은 이 책은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출판계뿐 아니라 영화, 광고, 패션, 디자인, 건축에서도 에코는 빠뜨릴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이젠 광고도 친환경적으로

최근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광고가 있다. 영국의 미디어 광고 회사 ‘커브(Curb)’는 자연을 광고의 수단으로 이용한다. 폭설로 쌓인 눈 위에 도장을 찍기도 하고 해수를 이용해 맨바닥에 글씨를 쓰기도 한다. 언제 어디서든 광고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간과 장소의 제약을 받지 않는다. 짧은 시간에 사라진다는 단점이 있지만 환경을 해치지 않기에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광고 하나가 우리에게 보여지는 시간은 고작 몇 초에 불과하지만 그 광고를 만들기 위해서 소비되는 자원은 어마어마하다. 하지만 커브의 광고는 자연도 해치지 않을뿐더러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사라진다는 점에서 일석이조의 효과를 낸다.

재활용품을 ‘리디자인’ 하다

▲ 인사동에 위치한 에코파티메아리 내부 전경
단순한 ‘리사이클(Recycle)'을 뛰어넘어 재활용품으로 새로운 물건을 만들어내는 ‘업사이클(Upcycle)'도 최근에 주목을 받고 있다. 업사이클은 버려진 물건을 원재료에 가깝게 복원한 다음, 쓸 수 있는 부분을 골라 세탁하고 디자인해 새로운 상품을 만드는 것을 말한다. 인사동에 직영점을 두고 있는 ‘에코파티메아리'는 재단법인 아름다운가게에 소속된 디자인 브랜드다.
2006년 런칭한 에코파티메아리는 버려진 현수막이나 입을 수 없는 옷, 헌 소파나 자동차 안전띠를 손질해 소품이나 가방, 지갑과 같은 제품을 만들어 판매한다. 가격은 생각보다 싸지 않다. 재활용된 원재료로 만들어진 물건치고는 비싼 가격이라고 여겨진다. 그럼에도 사람들에게 적지 않은 사랑을 받는 이유는 독특한 디자인 때문이다. 재활용디자인 상품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에코가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부터다. 여기에 환경도 지키고 희소성도 있는 물건을 원하는 소비자들의 소비경향도 한몫했다고 할 수 있다. 해외 유명브랜드에서는 이미 업사이클을 이용한 마케팅에 힘을 쏟고 있다. 한정판으로 상품을 출시해 희소성을 내세워 소비자들의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재활용디자인, 아직은 먼 나라 이야기

원가가 절약되는 경제적인 효과는 물론이고 자원 절감 효과까지 있는 재활용디자인은 외국에 비하면 아직도 걸음마 수준에 불과하다. 재활용품으로 물건을 생산하기 위해선 충분한 폐자재가 확보되어야 하지만 기업이나 정부에서 발 벗고 나서서 공급해주는 외국과는 달리 우리나라는 재활용 할 수 있는 원재료가 턱없이 부족하다. 만들고 싶어도 만들 수 없는 현실이다. 발전 가능성이 적은 시장이다 보니 뛰어드는 디자이너가 적다는 것 역시 시장 성장에 큰 어려움이다.
이젠 ‘북극곰이 나무를 심어줄 수 없잖아’라는 말이 우스갯소리로만 들리지만 않는다. 현재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정부와 개개인 모두 환경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밑거름으로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가야 한다. 앞으로 ‘지속 가능한 지구'를 위해서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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