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의 대화>는 암흑에서 진행되는 체험형 전시다. 이곳의 길잡이 역할을 하는 ‘로드 마스터’를 따라 관람객은 100분간의 시간을 보내게 된다. 1988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최초로 시작된 이 전시는 현재까지 총 30개국에서 개최될 만큼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어둠 속에서 그려지는 특별한 여행
<어둠 속의 대화>는 기존의 전시와는 좀 색다르다. 우선, 앞을 보지 못하게 구성돼 있어서 그 외의 감각과 시각장애인용 지팡이, 그리고 길을 안내해주는 ‘로드 마스터’에만 의지한 채 진행된다. 이외에도,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며 관람객을 즐겁게 한다.

먼저, 이 전시는 현장감 있는 요소들로 이뤄져 있다. 손끝으로 느끼는 대나무의 촉감을 따라가다 보면, 흐르는 물과 새 소리가 나는 장소에 도착한다. 이때 관람객은 풀 냄새가 나는 나무를 만져보면서 실제 숲에 온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이후 배타기 체험에서도 생동감이 넘쳐 흐른다. 상쾌한 바람과 함께 전해지는 차가운 물방울, 여기에 뱃고동 소리까지 더해지기 때문이다.

한편, 각자가 느낀 대로 공간이 새롭게 정의된다는 점도 이 전시의 큰 매력이다. 전시 내내 아무것도 보이지 않기 때문에 머릿속에 자신만의 이미지를 그리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그 공간은 관객의 상상을 통해 자기가 떠올리는 장소로 변주한다. 기존의 규격화된 전시와는 달리, <어둠 속의 대화>는 정해진 틀 없이 관객이 스스로 다양한 상상을 할 수 있게 한다.

전시가 끝나갈 때쯤에는 로드 마스터와의 대화 시간이 마련돼 있다. 이때 로드 마스터가 시각장애인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는데, 전시 내내 관객의 위치를 모두 파악하고 길을 능숙히 안내해 관람객은 그가 앞이 보이지 않을 거라 전혀 예상하지 못한다.

전시는 의도적으로 로드 마스터의 정체를 뒤늦게 공개하면서 그간 ‘장애인을 대하는 우리의 모습은 어땠는가’라는 물음을 제시한다. 어둠이라는 공간에 익숙지 않은 관객을 위해 친절히 배려해주는 이들의 모습은 평소 우리가 무관심이나 차별의 시선으로 장애인을 대했던 태도와 사뭇 다르다. 이처럼 <어둠 속의 대화>는 뜻깊은 교훈을 주는 동시에 하나의 여행을 선물해주는 전시다.


 김규희 수습기자 kbie1706@naver.com

과연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전시인가
<어둠 속의 대화>는 로드 마스터의 안내를 통해 어둠 속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되는 전시다. 이로 인해 관람객은 평소 시각에 가려 잘 느끼지 못했던 청각, 후각, 촉각 등의 감각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이 전시가 모든 사람이 온전히 즐길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전시 중 가장 먼저 맞닥뜨리는 ‘휴양림’은 실제 나무를 배치해 숲 속 냄새가 나도록 했지만, 지저귀는 새 소리가 과해 집중을 방해한다. 이전에 방문했던 숲을 떠올려보라는 로드 마스터의 말과는 달리, 인위적인 요소가 더 크게 느껴져 오히려 현실과의 괴리를 느끼게 할 뿐이다. 또한, 보트를 타고 이동하는 체험에서도 파도와 보트 소리를 내는 스피커가 한쪽에만 고정돼있어 보트의 움직임과 소리 사이에 간극이 생겨 관람객이 실제 움직이는 배라고 상상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 이외에도, 공간이 한정적인 탓에 다른 팀의 이야기 소리가 쉽게 들려 한껏 고조된 분위기가 흐트러지기도 했다.

한편, 이 전시에서 가장 아쉬운 점은 홀로 체험하러 온 방문객은 소외감을 느끼고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번에 최대 8명이 신청할 수 있는 <어둠 속의 대화>는 체험이 시작되자마자 함께 온 사람과의 관계를 묻고 팀 명을 정한다. 이후 진행되는 게임에서도 두 명씩 이뤄진 팀끼리 문제를 푸는 등 대부분의 활동이 일행과 함께해야 하기 때문에 혼자 온 이에게는 당혹스러운 상황일 수밖에 없다. 실제로 체험 후기를 봐도 홀로 전시회를 찾았다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분명 본 전시는 어둠에 대한 기존의 고정관념을 깨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하지만 어딘가 엉성한 체험 효과와 1인 방문객을 배려하지 못한 관람 방식은 어떤 이에게는 3만 원이라는 값에 비해 만족스럽지 못한 경험으로 남을 것이다.


문아영 기자 dkdud472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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