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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치료, 우리의 내면을 깊숙이 치료하다
2016년 10월 17일 (월) 14:01:42 이지은 기자 unmethink@naver.com
   
 

  1999년, ‘문학치료학’이라는 낯선 학문이 고 정운채 교수에 의해 처음 제시됐다. 그는 ‘문학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를 고민하다가 ‘치료’라는 영역으로 들어섰다. 문학치료는 초창기만 하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그 효용성에 의구심을 표했지만, 지금은 한국문학치료학회가 첫 학술대회를 시작한 이래 우리나라에서 가장 활발한 활동을 하는 학회 중 하나가 됐을 정도로 학계에서의 위상이 남다르다. 문학치료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문학치료학회의 부회장을 역임하고 있는 건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신동흔 교수를 만났다.


문학치료란 무엇인가
  흔히들 ‘문학치료’라고 하면 ‘독서치료’와 같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둘은 조금 다른 개념이다. 독서치료가 책을 읽으며 마음을 치유해나가는 과정이라고 한다면, 문학치료는 ‘문학을 치료하는 학문’이다. 여기서 말하는 ‘문학’은 책이 아니라 인간 안에 존재하는 문학을 의미한다. 일반적인 문학이 ‘서사’를 갖는 것처럼 우리 내면의 문학도 서사를 가진다. 이때 전자의 서사는 ‘작품서사’라고 하며 후자는 한 사람이 살아온 인생을 뜻하는 ‘자기서사’라고 정의한다.
  문학치료의 기본 전제는 자기서사, 즉 내면의 문학이 그 사람의 삶을 움직인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기서사가 건강하지 못한 사람은 삶에도 문제가 있다고 본다. 결국, 문학을 치료한다는 뜻은 한 개인의 서사에서 문제점을 찾고 앞으로의 인생을 올바르게 살도록 교정해주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자기서사는 그 사람의 심층에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에 본인은 잘 알지 못한다. 간혹 자신의 서사가 어떤 문제를 가졌는지 이미 알고 있는 사람도 있지만, 보통은 몸의 문제는 잘 알아도 내면의 아픔에는 귀 기울이지 않는다. 그래서 마음 속에 큰 병이 생겨도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한다. 병원에 가서 정기진단을 받는 것처럼, 마음의 문제도 문학으로 진단을 받는 과정이 필요하다.


문학치료에서 진단은 어떻게 이뤄지나
  우선, 자기서사 진단 검사지를 통해 내담자가 어떤 유형의 문학을 지니고 있는지 알아내야 한다. 문학치료에서 진단은 치료보다 더 중요하다. 자신의 서사를 알아내는 것이 치료의 출발이기 때문이다. 검사지에는 다양한 설화가 나온다. 그중에 당사자의 반응을 끌어내는 이야기가 그 사람이 가진 서사라고 할 수 있다. 자신과 연관이 있는 이야기라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어떤 반응이 나올 수밖에 없다. 그럼 치료사는 그 작품에 대한 내담자의 감상평을 보면서 내면의 서사를 찾기 위해 더 집중적인 대화를 나눠본다. 이 과정에서 치료사는 몇 가지 단서를 모으게 되고 이후 대상자가 어떤 유형의 서사를 가졌는지 파악하게 된다.
  유형은 다양하다. 자녀가 살아오면서 부모와의 관계가 내면에서 크게 작용하고 있었다면 ‘자녀서사’가 되고, 그 반대로 부모가 자녀에 대한 아픔이나 고민이 있다면 ‘부모서사’가 된다. 또한, 남녀 사이의 관계가 심층에서 어떻게 작용해왔는가에 따라 남녀서사, 부부서사 등으로 나뉘기도 한다.


어떤 방식으로 치료되는 것인가
  치료는 진단을 통해 얻은 개인의 서사를 바탕으로 적절한 작품을 가져와 진행한다. 근래에는 우리나라 설화「여우누이」를 자기서사로 지닌 아이가 많다. 부모의 과잉보호를 받아 자신밖에 모르는 여우누이처럼 살아온 아이들은 어떤 물건이든 뺏어도 된다고 생각한다. 이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여우누이」에 대항하는 서사를 가진 작품인 「열두 오빠」를 적용한다. 그림형제가 쓴 이 작품은 부모가 딸만 편애해서 나머지 아들들이 까마귀가 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여우누이와는 다르게 이 딸은 혼자만 사랑받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고 오히려 오빠들을 돕는 모습을 보인다. 즉, 처음에는 「여우누이」라는 거울을 통해 지금까지 살아온 자신의 모습을 비춰주고 이후에는 「열두 오빠」로 잘못된 아이의 서사를 변화시키는 것이다.


문학치료는 어떤 장르의 작품을 이용하는가
  문학치료는 시, 소설, 희곡, 그리고 영화까지 다양한 문학을 포괄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중 가장 많이 쓰이고 있는 것은 옛날이야기인 ‘설화’다. 설화가 개인이 어떤 서사를 가졌는지 파악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옛 이야기는 오랜 세월 동안 이어져 내려오면서 많은 사람에게 검증받아 아주 보편적인 구조를 갖추고 있다. 그러다 보니 어떤 자기서사라고 해도 일정한 유형으로 분석해내는 힘이 있다. 앞서 말한 자녀서사, 부부서사 등도 그렇게 구분된 유형의 일부다.
  게다가, 옛날이야기는 함축된 상징성이 강해 비출 수 있는 삶의 모습이 무궁무진하다. 좋은 몇 가지 이야기만으로도 모든 삶의 문제를 짚어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를 들어, 「우렁각시」는 우렁각시와 총각과의 행복한 생활을 다뤘으니 부부서사나 남녀서사만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용왕인 아버지에게 버림받은 우렁각시가 결국 행복해진다는 면에서 자녀서사로도 볼 수 있다.


문학치료의 전망은 어떻게 되나
  다른 심리치료가 내담자의 현상적인 문제점을 치료하는 데 중점을 둔다면, 문학치료는 문학 작품으로 그 사람 내면의 서사를 비춰보고 문제의 본질을 찾아낸다는 장점이 있다. 기존과는 다른 혁신적인 치료임은 분명하다. 최근에는 자존감이 크게 낮은 상태였던 한부모 가정의 아이가 문학치료를 받으면서 석 달 후에 자존감 수치가 정상으로 올라갔다는 결과의 논문도 있었다. 이는 문학치료가 내적인 문제를 눈에 띄게 회복시킬 수 있다는 증거다.
  물론 아직은 이러한 임상 사례가 적어 서사가 유형별로 완벽히 체계화된 상태가 아니다. 또한, 서사를 제대로 분석할 줄 아는 문학 전문가가 부족한 실정이라 문학치료가 완벽한 치료 학문으로 자리 잡기에는 시간이 더 걸릴 듯하다. 그렇지만 활발한 연구가 지속되고 있는 만큼 빠른 시일 내에 체계적인 치료 학문으로 발전할 충분한 여지가 있다고 보여진다.


이지은 기자 unmethin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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