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테의 신곡에 나타난 인간의 7가지 죄악을 중심으로 하는 <세븐>은, 눈을 사로잡는 브래드 피트의 용모나 케빈 스페이시의 소름 끼치는 살인마 연기보다 ‘카일 쿠퍼’의 오프닝 타이틀로 더 유명한 스릴러 영화다. 또한, 평범한 인간 역으로 우리의 현실을 보여준 모건 프리맨의 연기에 대한 완성도까지 디자이너가 감동할만한 영화의 끝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 작품을 모두 보고 나면, 오프닝만으로도 뚜렷이 전달된 내용의 존재감, 압축미 그리고 심미성에 대해 지금은 디자인의 한 분야에서 확고한 위치를 구축한 카일 쿠퍼에게 찬사를 보내게 된다.
  이 영화의 오프닝에는 살인마가 예리한 면도칼로 손가락의 지문을 지우는 모습이 나온다. 또한, 어설프게 써 내려 간 글자가 오랜 영사기 필름처럼 흔들리다 사라지는데, 2시간에 걸쳐 우리를 가슴 졸이게 했던 내용보다 더 무서웠던 장면이다.
  <세븐>은 탐욕, 욕정, 분노와 같은 인간 죄악과 각성에 대한 이야기지만, 영화 속에 있는 모든 공포는 단순히 영화의 흐름과 전개에 있는 것만은 아니다. 작은 소품과 움직임에 담긴 살인의 메시지를 영상으로 담아낸 감독 데이빗 핀처만의 연출 스타일이 공포를 더하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그의 이야기 전개 능력 역시 감탄스럽다. 하지만 영화의 오프닝에 더 큰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이제는 전설이 돼버린 몇 안 되는 작품이다.
 

임성택(디자인대 미디어디자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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