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원인, 병사에서 외인사로 수정돼야…’


  고 백남기 농민의 사망진단서를 놓고 태풍급 논란이 일고 있다. 백 씨의 사망 원인이 시위 중 물대포를 맞고 바닥에 부닥치면서 생긴 ‘외인사’(外因死)인지, 기존의 지병 또는 외상 후 생긴 합병증에 의한 ‘병사’(病死)인지에 대한 논쟁이 바로 그것이다.


주치의의 사인 판단에 대한 논란 일어
  문제는 농민 백 씨의 주치의인 서울대병원 백 모 교수가 사망 원인을 병사로 기재하면서 발단이 됐다. 일부를 제외한 대다수 전문가가 ‘외인사가 맞다’고 주장하며 수정을 요구하고 있으나, 주치의 백 교수는 요지부동이다. 그런데도 농민 백 씨의 사망 원인은 사실상 외인사로 판명 났다.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가 ‘백남기 농민의 사인은 병사가 아니다’라고 해석했기 때문이다. 의협은 세계보건기구(WHO) 준칙에 근거해 만든 ‘진단서 등 작성교부지침’을 바탕으로 이러한 판단을 내린 것이다.


  의협의 사망진단서 작성 지침을 보면, 사망 원인에는 (가), (나), (다), (라) 총 네 가지를 쓰게 돼 있다. (가)는 직접적인 사망의 원인을 기재하는 칸이다. (나)는 (가)의 원인이고 (다)는 (나)의 원인, 그리고 (라)는 (다)의 원인으로 구성된다. 이때, 사망의 원인이란 ‘사망을 이르게 한 질환명’을 의미한다. 의협 지침에는 사망 원인을 적은 후, 사망 종류를 기재하게 돼 있다. 사망 종류는 ‘사망을 이르게 한 질환을 유발한 이유’를 뜻하며 크게 병사와 외인사로 나뉘고, 병사인지 외인사인지를 알 수 없으면 ‘기타 및 불상’에 표시하게 된다.


  현재 논란이 되는 농민 백 씨의 ‘사망 종류’는 직접적인 사인을 일으킨 선행 사인으로 결정해야 한다. 사망한 백 씨가 물대포에 맞아 바닥에 쓰러지면서 강한 충격을 받아 생긴 ‘외상성 경막하출혈’이 그 원인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교통사고처럼 강한 외부충격으로 실려 온 환자가 다른 합병증으로 사망했더라도 사망 종류는 외인사로 기재하는 이치와 같다.


  주치의 백 교수도 고인에 대한 진료 및 퇴원 기록에는 ‘외상성 경막하출혈’로 사인을 기록했다. 외상성 경막하출혈이란, 외부의 강한 충격으로 뇌를 둘러싼 경막 안쪽 뇌혈관이 터지면서 뇌와 경막 사이에 피가 고이게 되는 것으로, 수술 전 의식이 없을 정도로 심한 환자들의 경우 사망률이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진 증세다.


불거진 백 교수의 사익 의혹
  그러나 백 교수는 사망진단서에만 사망 원인을 ‘급성 경막하출혈’로, 사망 종류를 ‘병사’로 기록하고 있다. ‘병사’ 사망진단서 파동이 커지자 서울대병원이 설치한 특별조사위원회의 ‘외인사’로의 수정 요구에도 주치의 백 교수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그의 고집이 의학적 소신에 따른 것일지라도, ‘그가 사익을 쫓는 것이 아니냐’는 여론의 의혹은 피하기 힘들다.


  한편, 농민 백 씨의 사망 원인이 ‘외인사’라는 사실이 여론을 타면서, 폭력을 행사하는 시위 진압의 합법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 아무리 정당한 요구라도 불법시위가 합법화될 수 없듯이, 시위진압도 오용된다면 그 공권력은 이미 ‘폭력’인 것이다. 시위대를 향한 최루탄이나 물대포는 사망에 이를 수 있을 만큼 치명적이다. 이토록 위험한 진압을 중단해야 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경찰의 역할은 시위대를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혹시나 있을 과격한 시위에 대비하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폭력 시위의 근거를 채집해 법의 심판대에 세우는 책임을 갖는다.


진실은 밝혀져야 한다
  1987년, 고 이한열 씨가 직격 최루탄에 맞아 사망한 사건을 온 국민은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 고인의 ‘외인사’가 공권력을 향하고 있지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누구나 ‘외인사’라고 하는 주장을 주치의만 ‘병사’라고 하는 것이 뭔가 납득하기 어렵다. 이제는 비정상인 ‘병사’ 판정을 접고 ‘외인사’라는 정상으로 수정하는 게 진짜 정상으로 돌려놓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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