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뭐라 해도 지금 온 국민의 관심사는 ‘최순실 게이트’다. 9월 중순, 한겨례 신문이 최순실이라는 인물을 단독 보도하면서 그 존재가 대중에게 알려졌는데, 이제는 하루에도 몇 번씩 그녀에 대한 새로운 사실이 폭로된다. 그런데 이 사건이 여느 정치 문제와 달리 이토록 일파만파 커진 이유를 생각해 볼 때, 가장 우선적으로 떠오르는 것은 이화여자대학교(이하 이대) 학생들의 대규모 시위다.


지난달, 이대 학생들은 86일 간 진행된 점거 농성의 마침표를 찍었다. 이 기간 동안, 그들은 최 씨의 딸 정유라가 입시와 학사관리에서 특혜를 받은 정황을 세상에 드러내고 학교 본부를 향해 그 책임을 물었다.


사실 2만 명이 넘는 학생이 모두 같은 뜻을 피력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대중의 이목을 집중시키기 충분하다. 그러나 그들은 이 외에도 매일 광장에 앉아 작게는 포스트잇, 크게는 대자보에 작금의 상항을 꼬집는 글을 써내려가며 적극적으로 행동에 나섰다.


이는 사회 문제에 별 관심이 없던 사람도 ‘최순실이 누구이기에?’라며 돌아보게 만들었다. 언론도 이대 구성원의 시위를 집중 조명하자, 실시간 검색어에는 내내 ‘정유라’, ‘최순실’이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130년의 사학에 먹칠을 한 것으로도 모자라, 대한민국을 손아귀에 쥐고 흔든 이의 정체가 학생들에 의해 온 국민에게 들통 나게 된 것이다.


며칠 전, 본교도 총학생회(이하 총학) ‘청춘나래’가 현 사태를 규탄하는 시국선언을 하면서 많은 학우가 이에 동참했다. 다수의 학내 구성원이 문제의식을 갖고 동참했다는 점이 물론 의미가 있었지만, 한편으로 기자는 씁쓸한 마음도 들었다. 우리가 중요한 본질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들었기 때문이다.

본교 역시 그간 이대만큼이나 크고 작은 학내 문제가 대두돼 왔다. 그중에는 학내 구성원의 의견 수렴 없이 이뤄진 수업일수 변경, 비리재단의 복귀, 입학금 사용처 불분명 등 단순히 지나칠 수 없는 중요한 문제들도 있었다. 그러나 학우들의 반응은 잠잠했다. 그 예로, 교내 커뮤니티 사이트에 한 학우가 과거 논란을 일으켰던 비리재단이 복귀했다는 골자의 글을 게시하면, 그 아래는 ‘그런 일이 있었나요?’라는 무심한 댓글이 연이어 달리곤 한다.


반면, 이대는 구성원 모두가 학내의 고름을 짜내기 위해 노력해 결국 사회 전반의 문제로 대두시켰다. 이는 학생들이 맨바닥에 앉아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낸 끝에 얻어낸 쾌거였다. 그런데 우리는 어떠했나. 본교 학생 또한 시국선언의 영광에만 취해있을 것이 아니라, 앞으로도 학내 사안에 관심을 가져 ‘잘못된 것’은 바로 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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