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흔히 ‘여성스럽다’ 혹은 ‘남자답다’라는 말을 사용한다. 하지만 그 어떠한 상황에서도 성별에 대한 정체성은 특정한 형용사로 정의될 수 없다. 여자와 남자의 근본적인 차이는 태생부터 결정되는 신체적인 능력 정도일 뿐이며, 이 또한 노력으로 극복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성별에 따라 특징을 한정 짓는 것을 ‘성별 프레임’이라고 한다.


  여성의 성별 프레임에는 세련됨, 우아함, 가녀림, 세심함 등이 포함돼 있다. 하늘하늘한 소재의 원피스를 입고 물티슈를 꼼꼼하게 챙겨 다니는 사람을 보면서 ‘여성스럽다’고 칭하는 것이 그 예다. 반면, 보편적으로 정의되는 남성스러움에는 강함, 거침, 추진력, 박력 등의 단어가 해당된다. 이는 운동을 잘하거나 거친 성격을 가진 남자가 남성성을 부여받게 되는 것을 통해 알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틀에서 벗어나 행동하는 사람은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각자의 ‘여성성’ 또는 ‘남성성’을 박탈당한다. 예를 들면, 공을 차며 뛰어노는 여자아이와 슬픈 영화를 보고 우는 남자아이가 그 행동을 제지당하는 것이다. 이 외에도, 요리를 못 하거나 머리카락이 짧은 여성에게 여자답지 못하다고 일컫는 수많은 사례가 있다. 이 예시 속의 사람들은 분명 잘못된 행동을 하지 않았지만, 프레임을 벗어났다는 이유에서 비난의 대상이 된다.


  여자가 상대적으로 더 엄격하게 여성성의 검증을 요구당한다는 점도 불합리하다. 최근 남성 셰프가 인기를 끌며, 요리를 잘하는 남자는 좋은 평가를 얻는 데다 남성성을 빼앗기지 않는다. 그러나 남성적인 면모를 가진 여성은 칭찬보다는 이질적인 시선이 따라붙는다. 예를 들면, 직장을 다니는 엄마가 가정에 충실하지 않다는 비판을 받는 것이다. 물론, 남성도 남자다움이라는 편견 때문에 피해받기는 하지만 사회적으로 여성의 고통이 더 큰 것이 사실이다. 남자는 큰 노력 없이도 남성성을 지킬 수 있으나, 여자는 사회가 요구하는 여성성의 틀에 자신을 맞추기 위해 무던한 노력을 해야 한다.


  남자가 이성적이며 여자가 감성적이라는 의견 역시 힘을 잃은 지 오래다. 일반화시키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이미 만연해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의미 없는 프레임을 씌워 여성성 혹은 남성성을 구분 짓는다는 것은 매우 시대착오적인 일이다. 우리는 그 어떤 분야, 상황에서도 성별로 특징을 구분 짓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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