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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최순실 게이트와 풍자의 기능
2016년 11월 22일 (화) 15:58:21 정덕현 문화평론가 thekian1@gmail.com

최근 가장 유행어를 많이 만든 인물은 누구일까. 평소 같으면 개그맨이 순위에 올랐겠지만, 지금은 안타깝게도 박근혜 대통령이 1등이다.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문의 내용 중 하나인 “내가 이러려고 ○○했나 자괴감이 든다”라는 말이 이미 하나의 유행어로 자리 잡았다. 물론, 이러한 현상은 이번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국민이 갖게 된 엄청난 허탈감과 상실감이 풍자와 패러디로 작용한 탓이다.

트렌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예능프로그램에서도 전례 없이 자막을 통한 패러디를 내놓았다. <무한도전>은 늘 하던 대로 이번 사태를 암시하는 단어로 자막을 채워 시청자가 나름대로 해석할 수 있게 만들었다. 실제로 ‘요즘 뉴스 안 보시는 듯’, ‘상공을 수놓는 오방색 풍선’ 등의 자막에 시청자는 열광했다.

한편, <SNL코리아>는 이번 사태에 대해 남다른 소회가 있었을 법하다. 과거 이 프로그램의 한 코너였던 ‘여의도 텔레토비’가 날이 선 풍자를 빌미로 사라졌기 때문이다. 아직은 조사가 더 진행돼야 확증할 수 있지만, 이러한 예능 코너와 <광해>, <변호인> 등의 영화가 정부의 심기를 건드려 CJ의 이미경 부회장이 물러나게 됐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이 때문인지 <SNL코리아>는 솔비가 호스트로 출연한 회차에 현 시국에 대한 해학적인 패러디를 선보였다. 이외에도, 한때 직설적인 비판으로 내외적인 압력을 받은 <개그콘서트>가 최근 ‘민상토론 2’라는 코너를 세워 대놓고 대통령의 이름을 거론하며 날카로운 희화화를 선보인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그러나 예능프로그램의 풍자가 얼마나 지속될지는 알 수 없다. 또, 이처럼 정권에 대한 지지율이 바닥에 가까워져 힘이 없어진 상황에서야 비로소 풍자의 불이 켜졌다는 것에도 아쉬운 마음이 남는다. 풍자처럼 코미디의 본령에 해당하는 요소는 특별한 때 슬쩍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늘 존재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근본적인 문제를 들여다보면, 결국 ‘불통’의 시대가 만든 참극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소통해야 할 국민 대신 소통하지 말아야 할 사람과 내통해온 것이 이번 사태를 만들었다. 결국, 소통의 물꼬가 막혀 답답해하던 대중은 마침내 지난 12일, 광화문 광장에 모여 100만 촛불을 통해 억눌려 온 국민적 감정을 토해냈다. 전 세대에 걸쳐 터져 나온 무능한 정부에 대한 분노는 마치 예능의 한 코너처럼 발랄한 코미디나 풍자를 섞어 그 힘을 더했다.

이처럼 오늘날 막힌 물꼬를 터주고 그나마 대중이 숨 쉴 공간을 만들어 주는 것이 바로 비판과 풍자다. 막아서도 안 되고 막을 수도 없는 그 기능을 항상 열어둬야 우리는 사회의 문제를 자정하는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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