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3일, 한국과 일본 간의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이 체결됐다. 협정은 상대국에 대한 서면 통보를 거쳐 이날 곧바로 발효됐다. 이는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2년 6월 협정 체결이 막판에 무산된 이후 4년 5개월 만이며, 정부가 10월 27일, 체결을 재추진하겠다고 발표한 지 27일 만이다.

 정부는 왜 ‘최순실 사태’로 정국이 시끄러운 동안에 GSOMIA를 강행했을까. 군사정보보호협정은 본래 협정을 맺은 국가 간에 군사 기밀을 서로 공유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 국가 간 정보 제공 방법, 정보의 보호와 이용 방법 등을 규정하는 것이다. 교환할 수 있는 비밀 등급은 2-3급이다.

 그간 국방부는 북한의 핵ㆍ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정보력 강화를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해왔다. 북한의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인간 정보(휴민트ㆍHuman Intelligence), 영상 정보(이민트ㆍImage Intelligence), 신호 정보(시진트ㆍSignal Intelligence)를 활용한다. 우리나라는 그중 고위급 탈북자를 비롯한 휴민트 정보에 강하다. 1997년 고(故)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가 제3국에서 망명을 원했을 때, 우리나라와 미국이 신병을 확보하려고 치열한 ‘첩보전’을 벌였던 사건은 휴민트의 가치를 말해주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우리 정부가 북한과 고위급 인적 교류가 활발하고 지리적으로 가까운 몽골, 중국과도 군사정보보호협정을 추진한 것도 이 때문이다.

 반면, 일본은 정찰위성 5기와 이지스함 6척, 해상초계기 77대, 탐지거리 1,000㎞ 이상의 지상 레이더 4기 등을 보유해 북한의 탄도 미사일 움직임과 관련한 정보에 강하다. 우리 측 입장에서는 이들과의 협정으로 정보 수집이 어려운 북한의 잠수함 및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관련 정보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이유가 있는데도 반대의견 또한 강하다. 다음과 같은 2가지 문제점 때문이다. 첫째로, 나라마다 군사비밀 등급이 달라 일본과 교류하는 정보 수준이 우리와 다를 수 있다. 비슷한 정보라도 우리 측이 2급으로 규정하는 반면, 일본 측에서 1급으로 규정해 교류를 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아울러 일본이 ‘방위 비밀’로 분류해 우리 측에 제공하는 정보가 우리 입장에서 보면 ‘대외비’ 수준일 수도 있다. 한일 정보보호협정은 교환할 수 있는 군사비밀을 2-3급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미국과 우크라이나, 러시아, 캐나다와는 1-3급 기밀과 군사 대외비를 공유하도록 했다. 정보 전달은 정부 대 정부 간 경로를 통해서만 가능하고, 문서 형태의 비밀은 이중 봉인된 봉투에 담아야 하는 등의 정보전달 방법도 적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두 번째 문제는 여론 수렴 없는 일방적인 협정이기 때문이다. 국방부는 그동안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2년 6월 GSOMIA 체결 직전까지 갔으나 밀실협상 논란으로 막판에 무산됐다는 점을 감안해 국민 여론을 충분히 수렴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해 왔다. 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이 지난달 15일부터 17일까지 실시한 GSOMIA 관련 조사에서 응답자의 59%가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한 것으로 나타난 것도 GSOMIA 추진의 절차적 문제와 무관치 않다.

 하지만 한국국방연구원(KIDA) 주최로 지난달 4일과 11일 비공개로 진행된 정책설명회가 전부이기 때문에 이는 밀실협정체결이라는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이날 협정식은 일본 측의 반대로 언론사에 사진촬영까지 거부하면서 마찰을 빚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한국 내 반발 여론이 우세한 위안부 합의 후 한일 당국 간 관계는 개선됐지만, 양국 관계의 전반적 개선은 이뤄지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국가안보에 대해 국민과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소통을 해야 한다. ‘정밀 조사, 주민의 의견수렴 및 설득, 조정과 결정’이라는 일반적 절차를 지켜야만 한다는 것이다. 사드도 마찬가지다.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꼭 필요한 방어무기라면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국민들의 의견을 우선시해야만 했다. 정부는 이번 성주 사드부지 선정과정에서의 진통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명분이 정당해도 민의가 따르지 않으면 결국 값비싼 대가를 치를 수밖에 없다.

 미 해군사관학교에 가면 ‘위기 때 가장 좋은 배는 리더십이다(The best ship in times of crisis is leadership)’라는 글귀를 볼 수 있다. 리더십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재치 있게 표현한 문장이다. 한 나라에 전쟁이 발발하면 리더는 단호한 결단과 소통으로 결정적인 역할을 하며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

아시아경제 정치부 양낙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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