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전 이후 전 세계의 관심이 인공지능에 쏠리고 있다. 컴퓨터 과학자인 필자의 입장에서 인공지능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발전할지도 관심사지만, 동시에 인간이 인공지능에 대해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를 관찰하는 것도 매우 흥미로운 일이다.
영화 <엑스마키나>에서 인공지능 과학자 ‘칼렙’은 치열한 경쟁 끝에 인공지능 분야의 천재 개발자 ‘네이든’의 새로운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다. 외부와 단절된 비밀 연구소에서 칼렙은 네이든이 창조한 인공지능 로봇 ‘에이바’를 만나게 되고 네이든의 요청으로 인해,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진 에이바의 인격과 감정이 얼마나 자연스러운지를 판단하는 테스트를 진행한다. 그 과정에서 에이바도 원하는 바를 얻기 위해서 자신의 미모와 칼렙의 감정을 이용하기 시작하고, 영화에서 에이바가 보여주는 감수성과 치밀함은 지켜보는 관객에게 공포감마저 선사한다.
그렇지만 영화와 달리 인공지능 과학자들은 현재의 인공지능 수준을 생각보다 높이 평가하지는 않는다. 그 이유는 오늘날의 인공지능이 가지는 한계가 상대적으로 명확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단순한 계산력이나 논리력 이외에 도덕성이나 사회적 관계성, 감정을 가진 보다 복잡한 존재다. 그러나 현재까지 개발된 인공지능은 인간의 계산력과 논리력만이 극대화된 형태일 뿐이다. 최근 인공지능 과학자들은 인간의 도덕성이나 감정을 컴퓨터에서 어떤 식으로 표현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있지만, 그 일은 그리 간단해 보이지 않는다. 우리가 인공지능을 두려워해야 하는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


이은영(정보과학대 컴퓨터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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