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친근하고 좋아하는 나무는 단연 소나무이다. 소나무는 본래 솔나무라고 불렸다. 솔은 인솔하다 통솔하다는 의미로 곧 소나무가 나무들을 이끄는 으뜸나무라는 뜻이다. 소나무 중 내륙에 사는 것은 육송이라 하고 바닷가에서 사는 것을 해송이라 하는데,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소나무는 육송이다. 또한, 소나무는 자태가 매우 아름다워 미인송이라고도 하고 금강송, 강송이라고도 한다. 서울 남산에도 우거진 소나무 숲이 있었으나 일제강점기에 대부분 훼손되어 그 면모를 찾아볼 수 없고 애국가에 “남산 위의 저 소나무”라는 구절을 통해 상상할 따름이다.  
우리의 삶을 종종 “소나무에서 소나무로”라는 말로 형용하곤 한다. 소나무로 지은 집에서 금줄에 소나무를 끼워 태어남을 알리고, 소나무 우거진 동네 어귀의 솔밭을 놀이터 삼아 놀며 마른 솔잎을 태워 지은 밥을 먹고 자라게 된다. 성년이 되어 결혼할 때면 초례상에 대나무와 더불어 소나무를 꽂아 변치 않을 정절과 사랑을 맹세한다. 이윽고 나이가 들어 흙으로 돌아갈 때면 송판으로 만든 칠성판에 누워 소나무 우거진 뒷산에 묻혀 비로소 생을 마감하게 되니 소나무에서 태어나고 자라서 결국 소나무로 돌아가는 것에 다름 아니다. 그래서 소나무를 우리 나무, 겨레 나무라 부르고, 우리를 소나무 사람이라고도 하는 것이다.
늘 푸른 상록수의 특성은 삶이 순탄할 때나 그렇지 못할 때도 언제나 변함없이 한결같기에 지조와 절개를 상징한다. 소나무는 종종 바위와 어울려 그려져 송무석수(松茂石壽), 즉 소나무는 날로 무성해지고 바위는 절로 오래 나이를 먹는다는 장수의 의미로 읽히게 된다. 또한, 속세를 떠난 신선들은 소나무 잎으로 찻물을 다리고 소나무 밑에 앉아 자연을 벗 삼았기에 탈속의 의미도 지닌다.


김상철(예술대학 회화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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