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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서자, 마주 보기 위해
2017년 03월 28일 (화) 16:58:40 정덕현 문화평론가 thekian1@gmail.com

MBC의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의 제목은 두 가지 정서를 동반한다. 우선, ‘혼자서도 잘 살아간다’는 긍정적인 정서이고 다른 하나는 이제 ‘혼자 살아가야 한다’는 우울한 시대 정서다. 이러한 프로그램이 기획돼 시청자의 공감을 일으키는 현상은 1인 가구 시대가 이미 우리 사회에 도래했다는 것을 말해준다.

사실 ‘혼자 산다’는 의미는 단지 생활 방식의 변화에서만 생겨나는 게 아니다. 우리 사회가 처한 이른바 ‘각자도생(各自圖生)’, 즉 각자가 알아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생존환경이 그 안에 담겨 있다. 물론 이때의 각자도생은 개인 외에도 가족 단위 내의 각자 생존 또한 포함하는 개념이다. 공존을 꿈꾸던 생활양식이 개인주의적인 삶으로 바뀌게 됐다는 것은 크게 다르지 않다.

아울러 각자도생의 의미는 국가적 차원에서도 비슷한 시대 강령으로 다가오고 있다. 영국이 유럽연합을 탈퇴하는 브렉시트 사태가 유럽에 드리워진 각자도생의 그림자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또한, 중국은 시진핑 체제를 장기적으로 이어갈 구상에 들어갔고 일본은 갈수록 보수화의 길을 걸어간다. 각자 살아남아야 한다는 강박감이 자국 이기주의를 통해 개개인의 삶을 넘어 전 지구적으로도 파고들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최근 들어 민주주의의 근간이 합리적 개인주의라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 과거 7-90년대를 되돌아보면 당시의 공동체주의는 많은 개인을 희생시켰다. 반면에 오늘날에는 개개인이 각자 목소리를 내는 현상을 통해 이전보다 훨씬 좋은 사회를 만들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중이다.

실제로 “You Only Live Once!”를 외치며 등장한 ‘욜로 라이프’는 혼자 사는 삶을 긍정하는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이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에서 가장 중요한 건 결국 ‘나’다. 이를 실천함으로써 과거 공동체주의가 지녔던 성공 지향적인 특징은 현재의 행복을 가장 우선으로 하는 가치관으로 변화했다. 집단적 이익을 위해 개인을 희생하거나 현재의 행복을 포기하지 않는 새로운 삶의 철학이 나타난 것이다.

홀로 서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이는 혼자만 살기 위함이 아니며 각자의 위치에서 타인을 마주 볼 때 비로소 진정한 의미를 갖는다. 이제 막 기지개를 켜는 개인주의 시대에 ‘홀로서야 마주 볼 수 있다’라는 이야기는 우리가 지녀야 할 자세 중 하나다. 이러한 각자도생의 시대에 우울을 극복하고 긍정화의 길로 가기 위해서는 그만큼 우리는 공존의 삶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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