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올해 들어 벌써 3명의 재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전문계고 출신부터 과학고 출신의 신입생과 군대를 다녀온 복학생까지 다양한 학생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다. 이에 ‘베르테르 효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다.
   물론 대학생의 자살 소식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한해 약 200∼300명의 대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으니 말이다. 그들은 정신적이든 육체적이든 어떤 한계상황에 내몰려 자살충동을 느꼈을 때 자살이란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
   대학생들은 높은 등록금을 지불하며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하지만 나날이 힘들어지는 취업으로 소위 ‘스펙’을 쌓기 위한 학생들 간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대학은 진리의 상아탑이 아니라 치열한 생존경쟁의 장으로 변했다.
   통계청이 지난 2월 16일에 발표한 ‘1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는 2,319만 6천 명으로 작년 1월보다 32만 1천 명이 증가했다. 하지만 청년실업률은 8.5%로 지난해 7월 이후 6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대기업 정규직으로 취직하는 학생들은 극히 일부다. 취직하지 못한 청년들은 ‘루저’라는 좌절감에 시달리게 된다. 이런 상태에서 장래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은 자살로 귀결되는 것이다.
   한국과학기술원 학생의 자살이 집중 조명되고 있는 이유는 아마 우리나라에서 알아주는, 들어가기만 해도 미래가 보장된다고 알려져 있는 대학의 학생들이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했기 때문일 것이다. 학생들의 자살 원인은 개인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치열한 성적 경쟁과 카이스트의 학사관리 방식이 학생들에게 주는 스트레스가 자살에 직·간접적인 관계가 있을 것이라는 지적들이 많다.
   젊은 영재의 잇단 자살은 개인과 가정의 아픔일 뿐 아니라 국가적으로 큰 손실이란 점에서 안타까운 일이다. 따라서 한국과학기술원은 학생의 자살 원인을 철저히 분석하고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할 것이다. 또한 이는 비단 한국과학기술원 학생만의 문제가 아니기에 정부도 방관하지 말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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