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조향 교육기관인 센토리의 대표 김아라입니다. 조향사가 되고 싶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향에 대한 이론 및 실기수업을 진행하고 있어요. 또한, 다양한 영역의 향을 기획하고 개발하며 향이라는 분야를 알리는 도슨트 역할도 하죠.

조향사는 어떤 일을 하나요
조향사는 크게 퍼퓨머와 플래버리스트로 구분됩니다. 우선, 퍼퓨머는 우리가 상상했던 향을 실제로 구현하는 일을 해요. 기존의 향 이미지에 얽매이지 않고 이전에 없던 새로운 향을 만들어 내는 것이죠. 이들은 자연의 원료와 화학적 향료인 합성향료를 섞어 향수나 화장품의 향을 제조합니다.
다음으로 플래버리스트는 후각과 미각을 통해 일상에서 경험했던 향을 재현하는 사람이에요. 바로, 우리가 먹어봤던 현실의 맛을 향으로 만들어 식품에 접목하는 것입니다. 이를테면, 오렌지라는 과일에서 맛봤던 오렌지 향을 화학적으로 조합해 인공적인 향으로 만들고, 오렌지 주스에 더하는 일이죠.
한편, 실질적인 조합과정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기획과 마케팅 분야에서 능력을 발휘하는 조향사가 있습니다. 이들은 소비자가 추구하는 향에 대해서 분석하고 향의 초안을 기획하는 일을 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향이 만들어지고 나면, 이를 효과적으로 판매하기 위해서 업계 동향 및 시장을 조사하죠.

조향사는 어떻게 될 수 있나요
조향사는 국가 공인의 자격증이나 면허 시험이 없어요. 그래서 화학이나 화장품과 관련된 학과를 졸업한 뒤 회사에 취업하는 것이 일반적이죠. 물론, 회사에서는 연구하는 조향사 외에도 향을 기획하거나 마케팅하는 사람들을 모두 필요로 해서 화학적 지식이 없더라도 충분히 향과 관련된 일을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취업 외에도 자신만의 공방을 마련할 수도 있어요. 이때는 시장에 대한 분석과 트렌드 파악이 중요하죠. 조향 업계의 시장은 메이크업이나 패션 시장처럼 빠르게 변화하지 않아요. 그러다 보니까 특별한 공부를 하지 않더라도 『VOGUE』와 같이 주위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잡지를 참고하면 어떤 향이 시장에서 활발하게 이용되는 향인지를 파악할 수 있답니다.

학생들은 조향을 할 때 어떤 부분을 가장 어려워하나요
향료마다 역할이나 특징이 각기 다른데 학생들이 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서 향의 방향성을 잃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또한, 이런 상태에서 조향을 하게 되면 본인의 스타일에 치우쳐져 특정 향료만을 추가하게 됩니다. 그러면 결국 완성된 향의 균형이 깨지게 되죠. 이는 다양한 영역의 향을 개발해야 하는 조향사에게 치명적인 실수예요. 그렇기에 천연이나 합성 향료의 특징을 먼저 명확히 파악한 후에 이에 맞게 향료를 적절히 배합해야 합니다.

조향사로 취직하는 데 있어서 도움 되는 활동이나 팁이 있나요
화장품이나 향수 등 조향사를 필요로 하는 회사에서는 일반적인 서류과정 외에 ‘관능 평가’를 진행해 향에 대한 분석 능력을 시험해요. 관능 평가에서는 특정한 향이 향수나 섬유유연제 혹은 바디워시 중에서 어떤 제품에 들어가면 좋을지를 묻는다던가, 이 향이 어떤 느낌을 주는지 질문합니다. 또한, 트라이앵글 테스트라고 해서, 하나의 트랙에 비슷한 두 가지 향과 전혀 다른 한 가지의 향을 숨겨 놓아요. 그러면 지원자는 숨겨진 세 가지 향의 특징을 구분해야 하죠.
이런 평가를 무사히 통과하려면 평소에도 생활 곳곳의 향에 집중하고 관심을 두는 것이 필요합니다. 특히, 후각은 타고 나는 감각이 아닌, 계속된 자극으로 발달하는 감각입니다. 그래서 일상에서도 향기로운 화장품이나 향수뿐만 아니라 사람이나 음식 냄새 같은 모든 냄새에 관심을 두고 이것을 텍스트로 메모하는 습관을 들여야 해요.

향을 만드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자질은 무엇인가요
무엇보다 조향사는 자신의 후각을 잘 관리해야 합니다. 특히, 후각은 피로도가 높고 쉽게 지치는 감각이기 때문에 평소에도 꾸준히 신경을 써줘야 하죠. 예컨대, 식습관 면에서 조심해야 하는 부분이 있어요. 바로, 음식을 먹을 때 항상 싱겁게 먹고, 뜨겁게 먹지 않아야 합니다. 후각은 미각과 연결돼 있는데 짜게 먹는 습관을 지니고 있으면 감각이 둔해지면서 후각도 후퇴하기 때문이에요.
또한, 몸 상태를 항상 촉촉하게 유지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향을 맡는 데에는 온도와 습도가 중요하기 때문에 몸 안의 습도를 높여주면 그만큼 향에 대해서 예민하게 파악할 수 있어요. 그래서 물을 자주 먹어주거나 수분이 많이 함유된 화장품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좋아요.

조향사를 꿈꾸는 동덕여대 학우들에게 조언 부탁드려요
현재 조향 업계의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이전에는 조향이 향수라는 아이템에 국한됐지만, 이제는 향에 관한 전시회가 열리는 등 그 영역이 공간 개념으로까지 확장돼 다양한 분야와도 접목되죠. 그렇기에 여러분도 조향사를 향수로 만드는 사람에 제한하지 말고 넓은 시각으로 바라보면 좋겠습니다.


글·사진 김진경 기자 wlsrud6843@naver.com

저작권자 © 동덕여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