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사구조 개편이 이달 8일 드디어 철회됐지만, 마냥 기쁘기만 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만큼 지난 5개월 동안의 시간은 실망과 체념의 연속이었고, 학생들은 그 과정에서 너무나 큰 상처를 받았다. 어쩌면 교수와 직원을 포함한 전 구성원이 고통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학보사는 지난해 12월 갑작스럽게 개편안이 공개된 뒤, 서둘러 이 사태에 대해 취재를 시작했고, 이번 485호까지 포함하면 벌써 세 번째 학사구조 개편과 관련된 기사를 실었다. 그간을 뒤돌아보면 이 기사들을 쓰기 위해 참 많은 구성원을 만났다. 붉어진 얼굴로 하소연하던 교직원, 단호한 표정을 지었던 총학생회, 울음을 참느라 목소리가 떨리던 학우까지 모두의 모습을 곁에서 지켜봤다. 그리고 기자는 ‘중립’이라는 위치에서 누구의 말이든 진심으로 귀담아듣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그러나 모든 말이 납득할 수 있는 범위의 것은 아니었다. 학교 측이 지난 12월부터 주야장천 말해오던 학사구조 개편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기자도 어느 정도 공감했던 바다.  하지만 그것들과는 별개로 ‘합리적 의심’은 존재한다는 것을 알아주길 바란다. 더욱이 학사구조 개편을 진행하려 한 목적이 교육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함이 아니라 교육부의 평가 때문이었으니, 학우들의 의심은 당연했다.


 예컨대, 학생들이 “학부제로 바뀌면 어떻게 학과의 전통성과 전문성을 확보하나”, “휴학하고 돌아오면 피해를 받는 것 아닌가” 등의 여러 질문을 반복하는 것도 합리적 의심에서 비롯된다. 만약 교육부의 평가가 진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오직 학생의 교육을 위해 학사구조를 개편하고자 했다면 반응은 어땠을까. 좀 더 열린 마음으로 학교의 말을 들어봤을 것이다. 물론, 이런 평가가 없었다면 학교가 변화하기 위해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섰을지는 미지수다.


 공청회에서 한 직원이 “기존 학생들에게 피해가 없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저희를 좀 믿어주십시오”라고 호소한 기억이 난다. 기자는 그 말을 듣고 ‘어떻게 커리큘럼도 없는데 저렇게 말을 할 수 있지?’라는 순수한 의문이 들었다. 그것은 해당 직원 개인이 책임질 수 있는 범위의 말도 아니었고, 당연한 의심을 하고 있는 학생들을 ‘불신자’로 몰아가는 것뿐이었다. 혹시나 학생들의 감정적인 반발로 인해 개편이 무산됐다고 생각할 이들에게 학생의 마음을 이해하기 위해 밤새 고민한 적이 있는지 묻고 싶다. 기자는 아직도 동덕여대 대나무숲에 “밤마다 우리 학과가 왜 없어져야 하는지 생각하느라 잠을 못 이룬다”라고 쓰여 있던 글을 잊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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