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권이 핵심 정책으로 추진했던 4대강 사업에는 총 22조 2,000억 원이 투입됐다. 국민 1인당 45만 원가량의 세금만 낭비된 꼴이다. 수질 개선, 용수확보, 홍수 예방, 지역경제 활성화 등 장밋빛 청사진은 모두 허구로 드러났다. 흐르는 강물을 막아서 수질을 살리겠다는 것 자체가 대국민 사기극이었다. 실제로 도심을 끼고 흐르는 강물을 막아 수질을 개선한 사례는 세계 어느 곳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이뿐만 아니라, 4대강 사기극에 동참한 정치권과 언론은 국민의 눈과 귀를 멀게 하는 데 일조했다.

지난 이명박과 박근혜 정권에서는 총 세 번의 감사원 감사가 진행됐었다. ‘총체적 부실이며 대국민 사기다’라는 지적에도 관련자 처벌은 없었다. 오히려 국토부와 환경부, 수자원공사의 자료를 토대로 면죄부만 부여했다. 또한, 그들은 잘못을 덮고자 시공사 담합을 이유로 과징금 처분과 관련된 사람을 구속함으로써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를 했다. 정작 4대강 사업을 추진한 정치인, 학자, 공무원 등 관련자에 대한 처분은 없었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4대강 감사 지시에 방귀 뀐 놈이 성낸다고 4대강 부역자들은 오히려 역정부터 냈다. 하지만 감사를 할 수 없다고 버티던 감사원도 하루 만에 태도를 바꿨다. 4대강 사업으로 건설된 16개의 보 중에 금강 세종보는 4대강 홍보관이라 불릴 정도로 빠른 속도로 밀어붙인 바 있다. 이들은 시공사에 훈·포장을 수여하며 이를 홍보하는 데 주력했다. 그러나 상류에서 흘러내린 퇴적토는 수문을 막는 결과를 가져왔다. 잠수부가 물속에 들어가야만 수문이 열리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지금까지 총체적 부실공사를 해온 시공사에 면죄부를 준 감사원도 대국민 감사를 받아야 한다.

어느덧 4대강 사업이 마무리된 지 5년이 흘렀다. 흐르던 강물은 콘크리트에 막혀 시커먼 개흙층만 쌓였다. 댐에 갇힌 강물에는 녹조와 독성물질인 남조류가 발생하고 있다. 4대강은 이제 녹조라떼를 넘어 녹조 축구장, 녹조 카펫이라고 불릴 정도로 상태가 심각해졌다. 매일같이 물고기가 죽어간다. 물고기를 먹고 살아가는 상위 포식자인 새와 야생동물도 죽는다. 망가진 강물을 식수로 사용하는 우리의 미래도 불 보듯 뻔한 결과다.

지난 이명박 정부는 비료와 농약이 강을 오염시킨다며 농민을 강변에서 내쫓았다. 평생 농사밖에 모르고 살아가던 농민은 직장을 잃고 뿔뿔이 흩어졌다. 또한, 보상받은 사람과 받지 못한 사람 사이에 갈등이 비일비재했다. 그렇게 지역 공동체는 파괴됐고, 농지를 구하지 못한 주민은 결국 도심의 빈민으로 전락했다.

이후 정부는 농민으로부터 빼앗은 강변 둔치에 수변공원을 건설했다. 인구 8만도 안 되는 부여군에 설치된 4대강 수변공원은 여의도 공원에 50배 정도다. 3조 3,143억 원을 투입해 조성된 357곳의 공원은 현재 방치되고 있다. 이용객의 편의를 고려하지 않은 채 만들어진 이곳은 사람이 찾지 않아 유령공원으로 불린다. 현재 공원은 설치된 시설물이 깨지고 부서져 내리면서 야생동물의 놀이터로 전락했다. 이를 유지하는 데 1년간 사용된 비용은 무려 1조 원가량에 달한다. 천문학적인 관리비가 들어간 이 공원은 위험 사회에 불과하다.

지난날 이곳에는 비단을 풀어헤친 듯 구불구불, 여울진 강물이 졸졸 소리치며 흘렀다. 넘치는 강물엔 물고기가 헤엄치고 햇살에 반짝이던 모래밭은 생명을 품었다. 새가 지저귀고 야생동물은 춤췄다. 아이는 이곳에서 모래성을 쌓고 엄마는 나물을 뜯었다. 낚시에 홀린 물고기는 밥상에 올랐다. 강은 강바닥을 파고 댐을 쌓는다고 해서 살아나는 것이 아니다. 천문학적인 돈이 투입돼도 강은 살아나지 않는다. 강을 살리는 데에는 왕도가 없으며 정직한 길만이 정도이다.

오늘날 인간의 눈에 비친 강은 거칠기만 할 것이다. 그러나 본래 강이란 재앙처럼 몰고 온 태풍과 홍수에 넘치기 마련이다. 태풍이 지난 뒤에는 상류에서 흘러내린 쓰레기와 자갈이 쌓인다. 그 과정에서 강은 스스로 상황을 정리하고 정화한다. 4대강의 해결방안은 하나다. 막힌 강물의 숨통부터 터야 한다. 강에서 빼앗은 모래를 되돌리고 강의 혈관을 막았던 콘크리트는 걷어 한다. 인간의 간섭을 최소한으로 해 자연이 스스로 회복할 수 있도록 기다리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면 강이 본연의 모습을 되찾고 우리에게 다가올 것이다.

봄이 왔는데도 살충제 사용으로 꽃이 피지 않고 새가 울지 않는 미래가 올 수 있다고 일깨워준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을 잊어서는 안 된다. 단군 이래 4대강 살리기는 최대의 국책사업이었다. 이는 우리가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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