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장 칼럼>의 연재가 끝날 날이 머지않았다. 이 말은 곧, 동덕여대 학보사 기자로서의 생명 또한 다하고 있다는 것이다. 독자의 눈에 보이진 않지만 한 호의 학보가 나오기까지 기자들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고생을 겪는다. 취재 일정이 강의 시간과 겹치는 일은 이젠 일상다반사가 돼버렸다. 또, 기자 한 명 당 제법 덩치가 큰 기획기사를 두세 개쯤 배당받으니, 동덕여대 학보사는 가히 인력난에 허덕인다고 말할 수 있다.
 서문이 길었을 뿐, 동덕여대 학보사 기자들이 얼마나 고생하는지 토로하고, 생색내고자 하는 글은 절대 아니다. 학보사 기자 생활을 시작한 후, 연애를 언제 했었는지 가물가물하여 떠올린 것 뿐. 기자의 지인들은 이렇게 말할 것이다. “웃기시네, 핑계대지 마”라고. 물론, 연애세포가 발달한 기자들은 취재와 기사 작성을 하는 와중에도 무리 없이 연애를 한다. 하지만 기자는 어렵게 잡힌 소개팅마저 취재 일정과 겹치는 바람에 고스란히 날리고 말았다.
 얼마 전이었다. 모처럼 소개팅의 기회를 잡게 됐다. 그런데 기자가 주선자에게 가장 먼저 물어본 사항은 다름 아닌 ‘어느 학교에 다니는지’였다. 그 다음 물어본 것은 그의 나이와 사는 동네였다. 주선자는 만나서 천천히 알아가라고 했지만, 결국 학보사에서 쌓은 근성으로 그에 대한 전반적인 것을 알아내고야 말았다. K대 기계공학과 학생인 그는 175cm의 키에 평범한 체격을 가진(?) 스물다섯 살의 삼성동 주민이었다. 
 기자는 이내 부끄러워졌다. 언제부터 학교와 나이, 사는 동네와 키 등을 알면 그에 대해 전반적인 것을 파악했다고 생각하게 된 것일까. 사람을 두고 그런 조건으로 파악하고 판단하는 것을 싫어하는 이들 중 한 사람이 기자였는데… 또, 취재를 나가서 종종 “동덕여대? 거기가 어디에 있는 학교예요?” 혹은 “동덕여대 다니세요? 기자님 고등학교 때 성적이 나오는데요?”라는 말을 들을 때면, 상처를 받고 돌아오지 않았던가. 게다가 누군가 신체 사이즈를 물어올 때면 재빨리 말을 돌리기도 했고.
 시대가 변했다. 대학 진학률은 높아졌고, 살림 형편도 나아졌다. 또, 평균적인 신체조건도 과거보다 좋아졌다. 그러나 이는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학교와 나이, 주거지역 정도 알면 그 사람이 어느 수준인지 알 수 있는 것 자체를 부정할 순 없다. 하지만 자칫 잘못 물었다간 그로 하여금 소외감과 상처를 남길 수 있다.
 기자의 소개팅 결과가 궁금하신가? 기자는 그와 그저 ‘좋은 관계’로 남기로 했다. 인천광역시 남동구 서창동에 산다는 기자의 말에 그가 눈을 동그랗게 뜬 채, “그곳이 어디죠?” 하는 순간 말이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사람을 만난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하지만 그의 기본사항을 알고 만난다 할지라도 ‘결정적 한 방’이 없으면 관계가 발전하기는 어렵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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