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국내 첫 원전인 고리 1호기가 정지됐다.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선포 기념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은 “1호기 정지는 탈핵 국가로 가는 출발이며 안전한 대한민국으로 가는 대전환이 될 것이다”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는 탈원전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보이며, 지난 7월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사 잠정 중단 조치 역시 단행했다.
하지만 이러한 탈원전 에너지 정책은 아직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한 상태다. 일부 원전 관련 업계나 학계에서는 탈원전이 가져올 부정적 효과를 두고 크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전기료 인상이나 국내 원전시장의 경쟁력 쇠퇴 등을 이유로 갈등은 심화돼가는 중이다. 본지는 이처럼 이슈가 되고 있는 갈등의 주요인들을 살펴보며, 탈원전 정책의 시작점에 있는 우리나라 상황을 자세히 들여다봤다.

전기요금이 과연 폭등할까
핵발전이 국내 전력시장에서 발전단가가 가장 낮은 에너지원이라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은 원자력 발전소의 가동이 중지되면, 전기요금이 대폭 인상될 것이라고 걱정한다. 실제로 각종 에너지자원이나 원자력 관련 연구소마다 인상 폭은 달랐지만, 전기료가 오른다는 결과만큼은 일치했다. 그렇지만 과연 ‘폭등’이라고 할 만한 요금 인상이 있을지는 한 번 따져봐야 할 것이다.
당초 문 정부는 원자력·석탄화력발전소의 가동을 줄이고 액화천연가스(LNG)와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확대해, 국가위험과 미세먼지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러자 원자력공학과 교수를 중심으로 모인 ‘책임성 있는 에너지 정책수립을 촉구하는 교수 일동’은 지난 7월 5일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반대하며 “탈석탄과 탈원전을 하면, 모두 27.5GW(기가와트)의 대체 전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를 위해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20%까지 올리고 나머지 전력 부족분을 액화천연가스 발전으로 대체하면 2030년에는 19조9,000억 원의 추가요금이 든다”라고 주장했다. 그들의 결론대로라면 전기요금은 지금보다 36% 인상되는 것이다.
반면,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에서 내놓은 자료를 보면 인상 폭은 확연히 줄어든다. 그들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매월 300kWh를 사용하는 가정이 2015년 한 달 전기 사용 요금으로 2만5,619원을 냈을 때, 탈원전 정책이 진행된 2030년에는 2,709원 많은 2만8,328원을 내야 한다고 밝혔다. 전자와 후자는 무엇 때문에 이렇게 결과에서 차이를 보이게 되는 것일까.
전자에서 말한 폭등의 근거에는 함정이 숨어 있다. 후자와 달리 전자는 신재생에너지가 시간이 갈수록 발전단가가 저렴해지는 것을 반영하지 않았다. 이제 막 시작 단계라 설비 등의 투자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신재생에너지의 현재 발전단가를 미래에도 일률적으로 적용한 것이다. 게다가 얼마 전 미국 에너지청(EIA)과 영국 기업·에너지·산업전략부(BEIS)에서 발표한 예측 보고서에 따르면, 2022-2025년께에는 오히려 원자력발전이 액화천연가스는 물론 신재생에너지보다 더 비싸질 것이라고 한다. 결국, 논란이 되는 전기요금에 관해서 만큼은 계속해서 달라지는 발전단가를 염두에 두고 다시 따져봐야 할 필요가 있다.

한국, 원전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을까
우리나라 원전업계가 가장 걱정하는 부분 중 하나는 원전시장에서의 경쟁력 상실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이명박 정부 시절 국내 기술로 만든 한국형 원자로를 아랍에미리트에 22조 원가량 팔았다. 그러다 보니, 탈원전 정책으로 인해 수출경쟁력을 확보한 원전산업이 죽고 양질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내 인력과 기술로 만든 핵발전 산업이니, 그에 속한 모든 관련 업체와 노동자가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원자력 관련학과 학생회가 모인 ‘전국원자력대학생연합’은 기자회견을 통해 “국가 지도자의 정책 결정 한 번으로 꿈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라며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러한 원전계의 반발은 전 세계 원자력 발전소의 숫자를 보면 일견 타당하다. 현재 원전을 가동 중이거나 건설 중인 국가는 총 40개국이다. 가동하고 있는 원전의 개수는 448기나 된다. 여기에 추가로 60기가 건설 중에 있으며, 약 160기는 건설 계획 단계 상태다. 전 세계적으로 탈원전이 추세라고들 하지만, 아직도 많은 국가에서 원전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여러 나라에서 원전이 중요한 발전원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어도, 우리나라가 원전 건설 기술로 계속 해외에서 이윤을 남길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앞서 말한 건설 중인 원전 60기 가운데 절반 이상은 중국과 러시아에 집중돼 있는데, 중국은 영국과 프랑스로부터 이미 원전 운영 기술을 얻어 독립했고 러시아는 자체 기술을 보유한 상태다. 수출할 곳이 점점 줄어드는 것이다. 한때 원전 산업을 이끌던 미국과 프랑스의 유명 원전업체들도 현재는 파산하거나 사업을 접은 지 오래됐다.
이런 상황에서 원전 건설만 고집하는 것은 현명한 판단이 아니다. 다른 수익 창출에도 눈을 돌려야 하는데, 그게 바로 ‘폐로 시장’이다. 영구 정지된 고리 1호의 폐쇄 예상 비용은 약 6,000억 원이다. 그런데 고리 1호처럼 설계수명이 만료돼 영구 정지에 이르는 핵발전소가 2040년쯤에는 세계적으로 300기가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원전 해체산업 등에 진출하면 오히려 원전업계의 쇠퇴를 막는 방도를 찾게 되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원전 기술력은 선진국의 80% 수준이며 원전 해체에 필요한 상용화 기술 58개 중 41개를 확보하고 있다. 원전 해체산업에 진출하게 되면 고용 역시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이지은 기자 unmethin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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