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신가요?” 별 탈 없어 보이는 이 인사말이 우리 사회의 문제를 들춰내는 데 구심점이 돼주던 때가 있었다. 온 건물의 벽을 차지했던 당시의 대자보를 더는 찾아볼 수 없지만, 최근 기자는 중증발달장애인 장혜정 씨가 시설 밖으로 자립하는 내용의 프로젝트 <어른이 되면>이 그 역할을 대신해줌을 느꼈다. 
 
본 프로젝트는 유튜브 ‘생각 많은 둘째언니’를 운영하는 장혜영 씨가 18년 동안 장애인 수용 시설 안에서 지내온 막냇동생 혜정 씨와 함께 살기로 결심하면서 시작됐다. 기자가 ‘장애인 인권’을 새롭게 머릿속에 입력하게 된 계기 또한 해당 프로젝트를 기획 중이라는 그녀의 근황을 통해서였다. 사실상 본인을 포함한 대다수의 사람에게 장애인 인권과 새롭다는 개념은 상충되는 지점이 많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무관심했다고 일절 평가받아도 무어라 항변할 수 없는 순간이 여럿 남아있다.  
 
과거 교회의 장애인 부서에서 일을 돕던 시절, 한참 나이가 아래인 기자를 선생님이라고 불러주던 발달장애인 여성분이 계셨다. 대다수가 부모의 동행이 필요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기자의 눈에는 혼자 교회와 집을 오가는 그녀가 대단한 능력을 지닌 사람처럼 비춰졌다. “대중교통 이용하는 법을 익히는 데만 몇 년이 걸리기도 해요. 문밖을 나설 때부터가 모험이니까 시행착오도 많이 겪죠.” 하지만 이후 다른 선생님의 설명을 듣고 난 뒤 숙연한 마음이 찾아왔었고, 그 기억이 지금껏 생생하게 남아있다고 여겼다. 하지만 광화문 지하 보도를 걸을 때마다 쉽게 지나쳐버렸던 낡은 천막이 실은 인권 투쟁을 위한 장애인 단체의 농성장이었음을 며칠 전에야 알게 됐을 때의 심정은 부끄러움 그 자체였다. 시설 속에서 단체 생활이라는 명목으로 순육(順育)을 당하는 장애인들의 목소리가 지난 1842일 동안 광화문 지하도에 울렸음에도 이를 들을 자세조차 취하지 않고 있었다. 
 
이 글을 쓰는 내내 기자는 부끄러움을 온몸으로 체감했다. 햇빛이 더 잘 드는 사회를 원했지만, 장벽 아래에서 그마저도 쬐지 못하는 무리에게 안부 인사 한 번 건네지 못했다. 오히려 양지와 음지를 오가는 이들을 보며 점차 나아지는 세상이라며 자위한 채 안심했는지도 모른다. 물 한 모금은커녕 어떠한 소통도 불가능한 시설에서 사람이 격리된 채 살아야 하는 환경은 그 누구에게도 평안을 줄 수 없다. 이제는 우리들의 리그에서만 나누던 안부를 멈추고 배에 더 힘을 준 상태에서 장벽 너머 이들에게 외쳐보려 한다. “지금 안녕하신가요?”
 
문아영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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