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전국 50개 국공립대 중 41개 대학이 내년부터 신입생 입학금을 전면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곧이어 이달 9일,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이하 사총협) 19개 사립대학 역시 입학금을 점차 줄여가겠다고 의견을 모았다. 이는 최근 문재인 정부가 ‘대학 입학금 폐지’를 본격적으로 추진하면서, 대학들이 교육부로부터 여러 압박을 받았기 때문이다.

사실 입학금 폐지 문제는 오래전부터 제기돼왔다. 신입생 대부분은 대학에 들어갈 때 ‘입학금’을 반드시 내야 했는데, 그 금액이 대학마다 천차만별이었고 산정근거와 사용내역이 알려지지도 않았다. 그러다 보니, 쓰임새도 모른 채 울며 겨자 먹기로 돈을 내던 대학생들은 입학금이 폐지되자 크게 환호했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사립대는 정부의 입학금 폐지 정책을 거부하고 있는 중이다. 사총협 역시 교육부의 압박을 못 이겨 입학금 폐지에 동참하면서도 “입학금은 대학 재정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라며 “감축해야 한다면 그에 상응하는 재정 지원 방안을 정부가 마련해야 한다”라고 강력하게 요구했다.

단순히 대학의 입장만 들어보면, 입학금은 반드시 필요한 것인데 정부와 학생들이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한 언론에서는 ‘대학 곳간 텅텅 빈다’라는 자극적인 제목을 달아 이 문제를 기사로 다루기도 했다. 게다가 정부의 등록금 동결 정책이 몇 년 전부터 이어지면서, 대학들은 입학금 폐지가 현실화되면 재정난을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혹시 학생들이 대학의 깊은 생각을 오해하고 있었던 것일까?

 

입학금 산정 근거, 대학도 모른다

교육부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2017학년도 전국 244개 대학의 평균 입학금은 56만8,000원으로 나타났다. 4년제 대학 평균 등록금이 668만 원인 점을 감안하면 8.5%에 달하는 큰 비중이다. 특히 사립대 입학금은 평균 72만1,200원으로, 국공립대 14만4,000원의 약 5배에 달했다. 실제로 사립대인 동국대학교는 입학금이 무려 102만4,000원이지만, 국공립대인 서울과학기술대학교와 한밭대학교 등은 2만 원대였으며 한국교원대학교나 대구경북과학기술원 등 5곳은 아예 없었다. 동덕여자대학교의 입학금도 77만2,000원으로, 사립대 평균보다도 높은 금액이었다.

하지만 100만 원이 넘기까지 하는 돈의 산정 근거가 대체 무엇인지 물어봐도 많은 대학이 매번 답변을 피하기만 했다. 이에 시민단체 ‘청년참여연대’가 지난해 전국 4년제 대학 중 입학금 상위 23개 사립대학과 9개 국공립대 등 총 34개 대학을 대상으로 정보공개청구를 한 결과, 응답한 28곳 중 26곳이 입학금 산정기준과 지출내역을 아예 갖고 있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본교 역시 지난해 총학생회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입학금이 산정된 근거를 알려달라고 요구했을 때, “입학금은 등록금의 일부라 알 수 없다”라고만 답한 바 있다. 또한, 등록금회계 전체의 지출 내역은 알 수 있어도, 입학금의 지출 내역만 따로 알 수는 없다고도 덧붙였다(본지 보도 2016년 11월 7일 478호). 결국, 본교를 포함한 대부분의 대학이 대답을 하지 않은 게 아니라 ‘못’ 했다는 말이 된다.

한편, 입학금이 등록금에 포함돼, 지출 내역이 불투명해진 곳은 본교만이 아니다. 현행 고등교육법 11조 1항은 학교가 학생들로부터 ‘수업료와 그 밖의 납부금’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 때문에 대학들은 입학금이 ‘그 밖의 납부금’에 속해 있다는 명목으로 돈을 걷고, 수업료와 함께 입학금을 등록금 회계 처리를 한다. 즉, 입학금은 등록금의 일부가 됨으로써 별도의 액수 산정 근거가 필요치 않게 되는 것이다.

 

입학금은 신입생에 대한 등록금 차등 인상일 뿐

하지만 입학금이 등록금의 일부라고 한다면, 신입생만 등록금을 더 내야 하는 이유 역시 설명돼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이는 단지 신입생에 대한 ‘등록금 차등 인상’일 뿐이다. 일부 대학에서는 입학식과 오리엔테이션 진행, 교육과정 및 대학생활 안내 책자 인쇄, 신입생 진로상담 등에 돈이 들어가기 때문에, 신입생이 등록금을 더 많이 내야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2015년 전국 4년제 대학의 연간 입학금을 모두 합친 총액은 무려 4,093억 원으로 집계된다. 본교만 하더라도 매년 입학금 수입이 평균 16억 원 정도나 된다. 그런데 이 16억 원을 모두 입학 관련 사무에 쓰는 것일까? 그 답은 한신대학교의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다. 한 해 입학금 수입이 10억 원이 넘는 한신대학교는 지난해 청년참여연대의 정보공개청구 요청에 따라 입학식 개최와 학생증 발급 등에 4백만 원을 썼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즉, 입학금 총액의 0.3%만 입학금 사무에 쓰고 나머지는 잉여금으로 남긴 것이다.

그렇다면 외국 대학은 어떨까. 해외에는 입학금이란 제도가 일반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일부 해외 대학에서 ‘그 밖의 납부금’을 받고 있기는 하지만, 해당 금액을 어디에 사용하는지 밝히고 있다. 예컨대, 미국은 표면적으로 입학금 제도가 없다. 다만 입학에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비용으로 신입생 1인당 50-500달러 정도까지 수수료를 부과한다. 이는 등록금의 1%에 그칠 뿐이다. 또한, 중국은 내국인 학생에게는 입학금을 받지 않고 외국인 유학생에게만 수업료의 1-3%에 해당하는 입학금을 받는다. 이렇게 높은 액수의 돈을 신입생에게 걷고 있는 것은 일본과 우리나라를 제외하고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

 

입학금은 편법 징수?

입학금을 지나치게 많이 받고 있다는 비판이 지속되자, 일부 대학들은 지난 2009년부터 사실상 등록금이 동결된 상황이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재정난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입학금을 폐지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하지만 바로 이 주장으로 인해 우리는 입학금의 존재에 대해 의심해볼 수 있다.

보통 사람들은 대학 등록금을 동결했다고 하면, 모든 학생이 내는 돈의 액수가 이전과 같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내막을 들여다보면, 수업료는 동결하고 입학금이나 대학원생의 등록금을 인상한 대학들을 찾아볼 수 있다. 많은 이들의 이목이 쏠리는 학부생 등록금은 쉽사리 금액을 인상할 수 없으므로, 입학금이나 대학원 등록금을 올리는 것이다. 실제로 2007년부터 2016년까지 사립대의 등록금은 6.5%가 올랐지만, 입학금은 동기간 대비 8.5% 상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즉, 사립대에서 입학금은 사실상 등록금의 보완재 역할을 하는 셈이다.

특히 ‘등록금 인상률 상한제’가 도입됐던 2010년에는 수도권 50개 대학에서 입학금이 최대 14.3%까지 증가한 바 있다. 이 때문에 당시 대학이 입학금을 편법 징수한다는 논란이 불거졌고, 그다음 해인 2011년에 교육부가 고등교육법에 ‘입학금이 최근 3년간 평균 소비자 물가상승률의 1.5배를 초과할 수 없다’는 내용을 삽입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처럼 대학의 입학금 징수 논리는 사실상 말이 되지 않는 부분이 많다. 과도하게 책정된 근거조차 말할 수 없는 돈이라면, 합리적 의심이 드는 것도 당연하다. 본지에서 ‘팩트’를 살펴본 결과, 이제라도 입학금은 폐지돼야 하는 것이 맞다.

이지은 기자 unmethin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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