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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이어서 당연한 폭력은 없다
2017년 10월 17일 (화) 17:13:29 정덕현 문화평론가 thekian1@gmail.com

최근 신문 사회면에는 ‘데이트 폭력’에 관한 사건들이 매우 잦게 등장한다. 과거에는 이런 사건을 두 사람 간의 개인적인 일로 치부한 채 쉬쉬하곤 했다. 하지만 이 같은 폭력은 육체적인 상처뿐만 아니라 오래도록 지워지지 않는 정신적 상처를 동반하기 때문에 개인의 미숙함을 이유로 정당화될 수 없다. 

성황리에 종영한 드라마 <청춘시대2>에는 성폭력으로 인한 트라우마를 겪는 두 청춘이 등장한다. 한승연이 분한 정예은이라는 인물은 몇 년을 사귀었던 남자친구로부터 감금 및 폭력을 당해 밤길을 혼자 걷는 건 물론 누군가를 새로 만나는 게 너무나 어려운 상황에 처한다. 또한, 박은빈이 분한 송지원은 어린 시절 친구를 성추행하는 선생님을 목격하고서도 친구를 돕지 못했다는 사실이 괴로워 그때의 기억을 지워버린다.

이처럼 드라마가 꺼내놓은 폭력 속에서 더 무서운 건 이를 바라보는 사회의 삐뚤어진 시선이다. 피해자는 그 고통의 기억 속에서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가는데 과연 가해자는 어떨까. 본 드라마에서 가해자의 현재 모습은 묘사되지 않지만, 안타깝게도 그들은 아무렇지 않게 살고 있을 듯하다. 실제로 극 중에서 어린아이를 성추행했던 선생님은 자신의 가해 사실을 숨긴 채 제자에게 존경받는 보통의 선생님으로 생활하고 있었다. 이후 자살을 택하고 만 친구를 대신해 송지원이 그에게 사과를 요구하지만 돌아오는 건 싸늘한 부인과 변명뿐이었다.

<청춘시대>라는 제목을 단 이 드라마가 굳이 ‘폭력’의 문제를 다룬 건 그만한 이유가 있어서일 게다. 바로 이야기의 중심을 이뤘던 데이트 폭력이나 아동 성폭력 외에도 현재 사회에서 청춘이 겪는 대부분의 일이 일부 폭력의 양상을 보이기 때문이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해임달이라는 아이돌은 어릴 때부터 모든 노력과 시간을 기획사에 쏟아왔지만, 하루아침에 일방적인 계약 파기를 통보받게 된다. 그리고 길바닥에 내버려진 청춘에게 사회는 그것이 당연한 일이라고 말한다. 더는 자신들에게 돈을 벌어주지 못할 것 같다는 게 그 이유였다.

흔히들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라고 말하지만, 이들이 겪는 힘겨움은 당연히 지나쳐야 할 통과의례 같은 것이 아니다. 이 어려움이야말로 이전 세대가 만들어낸 환경에서 비롯된 부산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사회는 <청춘시대2>에서 묘사된 폭력의 원인을 주요 등장인물인 청춘들의 잘못으로 전가하고 있다. 아직 세상이 낯설고 어떤 불이익이 있어도 쉽게 대항하지 못하는 이들의 위치를 발판삼아 가해지는 폭력인 셈이다. 하지만 그 누구에게도 정당화될 수 없는 폭력이 청춘이라고 해서 당연히 거쳐야 하는 것으로 치부돼선 안 된다. 우리가 “아파야 청춘이다”라는 말에 분개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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