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뉴스룸 앵커브리핑


  지난 12일, 2017 국정감사(이하 국감)가 시작됐다. 여러 국회 상임위원회 중에서도 기획재정위(이하 기재위)를 한번 주목해보면, 단연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소득주도 성장론’이 뜨거운 화두다. 소득주도 성장론이란 임금 인상 등으로 서민의 가계소득이 늘어나고 소비가 확대되면서 경제가 성장한다는 이론이다. 자유한국당은 일찍이 소득주도 성장론을 반대해왔고, 국민의당도 국감이 열리기 이틀 전 국정감사 5대 방향으로 소득주도 성장론을 꼽으면서 이 부분에 대한 지적을 예고하기도 했다. 이로써 남은 국감 기간에 소득주도 성장론을 둘러싼 여야의 언쟁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소득주도 성장론은 쉽게 말해 ‘낙수효과’의 반대 개념으로 볼 수 있다. 낙수효과란 대기업과 고소득층이 부유해지면 경기가 부양돼 중소기업과 저소득층에게 혜택이 돌아가고, 경제가 발전한다는 이론이다. 앞서 언급한 두 정당이 소득주도 성장론에 반대하는 것도 낙수효과에 대한 신뢰에 근간을 두고 있다. 이들이 낙수효과를 지지하는 첫 번째 이유는 대기업에 의해 경제가 좌지우지된다는 믿음이 있어서고, 두 번째는 고소득층의 이익 증가가 고용 창출로 이어져 모두에게 혜택이 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여야는 경제 성장이라는 똑같은 종속변수를 두고, 저·중소득층과 고소득층이라는 각기 다른 독립변수를 주장하며 대립하고 있다. 이에 본지는 낙수효과의 정의에 입각해 해당 이론이 진정한 경제 성장을 이끌어낼 수 있는지를 자세히 들여다봤다.

 

기업의 이익 증가는 곧 내수의 발전?
  ‘대기업이 성공해야 대한민국이 망하지 않는다’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는 삼성이나 현대 등 대기업 중심의 수출을 두고 나온 말로, 어느 정도 일리 있는 얘기다. 우리나라는 천연자원이 없어 대기업 중심의 수출로 국가 소득을 많이 높이기 때문이다. 올 상반기에는 세계 수출 순위 6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기업의 수출이 잘 된다고 경제가 좋다고 말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지 않다. 경제가 잘 돌아가고 있는지를 살펴볼 때는 ‘수출’ 뿐 아니라, ‘내수’도 함께 따져야 한다. 내수는 국내에서의 수요로, 소비자가 얼마나 소비하는지를 나타내는 용어다.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만 따져 보면, 국내총생산이 0.9% 성장했고 수출도 1.9%로 반등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회사의 설비투자가 늘어나면서 우리나라의 주요 수출 기술인 반도체가 제 역할을 해냈다는 분석이 나왔다. 그러나 민간소비 부문은 0.4% 성장에 그쳤다. 경기가 좋지 않아 도소매 및 음식·숙박 부문의 소비가 줄었고 해당 부문의 성장률이 1.2% 감소했다. 보험을 해지하는 사람도 늘어 금융 및 보험 부문이 0.9% 낮아졌다.


  즉, 대기업이 수출로 얻은 좋은 결과가 내수 증진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고소득층이 부유해지면, 저·중소득층에 자연스럽게 이익이 내려간다는 낙수효과가 유효하지 않다는 점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실제로 독일이 지난 10일 발표한 ‘알리안츠 글로벌 자산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아시아 국가 가운데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1인당 부채 역시 약 3,285만 원으로 아시아에서 싱가포르 다음으로 많았다. 지난 몇십 년간 한국은 ‘한강의 기적’으로 불릴 만큼 가파른 GDP 성장률을 보였고, 현재 GDP 12위에 올라와 있음에도 여전히 내수가 침체된 상태다.

 

간접고용으로 흐르지 않게 된 돈
  흔히 낙수효과는 이익을 얻은 대기업이 고용을 창출함으로써 저·중소득층에 그 돈이 전달되는 것을 의미한다. 일례로 삼성전자는 지난여름 반도체, 디스플레이 신규 투자 계획을 발표하면서 투자가 끝나는 2021년까지 국내 고용유발 효과가 약 44만 명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경영성과 평가 사이트인 ‘CEO스코어’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2년까지 100대 기업의 고용증가율은 17.6%로, 작은 규모의 기업보다 2.1% 높았다.


  이러한 결과들만 주목했을 때는 마치 대기업의 고용증가율이 매우 높은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한국은행의 ‘통화신용정책보고서’를 참고해보면,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수출이 늘어나면서 유발되는 대기업의 고용 증가 수치가 2000년부터 2014년까지 15에서 7.7로 낮아졌기 때문이다.


  왜 서로 다른 결과가 나오는 것일까. 전자의 주장에는 한 가지 짚어봐야 할 사항이 있다. 이들이 말하는 고용 창출에는 간접고용이 상당수 포함돼있다는 점이다. 간접고용이란 대기업이 노동자를 직접적으로 고용하지 않고, 아래 둔 하청업체가 노동자를 고용하는 것이다. 실제로 현대제철의 한 공장은 50%에 육박하는 6,000여 명이 간접고용된 노동자였다. 이로써 노동자는 원청의 일을 하지만 하청업체에 속하게 된다. 그 결과, 대기업의 복지 혜택을 누리지 못한다. 심지어는 대기업에 속한 직원과 똑같은 시간, 똑같은 일을 하면서도 더 낮은 월급을 받는 노동자가 생겨난다.


  경제개혁연구소가 발표한 ‘상위 50대 기업의 부가가치 생산 및 분배에 관한 분석’ 보고서를 들여다보자.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최상위 5개사가 차지하는 부가가치 비중이 2011년 38.7%에서 2012년 42.6%, 2013년 44.1%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부가가치는 영업 잉여 비중이 높은 수치다. 노동자에게 정당한 대우를 하지 않고 간접고용이라는 꼼수를 쓴 결과가 만들어낸 성과가 아닌지 의심이 가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처럼 고소득층의 돈은 저소득층으로 내려가지 않았다. 한때 신자유주의를 맹신했던 국제통화기금(IMF)도 재작년에 낙수효과는 경제에 방해된다고 밝힌 바 있다. 아울러 IMF는 저소득층의 소득을 늘리게 하는 데 공감했다. 사실을 들여다봤으니 이제 낙수효과에 대한 허상을 버리자. 더 이상 이 주제를 두고 대립할 게 아니라, 진정한 경제 성장이 도래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고찰해야 한다.


김규희 기자 kbie170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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