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탄핵 정국에서 단연 돋보인 언론사는 JTBC다. 태블릿PC 보도를 필두로 JTBC 기자들은 연이어 특종 보도를 터뜨렸고, 민주 사회를 건설하는 데 큰 공헌을 했다. 그중에서도 은신하고 있던 최순실의 딸 정유라를 발견해내 모두의 놀라움을 산 이가 있다. 세월호 참사, 촛불집회, 경주 지진 등 여러 현장에서 우리에게 뉴스를 전해줬던 이가혁 기자를 만나, 생생한 취재 뒷이야기를 들어봤다.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JTBC 사회부 기자 이가혁입니다. JTBC가 개국한 2011년에 기자로 채용됐고, 이제 입사 7년 차가 돼갑니다. 입사 후 중앙일보에서 2년간 근무했으며 이후에는 줄곧 JTBC 방송기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사회부 기자가 되신 계기가 궁금해요
  어렸을 때부터 기자를 꿈꿔온 것은 아닙니다. 대학교 4학년 때 기자가 되려고 결심했고, 그해 여름방학부터 입사를 준비했거든요. 여러 직업 중에서 기자를 선택한 이유는 우선, 기자가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일을 한다는 점에서 호감이 갔기 때문입니다. 그중에서도 사회부는 영향력 있는 보도가 많이 나오기 때문에 주로 눈길이 갔어요. 게다가,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다룰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끌렸죠. 사회 문제를 고발하고 권력을 견제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일상 속 소소한 얘기를 다루는 것 또한 사회부 기자의 일입니다. 다룰 수 있는 주제의 스펙트럼이 넓다는 점에서 매력을 느꼈어요.

 

기자님이 가장 만족스럽다고 느낀 보도는 무엇인가요
  올 4월 초에 세월호가 거치된 목포신항에 내려가 83일간 현장에서 머물며 취재했는데, 그때 했던 보도들이 떠오르네요. 특히 19대 대통령 선거일에 개표 방송이 진행되던 광화문과 목포신항을 연결해 생중계했던 리포트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당시 다른 언론사들은 세월호 참사에 대한 취재를 철수하는 추세였고, 투표를 위해 선체 수색 작업까지 잠시 중단한 터라 목포신항은 정말 적막하고 쓸쓸한 분위기였죠. 하지만, JTBC는 이 사안에 대한 전 국민적인 관심이 유지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보도를 이어갔어요. 시민들 역시 이러한 뜻에 공감하며 여전히 유가족분들에게 지지를 보내주셔서 뜻깊었습니다. 또한, 유가족분들이 외면받지 않게끔 현장에서 머물며 취재할 수 있어 기자로서 정말 보람을 느꼈어요.
 

  이밖에 지난해 취재했던 경주 지진 보도도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당시 피해 지역을 둘러보다 어린아이 두 명을 데리고 운동장에 나와 있는 한 여성을 만났습니다. 사연을 들어보니, 어떠한 재난 안내 방송도 나오지 않아 직접 대피 요령을 알아본 뒤, 밖으로 나왔다고 했죠. 재난에 대비하는 국가의 안전망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음을 직면할 수 있었어요. 가장 기본이 되는 재난 상황도 제대로 공유되지 않아 위험한 상황에 놓이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울컥한 마음도 들었습니다. 그래서 안전망 미비로 인해 스스로 대피해야만 했던 여러 시민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한 뒤, 재난에 대응하는 국가의 준비가 부실하다는 비판적 시각을 담아 리포트를 구성했어요. 재난을 대비하는 컨트롤타워 문제를 개선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고 생각해서 개인적으로 만족스러운 보도였습니다.

 

>> 목포신항에서 리포트를 준비하고 있는 이가혁 기자의 모습이다

정유라를 찾게 된 과정이 궁금해요
  지난해 12월 23일, 최순실이 근거지로 활동하던 곳에서 정유라를 봤다는 교민의 목격담이 들려와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떠났습니다. 현지 검찰을 방문하고, 주민들에게 무작정 질문하는 등의 방법으로 취재를 진행했죠. 또한, 추적의 단서를 얻기 위해 더 많은 제보가 필요했던 우리 방송사는 정유라를 찾는 과정 자체를 보도했습니다. 그러다가 한국의 한 제보자에게 연락이 왔어요. 정유라의 행방을 아는 지인이 있다고 했죠. 제보자는 독일에 사는 지인분에게 정유라가 덴마크 올보르에 머물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했어요. 그때 저는 다른 제보로 인해 오스트리아로 가고 있던 길이라 결단이 필요했고, 고민 끝에 덴마크로 목적지를 변경했습니다. 기자와의 접촉을 거부했던 독일의 지인분을 계속 설득해준 제보자분의 투철한 시민 정신이 제게 와 닿았기 때문이죠.   
 

  이후 덴마크 올보르에 도착했을 때는 깜깜한 새벽이었어요. 그런데 거짓말처럼 불이 켜진 한 집이 있었죠. 창문을 통해 압력밥솥이 보였고, 쓰레기통에서는 라면 봉지가 나왔어요. 20만 명 정도 사는 소도시인 데다 한국인 자체가 거의 없는 곳에서 이런 물건이 보이니 의심스러웠죠. 그렇게 수색을 이어가던 중, 최순실이 K스포츠 직원을 통해 구입한 차를 발견했습니다. 번호판에 최순실의 이니셜이 적혀 있을 뿐만 아니라, 차 안에는 승마 모자도 있어 확신이 들었죠.
 

  당시 12시간 동안 밤새 운전한 상태라 정말 지쳤었는데, 정유라의 은신처를 발견하니 머리가 쭈뼛 섰어요. 예상한 것과 달리, 쾌감보다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고민이 앞섰습니다. 이후 집 근처에서 24시간 동안 잠복근무를 했는데도, 문밖으로 나오는 사람이 없어 초조해졌죠. ‘이대로는 안 되겠다’라는 생각에 보도국과의 상의를 거듭했고 결국, 덴마크 경찰서에 신고하기로 했습니다. 현지 경찰의 판단에 맡기자고 결정한 거죠. 얼마 후 경찰이 왔고 4시간의 수색 끝에 정유라를 체포했습니다. 경찰차로 연행되는 짧은 순간에 정유라를 봤는데, 굉장히 비현실적인 순간이었어요. 일주일 넘게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면서 쫓았던 사람을 막상 눈앞에 두니 믿기지 않았죠. 각종 생리현상과 싸우면서 이뤄낸 값진 결과였어요. 또한, 국정농단의 진상을 규명하는 데도 일정 부분 기여했다고 느껴져 뿌듯하기도 했습니다.  

 

좋은 보도를 이끌어내는 원동력이 있다면요
  항상 기자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되새기다 보면, 덩달아 결과도 좋아진다고 생각해요. 기자는 다른 사람의 발과 눈, 귀를 대신하는 사람이에요. 시민이 궁금해하는 여러 사안을 취재하고, 현장을 생생하게 전하는 게 제 본분이죠. 이를 명심하면서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려고 노력하다 보니 좋은 보도가 나올 수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실제로 기자가 주목하지 않으면 목소리를 내기 힘든 사람들이 사회 곳곳에 있어요. 이들의 입장을 세상에 알리려고 노력할 때, 저와 시청자 모두 만족할 수 있는 보도가 나온다고 생각해요.

 

기자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준비가 필요한가요
  기본적으로 타인에게 메시지를 잘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죠. 말과 글 모두에서 어떻게 하면 본인의 생각을 잘 표현할 수 있는지 알아야 합니다. 이때 여러 시도를 통해 본인에게 맞는 표현 방법을 찾는 게 중요해요. 충분한 연습과 숙달로 실력을 향상하는 건 그다음 일이죠. 또한, 제한된 시간과 지면 안에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고자 생각하면서 글을 작성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혹시 언론인이 되기 위해서 미디어 관련 학과를 가야 한다는 압박을 느낀다면, 절대 그럴 필요가 없어요. 미디어 이론보다 중요한 건 기자로서의 실력을 갖추는 거죠. 언론 분야와 상관없는 학과를 나왔다고 해서 타격받는 일은 없습니다. 그곳에서 배운 것도 기자 생활하는 데 유용하게 쓰일 거예요. 실례로, 저는 영어교육과 출신인데, 교육 전공이라 발표 수업을 굉장히 많이 했었어요. 이때 얻은 프레젠테이션 능력은 방송기자가 되는 데 큰 도움이 됐죠. 기자는 여러 분야에서 벌어지는 일을 취재하고 또, 이에 대해 파악해야 하기 때문에 다양한 지식을 가지고 있을수록 도움이 돼요. 여러분도 본인이 임하고 있는 전공에서 얻을 수 있는 게 분명 있을 겁니다.

 

기자님 프로필에 ‘뉴스룸의 가치인 사실, 공정, 균형, 품위를 항상 기억하겠습니다’라고 적혀 있는데요, 여기서 뉴스의 공정과 균형이란 무엇을 의미하나요
  뉴스의 공정과 균형은 곧 시청자가 받아들일 수 있는 공정과 균형을 의미해요. 기계적 중립하고는 다르죠. 예를 들어, 대선 후보를 홍보할 때 1, 2번 후보가 같은 분량으로 나와야 한다는 규정이 있으면 이는 무조건 따라야 합니다. 하지만, 기자의 시선 즉 뉴스의 방향은 기계적일 수가 없어요. 즉, 공정과 균형의 조건은 시청자가 수용할 수 있는 범위 내 상식적으로 통용되는 수준을 의미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편향적인 뉴스가 돼버려요. JTBC가 세월호 참사를 계속해서 보도하는 이유 중 하나는 시민이 포용할 수 있는 수준에서 입장을 취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요
  운이 좋게도 저는 기자로서 가장 활발히 취재할 시기에 탄핵 정국, 촛불집회 등 한국 사회의 중요한 사건을 맞닥뜨리게 됐어요. 제가 직접 보고 느꼈던 것을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책을 출판하기로 했고, 올 연말에 나올 계획입니다. 물론, 앞으로도 JTBC가 좋은 보도를 계속해서 해낼 수 있도록 힘쓸 예정이에요. 나아가 취재 뒷이야기를 풀어 놓는 <소셜라이브> 등 뉴스보다 좀 더 자유로운 형식의 프로그램에도 참여함으로써 시청자와의 소통을 이어갈 계획입니다.

 

마지막으로 이 글을 읽을 동덕여대 학생들에게 조언 한 말씀 부탁드려요
  여행, 특히 혼자 가는 여행을 추천합니다. 일상에 치여 깊게 고민해보지 못했던 자기를 되돌아보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원동력도 얻을 수 있죠. 아울러 진로를 정하지 못해 고민하는 친구들이 있다면, 어디서든 보탬이 될 수 있는 좋은 습관을 길러보세요. 운동이나 독서 등의 습관을 들여놓으면, 나중에 진로를 선택하거나 회사에 지원서를 낼 때 그것이 여러분의 비장의 카드가 될 겁니다.
 

  마지막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관심을 가지라는 말을 전하고 싶어요. 집회에 나가거나 대자보를 쓰는 등의 사회 참여적인 활동도 결국 타인을 생각하는 작은 마음에서 출발합니다. 뒤따라오는 사람을 위해 문을 잡아주고, 수도꼭지의 물을 잠그는 등의 사소한 배려가 멋진 언론인 그리고 좋은 사람이 되는 시작임을 아시고 실천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글 김규희 기자 kbie1706@naver.com

사진 제공 이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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