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은 예능일 뿐 오해하지 말자!” KBS <해피투게더>에서 만들어진 이 유행어는 웃기려는 일에 너무 과한 반응을 보이지 말라는 의미로 한때 많은 이의 입에 오르내렸다. “예능인 줄 알았는데 다큐더라”라는 말 역시 웃겨야 하는 상황에 진지한 태도는 지양해야 한다는 표현으로 쓰였다. 이러한 양상 속에서 우리는 웃음 혹은 재미에 관해서는 무한한 허용을 용인하는 사회 분위기를 한껏 느낄 수 있다. 

한편, 과거였다면 쉽게 넘어갔을 사안도 최근에는 뜨거운 감자가 되는 일이 많다. 외모를 비하하는 개그도 흔히 사용되는 개그 코드였지만 이제는 대중의 질타를 받는 요소가 됐다. 너무나 자극적인 웃음에 웃지 못하는 이들이 생길 때 그 개그가 과연 온당한가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생겼기 때문이다. 혹자는 이를 두고 우리 사회가 웃기기 어려운 분위기로 변하고 있다며 토로하곤 한다. 하지만 만약 성차별과 외모지상주의, 가학성 등을 포함한 웃음이 왜 안 되는지 묻는다면 듣는 이로써는 고개가 갸웃해질 수밖에 없다.

오늘날 SNS 혹은 인터넷 게시판만 들여다봐도 표현의 자유라는 미명 하에 벌어지는 타자에 대한 혐오 발언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혐오 발언 속에도 어김없이 웃음과 유머의 코드가 뒤섞여 있다. 이 때문에 해당 발언에 문제적인 요소가 드러나는데도 그 유머 코드를 보며 지나쳐버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우리 사회에 오래도록 자리해왔던 ‘재밌으면 된다’라는 인식이 우리를 무감각하게 만든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재미에 대한 새로운 생각이 등장하면서 구태의 잘못된 인식이 점차 바뀌고 있다. 과거 웃음을 유발하기 위해 갖은 센 발언과 독한 상황을 연출했던 예능 프로그램은 즉각적으로 나타나는 대중의 질타를 받는다. 이러한 동향에 발맞춰 웃음 자체만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인문학적인 예능 프로그램이 나타나는 추세다. 예능은 웃음이 전부라는 말도 옛말이 돼버린 셈이다. 여전히 재미를 추구하는 건 기존과 같지만, 그 재미의 차원이 여러 가지가 있다는 인식이 불러온 변화였다. 이로 인해 요즘 예능은 정서적 공감대 또는 지적 재미를 선사하거나 사회 속 불편함을 꼬집는 사이다의 재미를 주고 있다.

이제 “재밌으면 된다”는 생각은 소위 좋은 재미와 나쁜 재미가 있다는 인식으로 바뀌고 있다. 그리고 대중은 이미 좋은 재미를 늘리고 나쁜 재미를 줄이는 게 바람직하다는 걸 알아차렸다. 하지만 재미에 대한 사고의 변화는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여전히 재미라는 명목 아래 무수한 폭력이 벌어지는 지금의 현실에서는 말이다.

저작권자 © 동덕여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