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의 예금금리가 연 3%에 미치지 못하는 초저금리 시대에서 이만한 투자처가 또 어디 있을까? 소액 투자를 하는데도, 수익률이 가장 좋은 강남 부동산보다 몇 배 더 높은 수익을 가져다주고 있으니 장삼이사도 열광한다.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심심찮게 등장하는 ‘비트코인’ 이야기다.


  올해 초 비트코인 가격은 대략 1,000달러 수준이었으나 최근에는 9,000달러 안팎에서 거래되고 있다. 연 수익률이 800%가량 되는 셈이다. 웬만한 사람은 비트코인이 무엇인지 또, 비트코인을 만들어낸 블록체인이라는 기술이 무엇인지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 그러나 누구나 한 번쯤은 ‘나도 비트코인에 투자 좀 할까’라고 생각해봤을 것이다.


  이렇게 잘 알지 못하는 분야에 너도나도 할 것 없이 투자하는 현상은 투자의 긴 역사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지금으로부터 무려 300년 전인 17세기 네덜란드에서 발생한 ‘튤립 버블 사건’에서부터, 영국의 주식회사 제도 발전을 100년이나 늦추게 했다고 평가되는 18세기 ‘남해해사 버블 사건’이 그 대표적 예다. 가깝게는 2000년대 초반 국내외 투자자를 흥분시킨 ‘IT 버블’도 꼽을 수 있다.  


  금융시장에서 나타나는 거품 현상을 들여다본 미국의 저명한 경제사학자 찰스 킨들버거가 쓴 책의 제목은 『광기, 패닉, 붕괴 : 금융위기의 역사』이다. 이 책은 거품이 형성되고 나면 언젠가는 붕괴하고 만다는 고증을 드러낸다. 더불어 이 과정에서 인간의 비이성, 즉 광기가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고백한다. 거품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냉철한 이성은 거추장스러운 방해물일 뿐이다.


  이를 염두에 둔다면, 비트코인의 사용가치를 이성적으로 검증하는 과정이 무용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적어도 투자자들에겐 그렇다. 외려 투자자들은 비트코인을 둘러싼 수많은 정보와 쏟아지는 전문가의 의견 중에서 듣고 싶은 것만 들으며 투자금을 늘려간다. 심심찮게 나타나는 거래 중단이나 사기 거래, 높은 가격의 변동 폭 등은 거대한 변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조그마한 소란쯤으로 여긴다.  


  그런데 거품 현상을 냉소할 필요는 없다. 거품과 비이성이 항상 나쁜 결과만 낳는다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찰나의 높은 수익률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니다. 사실 문명은 거품이 만들어지고 꺼지는 과정, 사기와 협잡이 판치는 와중에서 발전해왔다. 거품을 자양분 삼아 인간의 삶은 개선돼왔다는 것이다. IT 버블이 없었다면 스마트폰이나 초고속 인터넷과 같은 상품이나 서비스가 오늘날처럼 보편화되기 어려웠을 것이다. 거품 속에 숨어있던 진주가 빛을 발할 때 문명은 발전한다.

김경락 한겨레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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