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언 기우제라는 것이 있다. 현재 미국 애리조나 주가 위치한 곳에 거주하여 온 호피족은 애리조나 사막에서 농사를 짓는 부족인데, 호피 인디언들이 가뭄 시에 기우제를 거행하면 반드시 비가 온다고 한다. 농담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반드시 비를 부르는 인디언 기우제의 마법은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지내는 데에서 기인한다.


현대 과학문명에서 살아가는 일반 대중은-경우에 따라서는 전문가조차- 이 행위를 두고 이들의 미련함, 어리석음, 순수함, 포기하지 않는 정신 등으로 의미 부여하곤 한다. 어디까지나 자신의 상식과 가치관을 기준으로 하여 낯선 문화를 바라보는 것이다. 달리 말해, 자신의 상식과 감각을 상대화한 채 문화상대주의의 관점에서 호피 인디언들의 종교·제사 인식 등을 파악하여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지내는 맥락을 이해하려 들지 않는 것이다.


대중 다수는 지식의 차원에서 문화상대주의를 알고 있다. 너무나 당연한 말이겠지만, 문화상대주의의 정의와 개념을 아는 것은 특정 문화를 그 사회의 환경과 맥락을 고려하면서 접근하는 시도를 전혀 보장해 주지 않는다. 이는 문화인류학자라는 전문가가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일반 대중은 낯선 문화에 대한 나름의 접근과 해석을 삼갈 필요는 없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자신의 견해가 가지는 한계를 자각해야 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특정 문화의 맥락을 따져가면서 접근하는 전문가의 견해에―이마저도 불완전하겠지만―귀 기울이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이 속한 문화를 기준으로 하여 이와 이질적인 문화를 멋대로 재단하는 오류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과거는 낯선 나라다』라는 책명이 잘 말해주듯, 자국의 과거조차 낯선 문화와도 같다고 할 수 있다. 동시대의 낯선 나라의 문화를 연구하는 문화인류학자와 같이, 낯선 나라인 과거를 다루는 역사학자는 현재와 현격히 다른 사회에 기반을 둔 행동 양식, 인식 체계 등을 포착하여 해당 시대와 사회를 파악하려 애쓴다. 이 과정에서 역사학자는 자신의 시대마저 상대화・역사화하기 위해 분투한다.


작금의 현실을 보며 다소 안타까운 점은 대중의 자국사에 대한 높은 관심에 비해 그에 대한 접근에서 문화상대주의와도 같은 태도를 찾아보기 쉽지 않은 사실이다. 현재의 상식과 감각에 휩싸여 낯선 나라인 과거에 접근하기 일쑤이고, 함부로 재단하는 모습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또한 문화상대주의와 상반되는 자문화중심주의와도 같은 저열한 역사 이해를 노정한 각종 비전문가들의 서적이 대중의 이목을 끌고 있다.
역사에 대한 접근에서도 문화상대주의와 같은 태도가 절실히 요구된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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