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만 뜨면 ‘가즈아~’를 외치던 가상통화 광풍이 잦아든 자리에 블록체인이 남았다. 정부도 블록체인은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가상통화와 블록체인을 분리할 수 있는지는 여전히 논란거리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기반이 되는 기술이라는 점에서 블록체인의 중요도는 여전하다.


  블록체인의 원리는 이렇다. 한 블록체인에 참여하는 모든 구성원의 컴퓨터는 각자 거래 장부를 부여받고, 블록체인 내에서 발생하는 모든 거래가 이 장부에 기록된다. 장부를 부여받은 컴퓨터는 일정 간격으로 기록된 거래내역을 서로 비교하고, 그 결과 과반수가 일치하는 거래내역만 따로 모아 블록으로 저장한다. 이렇게 모인 블록들은 앞 블록에 다음 블록을 덧붙이는 식으로 하나의 고리를 형성해, 정보가 사슬(chain)처럼 이어진다. 그래서 블록체인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거래 참가자끼리 서로의 장부를 비교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은행과 같은 별도의 인증기관은 필요 없다. 정보의 민주화, 탈중앙화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거래 속도도 더 빠르고 사후 조작의 우려도 적다. 특정 블록의 내용을 바꾸려면 앞선 블록 모두를 수정한 뒤에야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작동 원리를 배경으로 블록체인은 금융, 부동산, 유통 등 데이터가 생성되고 안전하게 관리돼야 할 모든 분야에서 적용이 시도된다. 그래서 높은 보안이 요구되는 금융권과 방대한 정보를 보관해야 하는 정부기관은 블록체인 기술 활용에 적극 나선다. 블록체인을 활용한 국내외 스타트업도 속속 생기는 추세다.

  블록체인은 의외의 영역에서 삶을 편하게 바꿔주기도 한다.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개인 의료정보 시스템 회사 ‘메디블록’이 대표적이다. 우리는 새로운 병원을 방문할 때마다 매번 개인정보를 기록하고 각종 검사를 받는다. 의료정보가 제대로 공유되지 않아서다. 병원 서버 해킹으로 개인정보가 유출되기도 한다. 하지만 개인이 자신의 의료정보를 블록 형태로 가지고 있다면, 병원에 가서 자신의 의료정보 블록 계정만 알려주면 된다. 의사가 블록에 저장된 환자의 과거 이력을 살펴볼 수 있어 환자는 불필요한 검사를 받을 필요가 없다. 의료정보가 효과적으로 교환되면, 병원에서 하는 각종 검사를 절반 이하로 줄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정보 소유권이 본인에게 있으니 해킹의 우려도 적다.

  물론 블록체인의 미래가 장밋빛인 것만은 아니다. 수많은 거래내역을 조작 없이 블록에 기록하는 방법, 정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전력 소모 등의 문제가 과제로 남았다. 이에 사물인터넷, 클라우드 컴퓨팅 등의 기술을 이용해 보완하려는 노력이 한창이다. 아직 갈 길이 멀기에, 블록체인은 4차 산업혁명의 시작이지만 피날레라는 말도 있다. 아직 걸음마 단계이지만, 상상력을 발휘할 여지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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