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의 취향에 걸맞게 꾸민 케렌시아 인테리어다                                                 ⓒ네이버이미지

  직장인 박 모(30) 씨는 지난달 집을 새로운 모습으로 꾸몄다. 이전까지 그녀의 집은 퇴근 후 식사나 수면만을 위한 공간이었지만, SNS에 하나둘 올라오는 ‘케렌시아’ 관련 게시물을 보며 점차 자기만의 공간을 가꾸는 데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녀는 퇴근 후 편히 독서를 하거나, 휴식을 취하기 위한 1인용 소파를 방에 들였다. 물건을 어질러놨던 책상은 정리하고, 여행 중 찍은 사진이나 직접 그린 그림을 액자에 넣어 장식했다. 좋아하는 향이 나는 디퓨저를 올려놓기도 했다.
 

  이러한 변화를 준 후, 그녀의 퇴근길은 이전보다 즐거워졌다. 방 안이 좋아하는 것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생활을 위한 공간이었던 집은, 바쁜 일상에서 잃어버린 안정을 되찾을 수 있는 케렌시아가 됐다.

 

케렌시아는 나만을 위한 힐링 공간이다
  투우 경기에서 지친 소는 경기장 안에 자신의 피난처를 만든다. 투우사는 피난처에 숨은 소를 공격할 수 없고, 소는 그 틈에 휴식을 취하며 다음 경기를 준비한다. 이 피난처가 바로 ‘케렌시아(Querencia)’다. 스페인어로 ‘애착, 안식처’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일상에 지친 현대인들도 이와 같은 안식처를 찾고자 한다. 그러다 보니 오늘날 케렌시아는 ‘스트레스와 피로를 풀며 안정을 취할 수 있는 공간, 또는 그러한 공간을 찾는 경향’이라는 의미로 사용되며 주목받고 있다. 서울대학교 소비트렌드 분석센터 또한 올해 대한민국의 소비트렌드 중 하나로 케렌시아를 선정했다.


  그렇다면 최근 케렌시아 열풍이 불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당장의 생계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웠던 과거에는 정신적 안정에 대한 관심이 그리 크지 않았다. 이에 비해 대부분의 현대인은 기본적인 생활비 이상을 벌어들이면서, 자기 삶에 대해 생각할 여유가 생겼다. 아울러 힘든 사회생활 때문에 삶의 질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실제로 취업 포털 사이트인 ‘잡코리아’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10명 중 8명은 지나친 업무로 인해 우울감과 무기력에 빠지는 ‘번아웃 증후군’을 경험했다. 여기에 대인관계와 사회생활에서 비롯된 문제까지 더해져 이들의 피로를 극대화한다.


  이처럼 피로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의 스트레스가 극에 달하자 동시에 휴식의 가치는 높아졌다. 누군가의 개입 없이 ‘내 시간’을 갖고자 하는 욕망이 확산되면서, 점차 많은 이들이 자기만의 안식처, 즉 케렌시아를 찾아 나서기 시작한 것이다.

 

케렌시아 열풍, 시장은 어떻게 맞이하고 있나
  가장 대표적인 휴식 공간은 집인 만큼, 내부의 편안한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인테리어 용품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그중에서도 조명은 공간의 분위기를 결정할 수 있는 중요한 소품으로 여겨져 시장 경쟁력이 높아졌다. 실제로 강남 신세계백화점 내 조명 매출은 2년 동안 2배가량 성장했다. 이렇게 조명의 매출이 늘어나면서 인테리어 시장의 규모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통계청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인테리어 제품 시장은 지난 8년간 두 배 이상 확장됐고, 약 6년 후에는 18조 원 이상의 가치를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 휴식의 중요성이 높아지자 소비자의 신체적 편의를 위한 기술 접목이 활발히 이뤄지기 시작했다. 케렌시아 열풍이 일어나면서 여러 가구전문기업은 가구에 IoT(사물인터넷)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 인테리어 제품을 개발해 내놓았다. 센서를 통해 소비자가 편하게 느낄 수 있는 각도를 찾아 조절하는 ‘모션 베드’를 예로 들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케렌시아가 꼭 주거 공간에만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내 집이 아닌 곳에서 안정을 취하고자 하는 이들을 위한 공간도 등장하고 있다. 최근 SNS상에 자주 등장하는 힐링 카페는 1인용 수면 공간, 안마 기구 등을 제공해 고객이 마음 편히 휴식할 수 있는 공간을 조성했다. 또한, 일부 카페에서는 음료를 마시며 상담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해 고객이 심리적 안정을 느낄 수 있도록 돕는다. 이러한 공간은 직장인이나 학생들이 일상생활 중에도 방문해 자기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이처럼 케렌시아의 진정한 의미는 온전히 나에게 관심을 쏟으며 휴식하는 데 있다. 사회생활, 공부, 아르바이트 등 바쁜 하루에 지쳤다면, 잠시나마 마음 놓고 쉴 수 있는 나만의 안식처를 찾아보는 게 어떠한가.
 

장은채 기자 bep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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