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규제인가

  날이 조금씩 더워지면서 봄의 막바지가 오는 지금, 5월 이맘때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대학 축제 시즌이다. 각 학교의 학생들은 그들의 축제를 위해 인기 있는 연예인을 부르기도 하고, 학교 축제를 즐기기 위해 그들의 특색을 살릴 수 있는 여러 부스와 행사를 계획하고 준비한다. 대학 축제하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로망은 무엇인가? 아마도 캠퍼스 주점에서 동기들과 술을 한 잔씩 기울이며 축제를 즐기고 싶은 로망일 것이다.
 

  지금까지는 대학 축제에서 주류를 파는 것에 대해 그 누구도 신경 쓰고 문제 삼지도 않았다. 이는 하나의 ‘문화’처럼 여겨졌다. 그렇기 때문에 학생에게 무리하게 법의 잣대를 밀어붙이지 않았다. 그런데 지난 1일 갑자기 교육부에서 공문이 내려왔다. 주류 판매 면허가 없는 학생들이 술을 파는 행위는 주세법에 위반된다는 내용이었다. 일명 ‘학교 축제의 꽃’이라는 주점이 하루아침에 없어질 위기에 처하게 됐다. 주점을 준비하던 많은 학생의 계획에 큰 차질이 생겼고, 그들은 혼란에 빠졌다.


  국세청은 왜 예고도 없이 공문을 보낸 걸까. 공문을 보낼 때면 학생들의 축제 준비가 마무리되는 시간임을 자연스레 알 수 있지 않았을까? 학생들의 계획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는 생각은 당연히 들었을 거다. 물론 면허가 없는 학생들이 술을 파는 것은 불법행위지만, 우리는 모두 이를 묵인해왔다. 학생들은 장기적인 영리를 취할 목적이 없기 때문이다. 학생들의 일회적인 행사에 굳이 국세청이 개입해 대학생 자치를 무시해야 하는가? 어떤 이유로 갑작스럽게 공문을 보냈는지 궁금하다.
 

  술을 파는 것은 문제가 되지만, 술을 사 와서 먹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 규제 때문에 학생들의 일거리는 늘었다. 그들은 직접 술을 사 온다. 덕분에 학교 앞 편의점의 술 판매량은 때아닌 특수를 누렸다. 학생들은 규제를 피하고자 술을 무료로 나눠주기 시작했다. 안줏값에 술값을 포함해 비싸게 안주를 사면 술을 무료로 끼워주는 방법이다. 이는 너무 비효율적이다. 누구를 위한 규제인지 묻고 싶다. 공문을 보낸 이들도 다들 학교에서 ‘노상’을 한 추억이 있지 않은가. 과거 그들은 그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였을 거라 생각한다. ‘유도리 있게’라는 표현이 우리가 지금 처한 상황에서 가장 필요한 말이 아닌가 싶다.

 이은혜(경제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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