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9일 하일지 교수가 성추행 의혹에 대해 기자 회견을 하는 모습이다


  지난 7월 중순,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가 본교 총장에게 하일지(인문대학 문예창작과) 교수를 징계할 것을 권고했다. 아울러 하 교수의 성추행 의혹에 대해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인권위의 발표 결과를 토대로 행정 처리를 하겠다던 학교는 하 교수의 징계를 유보하고 진상조사위원회(이하 진상조사위)를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지난 4월, 하일지 교수가 A(문예창작과 13) 씨에게 성추행을 했다는 의혹을 파악하기 위해 본교는 진상조사위를 구성했다. 하지만 이후 A 씨가 인권위에 진정서를 접수하면서 진상조사위는 인권위가 조사를 진행한 후에 전달될 결정문을 따르기로 했다. 인권위가 내린 징계보다 학교 측에서 내린 징계 수위가 낮을 수도 있음을 미리 방지한 것이다. 
 
  그 후 발표된 인권위의 결정문에 따르면, 인권위는 하일지 교수에 대해 검찰 수사를 의뢰했고 세 가지의 권고 사항을 내렸다. △피진정인(하일지 교수) 징계 △대학 내 성희롱 예방 및 구제조치를 위한 체제 정비 및 대학 구성원에게 충분한 공지 △소속 직원들에 대해서 성희롱 예방 교육 실시가 그 내용이다.
 
  이러한 인권위의 결정에 대해 본교는 별다른 행정 처리를 하지 않은 채 진상조사위를 잠정 중단했다. 검찰 조사 결과 이후에 하일지 교수의 징계 여부 및 수위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이는 인권위의 결정문을 토대로 행정 처리를 하겠다던 본교의 입장을 번복한 셈이다. 주풍민 학생지원팀장은 “진정인과 피진정인의 서면 진술과 출석 진술까지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두 입장의 추가적인 진술에 대해 어긋나는 부분이 많아 구체적인 징계 수위를 결정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라며 진상조사위 중단에 대한 이유를 드러냈다.
 
  이어 “인권위의 권고 사항에 대해 학교는 3개월 이내에 사후 조치 관련 회신을 하면 되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그 안에 검찰 조사가 발표될 것으로 보여 그 결과를 보고 징계 사안을 결정하겠다는 것이 진상조사위의 입장이다. 
 
  이에 대해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는 “검찰 수사와는 별도로 학교가 비대위와 지속적인 소통을 해주길 바라지만, 공식적인 인준을 거치지 않았다는 것을 근거로 면담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상태다”라며 당황스러움을 표했다. 실제로 다른 학교의 사례를 봤을 때도 성희롱 및 성추행 사건이 터졌을 때 결성된 기구는 학교에 정식으로 인준을 받지 않은 채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본교는 구성원의 정보 등이 적힌 공문을 요구하며 비대위를 인정하지 않은 상태다. 
 
  그뿐만 아니라 비대위는 A 씨를 대하는 학교의 태도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인권위에서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진상조사위가 잠정 중단될 것이라는 사실도 비대위가 먼저 A 씨에게 전달하고, A 씨가 직접 학교에 전화해 관련 사실을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피해 학생에게 성폭력 상담센터에서 상담받기를 권유할 뿐 주체적으로 피해 학생의 인권 보호에 대한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는 견해를 밝혔다. 학교가 사건에 대해 진심으로 조사하고 있다거나 2차 가해 등으로부터 A 씨를 보호하고 있다는 느낌을 전혀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비대위는 가해 교수 징계와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예방안, 그리고 인권센터 설립을 요구하며 릴레이 손글씨 운동 등 여러 공동 행동을 기획 중이다. 나아가 9월 초 기자회견을 열어 앞으로의 계획을 비롯해 비대위의 입장을 전할 예정이다.
   
  현재 A 씨는 입장서를 작성해 진상조사위에 보낸 상태다. A 씨는 진상조사위의 위원들의 “사건의 맥락을 전부 파악했지만 결론을 지을 수가 없다”라는 언행이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또한 결론을 짓지 못했으면서 상반된 두 입장에 대한 추가적인 자료를 요청하지 않는 태도도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덧붙여 “검찰의 결과에만 의존한 채 사건 진위 파악에는 손을 놓고 있는 학교의 태도가 직무유기로 보인다”라고 얘기했다. 이러한 A 씨의 입장서에 대한 진상조사위의 답변은 아직 없는 상태다.
 
  진상조사위가 잠정 중단된 이상, 검찰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사건에 별다른 진전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이 사건에 대해 누구의 손을 들어줄지 귀추가 주목된다.
임나은 기자 dong7733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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