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정부는 장애등급제를 내년 7월부터 단계적으로 폐지하겠다고 밝히며 이를 대체할 종합조사표를 발표했다. 그러나 이 또한 장애등급제에서 문제가 됐던 장애등급심사의 틀을 벗어나지 못했다. 종합조사표가 되풀이한 장애등급제의 문제는 장애인을 심사의 대상으로만 바라봤다는 것이다.

  기존의 장애등급심사는 개인의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심사를 진행하고 장애인을 주체가 아닌 평가 대상으로 전락시켰다. 국민연금공단에서 판단하는 장애등급심사는 개인의 실질적 상황을 함께 살펴야 했다. 그러나 심사에는 장애인에 대한 무지가 깔린 질문이 태반이었다. 실제로 한 발달장애인은 심사 도중 ‘지적장애는 언제부터 있었느냐’라는 질문을 받았다. 장애가 언제부터 있었는지 알기 힘든 발달장애의 특성조차 국민연금공단 심사단은 인지하지 못 하고 있었다.

  장애인을 대상화하려 했다는 점만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생존권과 긴밀하게 연결된 장애인 복지에 경쟁 시스템을 적용한 점도 잘못된 판단이었다. 1-2점 차이로 등급이 갈리면서 보상 정도는 확연히 달라졌다. 이는 장애인의 삶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끼쳤다. 이처럼 융통성 없는 등급별 서비스의 제공은 장애인을 향한 복지가 아니었다.                                                                                                                                                            
  장애인의 목소리를 들으려 하지 않았다는 점도 장애등급제의 한계 중 하나다. 장애인 복지는 무엇보다 그들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 실제 신체적 기능은 좋지만, 사회생활이 불가능한 장애인이 있었다. 이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심사위원의 판단 착오로 이 발달장애인은 등급이 바뀌어 결국 보조 서비스 이용을 덜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찰나 활동 보조인이 자리를 비운 사이 화재로 장애인이 목숨을 잃었다. 만약, 심사 단계에서 이 장애인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알기 위한 논의가 오갔다면, 이러한 사고는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누구보다 장애인 그리고 그들의 가족에게 말할 기회를 줘야 한다. 장애인에게 필요한 것은 그들의 능력과 삶을 함부로 재단하는 심사위원이 아니라 그들 스스로 무엇이 필요한지 말할 수 있는 창구다.                                                                                                                                                                                             
  이처럼 방향이 어긋난 복지는 실질적 도움이 필요한 당사자를 돕지 못하고 희망의 실오라기를 끊어낸다.
장애인이 처한 환경을 반영하지 못한 질문은 개인의 상황을 고려하지 못했고 그들에게 생채기를 냈다. 우리는 이러한 시스템 앞에서 이 복지는 누구를 위한 것이냐고 되물어야 한다. 장애를 증명하도록 요구함으로써 최소한 사람으로서의 자존심마저 빼앗을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하주언 수습기자

저작권자 © 동덕여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