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학보사 지원하려고 왔는데요.” 2016년 봄, 아무것도 모르던 20살의 저는 오직 기자가 되겠다는 일념으로 학보사 문을 두드렸습니다. 국어국문학과, 문예창작학과 소속의 다른 동기들보다 글쓰기 실력이 낮아 좌절감을 느끼기도 했지만, 그럴 때마다 다짐했습니다. ‘남보다 조금은 늦더라도, 끝까지 간다.’


  이러한 굳은 결심이 필요했던 이유는 학보사 업무가 과중해 힘들었기 때문입니다. 학보 발행 과정은 아이템 회의, 취재, 기사 작성, 퇴고, 신문 편집으로 간단히 정리될 수 있지만, 각각의 단계를 이루기 위한 과정이 또 여러 개로 나뉩니다. 이 모든 일을 마감에 맞춰 끝내야 하니 마감만 다가오면 밤을 새우는 일이 부지기수였습니다.


  일이 많아 학업에 소홀해지고 스트레스를 받으니 학보사를 나가는 기자가 계속해서 생겼습니다. 동기는 모두 떠났고, 지난해 수습기자 전원이 저마다의 사정으로 모두 학보사를 나간 일까지 벌어졌습니다. 편집장 자리에 오르던 올해 초에는 저와 정기자 한 명만이 남아 둘이서 학보를 발행했습니다. 우스갯소리로 ‘2인 미디어’라고 말하고 다녔지만, 속으로는 마음이 아팠습니다. 2-3주간 7-8개 이상의 글을 담당했고 혼자 90매의 기사를 작성한 적도 있었습니다. 심지어 남은 한 명의 기자마저 나가겠다고 말하면서 저는 동덕여대학보가 폐간의 위기에 놓였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를 막기 위해 여러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장학금 없이 1년간 일해야 했던 수습기자의 처우를 개선하고자 임기를 6개월로 줄이고 수습기자 장학금을 유치했습니다. ‘읽히는 신문’이 되기 위한 변화도 꾀했습니다. 우선, 신문의 휴대가 쉽도록 판 크기를 줄였습니다. 또한, 학내 보도의 질을 높이고자 ‘탐사보도99%’라는 꼭지를 만들어 학교가 학봉장학금 예산을 감액한 내용을 밝혔습니다.


  ‘하일지 교수의 성추행 논란’, ‘알몸남 사태’ 등 큰 이슈가 터질 때면 학생의 목소리에 귀 기울였습니다. 많은 언론에서 하 교수의 성희롱 발언에만 집중할 때, 본지는 하 교수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는 A 씨를 인터뷰해 보도했습니다. 하 교수가 직접 성추행 사실을 인정했던 A 씨와의 통화 녹취록도 공개했습니다. 알몸남 사태에서 이어진 학생의 자유발언을 모은 특집을 기획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지면 기사뿐만 아니라 페이스북 ‘동덕여대학보’ 페이지에 속보, 라이브 방송을 업로드하면서 실시간으로 정보를 전달하고자 노력했습니다.


  아울러 학내뿐만 아니라 사회 곳곳을 주목했습니다. ‘단역배우 자매 자살 사건’ 피해자의 어머니,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대책위원회, 경비원 및 소방관의 24시, 2018 평창올림픽 외에도 각종 시위를 취재하고 르포 기사를 통해 사람의 목소리를 담았습니다. 아울러 카드뉴스 제작을 위해 일러스트 기자를 뽑아 디지털 콘텐츠를 강화하고, 서울권대학언론연합회에 가입해 외연을 확장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개혁을 거쳐 올해 2명으로 시작한 학보사는 현재 총 8명의 인원으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1,200명 초반에 그쳤던 페이스북 페이지의 구독자는 1,360명 이상으로 늘었습니다. 또한, ‘학보를 읽는가’라는 질문에 15.4%만의 학우가 ‘그렇다’라고 응답한 2015년과는 달리, 올해에는 약 58%의 학생이 학보를 읽는다고 답했습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 견딜 수 있었던 것은 대학 사회에서 학보사 즉, 언론이 지닌 중요성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학보사는 교내 소식을 전달하고 학내 구성원의 역사를 기록합니다. 또한, 학교 측을 견제·비판하고 권력의 불균형을 맞추기 위해 학생의 목소리를 대변하며 이들의 알권리를 충족시킵니다. ‘언론 없는 정부보다 정부 없는 언론이 낫다’는 말처럼 학교 측을 주의 깊게 살피는 학보의 역할은 정말 중요합니다. 학보가 제 역할을 잘하고 있는지 학내 구성원의 관심과 참여가 앞으로 지속돼 학보가 1000호, 2000호까지 쭉 발행되기를 소망합니다.


  끝으로 주변의 도움이 있었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여태천 주간교수님과 이민영, 이신의, 그리고 김종희 조교님께 감사하다는 말씀드립니다. 함께 동고동락했던 강연희, 이지은, 문아영 선배, 김진경 동기에게도 정말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아울러 우리 가족 김현해, 김영옥, 김영상에게 고맙다고 전합니다. 임나은, 김현지 후배 기자에게도 감사하다는 말씀드립니다. 인력난 고비를 무사히 넘긴 만큼, 내년에는 다양한 시도를 거쳐 학보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랍니다. 예은, 예랑, 보운, 채원, 주언 기자는 선배를 잘 따라 학보사의 미래가 돼주길 바랍니다.


  대학 생활의 9할 이상을 차지했던 학보사 활동이 이렇게 끝나지만, 기자 생활을 계속 이어갈 저로서는 앞으로가 더욱 기대됩니다. 힘들었지만 질문을 멈추지 않았던 지난 3년의 학보사 경험을 바탕으로 ‘시민의 편에서 끝까지 진실을 전하는 기자, 사람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기자’가 되겠습니다. 그럼 다음 기사로 찾아뵙겠습니다. 지금까지 동덕여대 학보사 김규희 기자였습니다.

김규희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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