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1일, 택배연대노조와 전국택배노조(이하 노조)가 CJ대한통운(이하 대한통운) 소유 12개 터미널에서 발생한 산업재해 사고의 공식적인 사과와 단체 교섭을 요구하며 파업을 시작했다. 대한통운 측은 사건과 관련 없는 제3자인 소비자의 피해를 막아야 한다는 명목으로 파업 중단을 촉구했고, 그 결과 파업은 8일 만에 종료됐다. 아무것도 해결하지 않은 채 눈앞에 놓인 상황만을 무마하려는 대한통운 측의 태도로 인해 노조는 여전히 요구사항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올해 대한통운 물류센터에서만 3건의 사망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8월에는 CJ대한통운 대전물류센터에서 근무하던 A(23) 씨가 택배 상하차 업무 이후 주변을 정리하던 중 감전사했다. 같은 달 30일 옥천터미널에서는 상하차 업무를 수행하던 하청 노동자 B(54) 씨가 과로로 쓰러져 사망했다. 지난달 29일에는 대전터미널에서 C(33) 씨가 택배 짐 싣기 작업 후 컨테이너 문을 닫다가 후진하던 트레일러에 끼어 사망했다. 이에 관해 노조 측은 사고의 원인이 택배 배달원의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전국의 수많은 택배 배달원은 하루 13시간에 달하는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며, 제대로 된 냉·난방 시설도 갖추지 않은 환경 속에서 각종 질병에 노출돼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한통운 측은 명확한 근거를 내세우지도 않은 채 문제 상황을 회피하기에 급급했다.
 
  이번 파업의 근본적인 발생 원인은 사측의 이기적인 태도에 있다. 대한통운의 공식적인 사과와 단체 교섭을 요구했던 노조 측 노동자에게 돌아온 것은 택배접수 중지 조치였다. 택배 수화물을 한데 모아 배송 과정을 시작하는 집하 단계를 차단한 것이다. 대한통운은 노동자에 대한 부적절한 처우를 개선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들의 일감을 뺏어버리는 비인간적인 행위를 저질렀다.
 
  대한통운이 고용노동부에서 공식적으로 인정한 노조와의 교섭권을 거부하고 있다는 점도 파업 발생의 또 다른 원인이다. 대한통운 측은 노조의 교섭 대상이 본사가 아니라 대리점주라고 주장하며 교섭 요청에 응하지 않고 있다. 이는 노조에서 요구하는 바를 수용하지 않고 사망 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사측의 주장을 더욱 견고히 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 갈등을 해소하는 데 필요한 것은 역시 대한통운과 노조의 협의다. 사측은 자신의 이익만을 고려할 것이 아니라, 노동자들의 요구사항을 듣고 협의 내용을 조율할 수 있도록 열린 태도를 가져야 한다. 노동자들이 안전한 근로 환경 조성을 주장하는 것은 그들의 기본적인 권리를 찾기 위한 정당한 행위다. 이들을 고용해 이익을 창출하는 대한통운은 노동자를 존중하며 책임질 필요가 있다.

김예은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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