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픽사가 단편 애니메이션 <Purl>을 공개했다. 남초 직장의 신입사원으로 들어가게 된 털 뭉치 ‘Purl’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이 작품은 직장 내 남성 중심적인 문화를 은유적으로 비판해 화제를 모았다. 여성을 ‘털 뭉치’로 묘사했다는 점이 독특한데, 그 부분이 사회생활에서 다수를 차지하는 남성이 여성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재미있게 꼬집었다. 직장에서 여성은 아직도 동등한 직장동료로 대우받기보다, ‘꽃’으로 취급받고 승진과 임금 인상에서 배제된다. 
 
  직장을 대학이라는 공간으로 바꿔 생각해봐도 딱히 달라지는 것은 없다. 누군가는 새내기 단체 메신저에서 띄워진 프로필 사진을 캡처해가며 얼굴과 몸매를 평가하고, 등급을 매긴다. 대학교 커뮤니티에 게시된 여성혐오성 발언은 이미 흔해진 지 오래다. 그러나 ‘여자대학’에서 만큼은 다른 이야기로 여겨진다. 여성이 ‘디폴트’인 여자대학에서 학생들은 서로를 품평하거나 높고 낮음을 구분하지 않는다. 그저 학생이라는 신분에서 선의의 경쟁을 펼치고 의견을 공유하며 학업에 열중할 뿐이다.
 
  지난 1년 동안 여자대학이라는 작은 사회가 여권신장을 위해 어떤 크고 작은 노력을 해오고 있었는지 지켜봤다. 그렇기 때문에 올해부터 맡게 된 여대의 편집장이라는 자리에 대해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본지는 이번 제501호부터 여성의 이야기를 더 자세하게 다루기 위해 ‘사회면’을 ‘사회·여성면’으로 개편했다. 그 책임감에 부응하기에는 아직 모자람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학보에 실린 여성 관련 기사가 학우들에게 다시 생각할 기회를 제공한다면, 그것이 여권신장에 손톱만큼이라도 보탬이 되는 길 아닐까. 
           임나은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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