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미투(Me Too) 운동이 갖는 사회적 파급력은 엄청났다. 많은 성범죄 피해 여성들이 가해자의 처벌과 재발 방지를 위해 용기를 냈기 때문이다. 미투 운동의 여파 덕분에 잊히던 사건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고 장자연의 한 맺힌 죽음의 진실을 밝혀주세요’라는 국민청원이 등장한 것이다. 23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청원에 동의를 표한 결과 이 사건은 재조사의 기회를 얻었다.
 
  힘들게 재개된 수사는 올해 3월 말 종료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지난달 18일, 사건의 수사 기간이 2개월 연장됐다. 윤지오 씨가 자신이 故 장자연 피해 사건의 유일한 증인임을 밝히며 사회에 본인의 신상을 공개한 뒤, 故 장자연 씨의 억울함과 사건의 진실을 공론화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기 때문이다. 윤지오 씨의 진심은 그대로 국민에게 전해졌다. 故 장자연 씨 관련 사건에 대해 수사 기간 연장을 촉구하는 청원은 사회의 관심을 대변한 듯 현재(3월 31일 기준) 70만 명의 청원인 수를 돌파했다.
 
  하지만, 사건이 발생한 당시 가해자를 밝혀낼 때까지 제대로 예의주시하지 못했다는 점과 10년이라는 긴  세월이 지나서야 재조사가 이뤄진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 故 장자연 피해 사건은 사회적으로 지탄받아야 할 큰 사건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그랬듯 시간이 흐르자 과거 국민은 자연스럽게 잊어버렸다. 기성 언론은 가해자를 밝히지 않으려 의도적으로 보도를 피하거나 자극적인 주제로 국민의 눈과 귀를 막았으며, 정·재계 인사들은 그들이 쌓아왔던 권력이 무너지는 게 두려워 진실이 밝혀질 수 없도록 방관하고 침묵했다. 우리는 가까스로 찾은 실마리를 다시 놓칠 수 없다. 이제 다시 되풀이되면 안 될 모습이다.
 
  지난 10년간 가해자는 사건을 잊은 채 잘 살아갔을 것이다. 하지만 피해자는 날개를 다 펴지도 못한 채 세상을 등졌다. 보호받아야 하는 사건의 목격자이자 증인인 윤지오 씨는 제대로 확립되지 않은 증인 보호 시스템으로 인해 신변 위협을 느껴 사비로 사설 경호원을 두고 있다. 피해자를 보호하고, 사건의 진상을 밝혀야 할 의무를 지닌 국가는 그것을 저버렸다. 우리는 무능한 국가의 모습에 실망했고 가해자의 그 뻔뻔한 태도에 분노를 느꼈다.
 
  가해자가 밝혀져도 이 사건은 공소시효 때문에 형사처벌이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어떤 이들이 두 사람을 고통의 길로 들어서게 했는지 똑똑히 지켜봐야 한다. 가해자들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들인지 중요치도, 궁금하지도 않다. 타인의 인생을 함부로 대하는 사람은 인간으로서 도리가 없다 해도 무방하다. 10년의 세월은 너무도 길었다. 하지만, 진실은 더디더라도 언젠가 드러나게 돼 있다.
정채원 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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